시즌 2승째를 거둔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시즌 2승째를 거둔 양현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대전]

당연히 잡아야 하는 경기에서 지면 데미지는 두 배가 된다. KIA 타이거즈에 에이스 양현종의 선발등판은 당연히 이겨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다. 지난해 KIA는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16승을 챙겼다. 2017시즌에도 양현종이 나오면 21승을 거뒀다. 그런데 올 시즌엔 양현종 등판 경기에서 1승 8패에 그쳤다. KIA의 최하위 추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상할 정도로 엇박자가 심했다. 양현종이 잘 던진 날은 타선이 거짓말처럼 침묵했고, 타선이 터진 날에는 양현종이 먼저 무너졌다. 심지어 양현종은 딱 1점만 내준 경기에서도 세 번이나 패전투수가 됐다.

5월 19일 이전까지 양현종의 선발등판시 득점지원은 평균 3.76점, 리그 뒤에서부터 네 번째다. 승리투수가 못 되는 ‘양크라이’ 차원을 넘어, 팀까지 같이 졌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양현종 등판일에 KIA의 무기력한 플레이는 김기태 전 감독이 사퇴 결심을 굳힌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5월 들어 양현종의 페이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5월 첫 등판인 2일 삼성전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 8일 두산전과 14일 KT전에선 2경기 연속 7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두 경기에서 팀은 패했지만, 양현종은 빠른볼 구속이 살아나고 많은 삼진을 솎아내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 사퇴 이후 첫 등판인 19일 대전 한화전. 이날 양현종은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대투수의 완벽한 귀환을 알렸다. 주포 제라드 호잉이 골반 통증으로 빠진 한화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3피안타만 내주고 7탈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수 101구만으로 7이닝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투구내용도 양현종다웠다. 101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구를 포심 패스트볼로 자신있게 구사했다. 최고구속은 148km/h. 힘이 실린 양현종의 공에 한화 타자들은 좀처럼 외야로 타구를 보내지 못했고, 잘 맞은 타구도 더 뻗어나가지 못하고 펜스 앞에서 잡혔다. 올해 구사율이 줄어든 커브를 거의 던지지 않고(1구),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만으로 타자와 승부했다.

에이스의 역투에 KIA 타선도 경기 후반 활발한 득점으로 응답했다. 3회와 4회 한 점씩을 뽑아낸 KIA는 6회초 프레스턴 터커의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 뒤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달아나고, 다시 주자 1, 2루 찬스에서 대타 이창진의 적시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5대 0으로 점수를 벌렸다.

KIA는 8회 고영창, 9회 전상현을 차례로 투입해 한화 상대 5대 0 셧아웃 경기를 완성했다. 양현종의 시즌 2승째. KIA의 양현종 등판 경기 전적도 1승 8패에서 2승 8패가 됐다. 양현종은 이날 호투로 5점대였던 평균자책을 4.71까지 끌어내렸다.

경기후 양현종은 “오늘 공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승택이가 이번주 내내 선발 마스크를 쓰면서 힘들었을텐데 리드가 좋았다”고 팀 동료들에게 먼저 공을 돌렸다.

3가지 구종으로 승부한 이날 투구에 대해선 “오늘 컨디션이 좋았고, 속구 등 힘있는 구종으로 승부한 게 주요한 것 같다. 나는 경기를 하면서 컨디션이 올라오는 스타일인데 5월들어 많은 이닝을 투구하면서 정상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는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 패하면 또 연패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 오직 팀 승리만을 생각했다”며 자신의 2승보다는 팀 승리를 강조한 뒤, “얼마전 김기태 감독님께서 물러나셨는데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못한 내 탓이 큰 것 같아 죄송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드리고 고생하셨단 말을 하고 싶다. 오늘 경기 보시면서 흐뭇하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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