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FA 1차 협상 마감, 양동근, 함지훈 등 27명 재계약 성공

-하승진, 문태종 등 KBL 레전드 은퇴 선언

-FA 재계약의 핵심, 선수와 구단의 끈끈한 신뢰

-올 시즌 FA 1차 협상에선 신뢰가 깨진 사례도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양동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양동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KBL이 5월 15일 FA(자유계약선수) 1차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올 시즌 FA자격을 얻은 56명의 선수 가운데 27명이 원 소속 구단과 재계약했다. 농구계의 큰 관심을 끈 울산 현대모비스 프랜차이즈 스타 양동근, 함지훈은 각각 4억 원(1년), 5억 5,000만 원(2년)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FA 최대어로 불린 포인트 가드 김시래는 창원 LG 세이커스와 5년간 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 외에도 서울 SK 나이츠 최부경(4억 5,000만 원·5년), 안양 KGC 인삼공사 양희종 (4억 원·3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차바위(4억 원·5년), 정영삼(2억 5,000만 원·3년), 서울 삼성 썬더스 김태술(1억 원·1년) 등이 잔류를 알렸다.

한국 최초 미국 프로농구 NBA 선수이자 전주 KCC 이지스 간판스타 하승진,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올 시즌 현대모비스 통합우승에 힘쓴 문태종 등 8명은 은퇴를 선언했다. 전자랜드 김상규, KGC 최현민, 김승원, KCC 정희재, 김민구 등 20명은 원 소속 구단과 협상 결렬을 알렸다. 16~20일까지 타 구단 영입의향서를 받게 된다.

구단과 굳건한 '신뢰' 확인하며 재계약에 도장 찍은 선수

올 시즌 FA 1차 협상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건 구단과 선수 간의 신뢰였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가 대표적인 예다. 현대모비스는 간판스타 양동근, 함지훈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농구계의 예상대로였다. 양동근은 2004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양동근은 KBL 역대 챔피언 결정전 우승 경험이 가장 많다. 2006-2007시즌을 시작으로 6번이나 우승 반지를 꼈다. 데뷔 시즌 KBL 최우수 신인상, 정규리그 MVP 4회, 플레이오프 MVP 3회 등 수상 경력도 눈부시다. 올 시즌 역시 43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7.3득점, 3.7어시스트, 2.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챔피언 결정전에선 정규리그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의 5경기에서 평균 11.2득점, 3.0어시스트, 2.6리바운드를 올리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림을 가르는 3점슛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모비스와의 협상을 앞두고 있던 양동근은 FA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FA는) 계약의 연장 선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팀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 번째 FA지만 이적설도 없었다고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 역시 양동근은 현대모비스의 역사라며 양동근이 없는 현대모비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두터운 신뢰는 재계약으로 이어졌다. 양동근은 전년 대비 38.5%가 삭감된 4억 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한 만큼 연봉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양동근의 선택은 달랐다.

양동근은 올 시즌 부상으로 54경기 가운데 11번 결장했다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팀에서 오래 뛸 기회를 주셔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07-2008시즌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함지훈 역시 울산에서 12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양동근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우승 5회를 합작한 함지훈은 현대모비스는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10순위였던 나를 특별하게 챙겨준 구단이라며 이전처럼 협상 테이블에 앉아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안양 KGC 인삼공사와 전자랜드 프랜차이즈 스타 양희종, 정영삼 등도 구단과 굳건한 신뢰를 확인하며 농구계의 예상대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선수와 구단 간의 깨져버린 신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례

김종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김종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올 시즌 FA 1차 협상 기간엔 선수와 구단 간의 ‘신뢰’가 깨진 사례도 있다. FA 최대어로 불린 창원 LG 세이커스 김종규가 대표적이다.

LG는 김종규와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1차 협상 마지막 날인 5월 15일 KBL 역대 최고 연봉인 12억 원을 제안했지만, 김종규는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LG는 김종규가 원 소속팀 협상 기간 타 구단과 접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모 구단이 5년간 총액 40억대 계약을 제안하는 등 총 3개 팀이 김종규에게 접촉했다는 게 LG 측 주장이다. 김종규는 사전 접촉은 '없었다'고 맞서는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KBL은 16일 오후 2시 재정위원회를 열어 확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 소속팀과의 협상 마감 이전 다른 구단과 접촉한 선수는 자격 정지 2년, 선수에게 미리 접근한 구단은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박탈 등의 징계를 받는다.

전주 KCC 이지스 하승진은 은퇴를 선언했다. 2008-2009시즌 KBL에 데뷔한 하승진은 통산 347경기에서 뛰며 평균 11.6득점, 8.6리바운드를 올린 리그 최정상급 센터다. 2008-2009, 2010-2011시즌엔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존재감이 줄어들긴 했지만, 221cm의 높이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1차 협상 마감을 하루 앞둔 14일 하승진은 코트를 떠났다. KCC로부터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KCC 관계자는 하승진이 KCC에서만 11년을 뛰었다본인이 원한다면 FA 시장에 내보내 줄 의향이 이었지만, 타 구단으로 갈 바엔 은퇴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힌 거 같다고 말했다.

FA 자격을 획득한 KCC 전태풍은 시장에 나온다. 전태풍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CC는 재계약 의사가 없었다”며 “‘2주 전 최형길 단장께 ’코치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더니 ’코칭스태프가 너 있으면 불편해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전태풍은 이어 KCC에서 7시즌을 뛰었다. 하지만, 이번 FA 협상 과정은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 헤어지니 현역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어느 팀이든 나를 원한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 5분이든 10분이든 코트에 나설 수만 있으면 된다. 기술과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KCC 관계자는 단장님과 전태풍, 단둘이 얘기한 거로 안다그 자리에 있지 않아서 확실히 말할 순 없다. 하지만, SNS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 게 아쉽다. 존중과 재계약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양동근, 함지훈, 정영삼 등 구단과의 돈독한 신뢰를 잃지 않은 선수는 큰 문제 없이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구단과 끈끈함을 자랑하던 몇몇 선수는 신뢰가 끊어지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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