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맨쉽은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으로 가득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제프 맨쉽은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열정으로 가득한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NC 다이노스 새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Jeff Manship)의 야구 인생은 마치 한 편의 야구 영화 같다. 주연 배우는 케빈 코스트너가 적당하다. 사운드트랙은 현악 위주의 잔잔한 음악이 어울린다. 야구를 사랑하는 주인공 앞에 온갖 역경과 좌절의 순간이 펼쳐지지만,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꿈을 이루는 훈훈한 스토리다.

각색은 필요하지 않다. 제프 맨쉽이 실제 걸어온 길 그대로도 충분하다. 맨쉽은 미국 고교야구 무대에서 손꼽히는 유망주 투수였다.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눈부신 호투로 미국 대표팀을 승리로 이끄는 에이스였다. 하지만 부상과 수술이란 시련이 찾아왔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도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랜 시간 여러 팀을 떠돌며 초청선수와 마이너리그 계약, 메이저리그 승격의 가시밭길을 반복했다.

맨쉽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했다. 마침내 2015시즌, 새 소속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기회가 왔다. 나이 서른 살이 되어서다. 마이너리그에서 놀라운 호투를 거듭하던 맨쉽을 클리블랜드가 빅리그로 불러올렸다.

같은 투수지만, 2015년의 맨쉽은 이전의 맨쉽과는 달랐다. 날카로운 투심과 슬라이더를 무기로 빅리그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2015시즌 32경기에서 39.1이닝 동안 0.92의 눈부신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2016시즌에는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빅리거가 됐다. 53경기에서 평균자책 3.12를 기록했고, 월드시리즈 마운드까지 등판했다. 어린 시절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품었던 꿈을 31살 나이에 뒤늦게 이뤘다. 그리고 이제는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엠스플뉴스’는 NC 다이노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싼 레이드 파크 부설 야구장에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제프 맨쉽을 만났다. 실제로 만난 맨쉽은 시종일관 진지했고, 야구에 대한 열정과 한국 야구에 대한 존중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또 지난해 준우승에 그친 자신과 NC의 공통점을 언급하며, 올 시즌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야망도 드러냈다.

과연 맨쉽이 써온 야구 드라마는 NC 다이노스의 우승이라는 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까. 다음은 한국 무대에서 야구 인생의 ‘시즌 2’ 시작을 앞둔 맨쉽과의 단독 인터뷰다.

"한국 진출, 에릭 해커와 상의했다"

NC 캠프에 합류해 처음 NC 유니폼을 입은 제프 맨쉽(사진=NC).
NC 캠프에 합류해 처음 NC 유니폼을 입은 제프 맨쉽(사진=NC).

NC 다이노스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한다. 우선 당신을 빨리 보고 싶어 하는 NC 팬들에게 인사말 한마디 부탁한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NC 다이노스 팬 여러분. NC의 팀 일원으로 뛸 기회가 생겨 굉장히 기쁘고 기대가 된다. 여기 캠프에 있는 모든 NC 선수들은 팬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많이 응원해 주고 지켜봐 달라.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 투수로 활약한 거물이 KBO리그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먼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좋은 활약을 했기 때문에 NC에서 뛰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면 KBO리그에서 뛸 기회가 오지 않았을 거다. 2017시즌 행로를 두고 여러 옵션을 검토했다, 그 중 NC에서 제시한 조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내와도 상의한 결과,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는 것도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한국행을 택하게 됐다.

계약하기 전 KBO리그에 관해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했나.

처음 KBO리그 구단의 계약 제안을 받은 뒤, 지금 NC 팀 동료가 된 에릭 해커와 가장 먼저 연락을 취했다. 해커는 2011년에 미네소타 소속으로 함께 뛴 인연이 있는 친구다. 해커는 내가 NC와의 계약을 더 편안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여러 조언을 해 줬다. NC와 KBO리그에 대해 좋은 정보도 많이 제공해 줬다.

일 년 사이에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리그의 스프링캠프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캠프 기간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팀이다. 차이가 느껴지나.

처음 캠프에 왔을 때는 훈련 스케쥴이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이후 캠프에서 계속 함께 하는 동안 동료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는 자세에서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제는 KBO리그 캠프 일정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해서 그런지, 적응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팔꿈치 부상, 토미존 수술... 시련이 나를 키웠다"

진지한 태도로 훈련에 임하는 제프 맨쉽(사진=NC).
진지한 태도로 훈련에 임하는 제프 맨쉽(사진=NC).

메이저리그 투수가 맨 처음 야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처음 야구를 접한 건 만 4세 때 배운 티볼을 통해서다. 그 이후 내 야구 인생에 매우 많은 일들이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며) 작년에는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했고, 올해는 KBO에서 뛰게 됐다. 처음 티볼을 시작할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변화다. KBO리그에서는 또 어떤 야구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친형 맷 맨쉽도 야구선수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주: 맷 맨쉽은 스탠포드 대학을 거쳐 오클랜드 마이너리거로 활동한 투수다) 야구선수가 되는데 형의 영향은 없었나.

물론 나보다 한 살 많은 형 매튜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아버지의 권유가 야구를 시작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형도 나도 아버지 덕분에 야구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이후 형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며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데도 형의 영향이 있었다. 형은 야구선수로서 나의 롤모델이었다.

로널드 리건 고교 시절 미국 청소년대표로 발탁될 만큼 유망주였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

음… (기억을 더듬으며) 고교 시절과 청소년 대표 시절, 매우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겪었다. 좋은 일은 세 차례의 노히터 경기를 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히트로 던진 경기에서 0-1로 패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또 한 번은 내 오른 팔꿈치가 폭발하는 바람에 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안 좋은 일도 있긴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토미 존 수술 이후 노트르담 대학에서는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듣고 싶다.

노트르담 대학에서는 야구를 대하는 좋은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부상 이후 재활을 통해 극복해가는 시간을 겪으며, 야구에 접근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했고 인내도 키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노트르담 대학의 코치진이 좋은 지도를 해줬고 재활을 잘 도와준 덕분에 한결 발전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4라운드에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루키 시절의 기억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

우선 말하고 싶은 건, 미네소타 트윈스가 굉장히 훌륭한 구단이라는 점이다. 처음 입단한 해 미네소타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며 경기 경험을 쌓았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었다. 친구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좋은 투수로 성장해 갈 수 있었다.

친구 중에 한국 팬들도 알 만한 선수는 누가 있나.

케빈 슬로위가 있다. 미네소타 시절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다.

케빈 슬로위, 브래드 래드키는 당신이 마이너리그 유망주일 때 ‘뛰어난 제구력’으로 비교 대상이 된 선수들이다. 마이너리그 때부터 미네소타 조직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제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들은 것으로 안다. 좋은 제구력을 유지하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나만의 노하우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항상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는 것이다.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비결이다.

유망주 시절 얘길 좀 더 하자면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골고루 다 잘 던지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중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싱커성 움직임을 보이는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이 두 가지다. 지난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불펜 투수로 던지면서 이 두 가지 구종만 사용했다.

이제는 한국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해야 한다. 두 가지 구종만 던질 순 없다. 체인지업은 미네소타 마이너 조직 내 최고의 체인지업으로 꼽혔던 공이고, 커브도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무기로 평가받은 공이다. 봉인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NC에서 선발투수로 뛰는 올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는 커브와 체인지업도 함께 던질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불펜 세션을 하면서 몇 번 던져봤는데, 지난 2년간 안 던졌던 체인지업이 생각보다 잘 들어가더라. (웃음)

클리블랜드에서 구사한 브레이킹 볼은 커브가 아니라 슬라이더였나. 통계 사이트 중에는 커브로 분류하는 곳도 있다.

슬라이더다. 선수 경력 초반에는 슬라이더보다 커브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클리블랜드에 입단하면서 원래 던지던 슬라이더 그립을 조금 바꿨는데, 그게 효과를 봤다. 훨씬 던지기 편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 슬라이더를 자주 던지고 있다.

아쉽게도 미네소타에서는 빅리그 투수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콜로라도와 필라델피아에서의 경력도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그 시절에는 내 피칭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타자를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다행히 클리블랜드에 입단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기술적인 변화를 시도한 게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기술적 변화라면, 어떤 점이 달라진 건가.

많은 부분이 있지만 한 가지만 예를 들겠다. 이전에는 투수판에 설 때 1루 쪽을 밟고서 공을 던졌다. 클리블랜드로 옮긴 뒤에는 투수판 밟는 위치를 3루 쪽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투구하기도 더 편하고, 릴리스 포인트도 좀 더 앞쪽으로 향하면서 구위가 좋아졌다. 투심 패스트볼과 브레이킹 볼의 움직임도 더 날카로워졌다. 그게 성공을 거둔 비결이다.

작은 변화가 엄청난 변화로 이어졌다는 게 참 신기하다.

정말 그렇다. (웃음)

투수판을 3루 쪽으로 옮기는 조정은 어떻게 하게 됐나.

오프시즌 기간 텍사스 대학의 스킵 존슨 투수코치에게 조언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 존슨 코치는 내게 “왜 3루 쪽을 밟고 던지지 않느냐, 왜 변화를 시도해 보지 않느냐”고 적극적인 조언을 베풀었다. 존슨 코치의 말을 수용한 결과, 마운드에서 훨씬 편해졌고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지난 시즌 나도 NC도 준우승 아쉬움, 올 시즌 우승으로 풀고 싶다"

맨쉽은 새 소속팀 NC에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다(사진=NC).
맨쉽은 새 소속팀 NC에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다(사진=NC).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지명 이후 10년 동안 여러 팀을 떠돌았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2016시즌 빅리그 투수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섰다. 마운드를 밟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오. (활짝 웃으며)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언젠가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게 목표였는데, 마침내 그 꿈이 이뤄진 거다. 비록 시리즈 결과는 컵스에 패했지만, 정말 믿을 수 없는 경험이자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KBO리그 최고 투수로 꼽히는 더스틴 니퍼트도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 다음 해 한국에 왔고, 최고 투수로 등극했다.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니퍼트의 사례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니퍼트가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도 아주 잘 안다. 나 역시 니퍼트처럼 되기 위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NC는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니퍼트의 소속팀 두산에 졌다. 올 시즌 그 패배를 갚아줄 생각인가.

당연하다. 나와 NC 사이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게 뭔지 아나?

뭔가.

나도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졌고, NC도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졌다. 그래서 이번 시즌, 나도 NC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마운드에서 싸우고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다. 그게 내가 NC에 와서 세운 목표다.

당신은 시련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롤모델이다. 10년 이상 부상과 마이너리그 생활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빅리그 월드시리즈 마운드까지 섰기 때문이다.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조언의 말 한마디 부탁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싸우라는 것이다. 당신이 어느 자리에 있든, 당신에게는 뭔가 좋은 점이 있고 재능이 있다. 언제나 자신감을 잃지 말고, 추구하는 목표를 잊지 않길 바란다.

KBO리그에서 첫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시즌, 당신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 목표는 최대한 많은 승수를 올리는 것이다. 좀 더 큰 틀에서 보면, 내가 던지는 날에는 우리 팀이 많은 승리를 챙기는 게 제일 큰 목표다. 그렇게 하다 보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NC라는 좋은 팀이 우승하는 데 반드시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해 우승을 놓친 나도 NC도, 올 시즌에는 마지막에 승자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스프링캠프 기간을 맞아 MBC SPORTS+와 엠스플뉴스는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미국 애리조나, 투산, 플로리다와 호주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등 캠프 전역을 현장 취재합니다. [엠스플 in 캠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