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scores
2019.08.26
도시경찰 프로모션

MLB 컬럼

[이현우의 MLB+] '140km 파워피처' 헨드릭스와 류현진

카일 헨드릭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카일 헨드릭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메이저리그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0마일(149.7km/h)로 거의 150km/h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2002년 평균 구속인 89.0마일(143.2km/h)에 비해 4마일(6.4km/h)이나 빨라진 수치다. 그런데 이런 강속구의 시대에 140km/h가 간신히 넘는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투수가 있다.

 

바로 카일 헨드릭스(29·시카고 컵스)다. 2019시즌 헨드릭스는 87.1마일(140.2km/h)로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가장 느린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느린 패스트볼 구속에도 불구하고 헨드릭스는 14일(한국시간)까지 7승 4패 84.0이닝 14볼넷 74탈삼진 평균자책 3.00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4승을 기록하며 소속팀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느린 패스트볼 구속으로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는 대부분의 투수가 그렇듯이 헨드릭스의 최대 장점은 날카로운 제구다. 또한, 헨드릭스는 메이저리그 우완 투수 가운데 손에 꼽힐만한 완성도를 지닌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헨드릭스는 전형적인 기교파 투수로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올 시즌 헨드릭스는 다른 어떤 투수보다 '파워 피처'처럼 던지고 있다.

 

 

 

구속을 제외하고 봤을 때, 기교파 투수와 파워 피처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타자를 상대하는데 있어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것'과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지에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기교파 투수는 전자에, 파워 피처는 후자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기교파 투수와 파워 피처의 이런 차이는 패스트볼 투구 위치 및 결정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기교파 투수는 (보통은 구위가 나쁘기에 더더욱) 패스트볼을 낮게 던져서 땅볼 타구를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파워 피처는 (보통은 구위가 좋기에 더더욱) 패스트볼을 높게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편, 파워피처는 기교파 투수에 비해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다. 그럼 이제 올해 헨드릭스의 투구 위치를 살펴보자.

 

[그림] 2019년 카일 헨드릭스의 투심 패스트볼(왼쪽), 포심 패스트볼(오른쪽) 투구 위치(포수 시점). 헨드릭스는 2019시즌 비중을 크게 늘린 포심 패스트볼을 의도적으로 높게 던지고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그림] 2019년 카일 헨드릭스의 투심 패스트볼(왼쪽), 포심 패스트볼(오른쪽) 투구 위치(포수 시점). 헨드릭스는 2019시즌 비중을 크게 늘린 포심 패스트볼을 의도적으로 높게 던지고 있다(자료=베이스볼서번트)

 

지난해까지 헨드릭스는 뛰어난 제구력을 활용해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을 가릴 것 없이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로 집중시켰다. 하지만 올해 헨드릭스는 투심 패스트볼의 투구 위치를 전체적으로 높였을 뿐만 아니라(왼쪽), 전체 투구 대비 16.9%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따로 분리해 우타자 몸쪽 높은 코스와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벗어나는 코스로 핀포인트 제구를 하고 있다(오른쪽).

 

그 덕분에 올 시즌 헨드릭스는 지난해까지 주무기였던 체인지업(피안타율 .285)과 커브볼(피안타율 .313)을 던졌을 때보다 포심(피안타율 .167)과 투심(피안타율 .224)을 던졌을 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특히 헨드릭스의 포심 패스트볼은 헛스윙율 37.5%로 파워 피처의 대명사인 저스틴 벌랜더(포심 헛스윙율 29.4%)보다 더 높은 비율로 헛스윙을 유도해내고 있다.

 

이런 헨드릭스의 투구 패턴 변화는 철저히 의도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타자들 사이에선 어퍼 스윙이 유행하고 있다. 그리고 어퍼 스윙을 하는 타자들은 특유의 스윙 궤적으로 인해 높은 패스트볼을 상대로 약점을 보인다. 컵스의 전력 분석관인 마이크 보르젤로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헨드릭스는 최근 타자들의 스윙 경로를 기반으로 투구 위치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영상] 88마일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신시내티 타자 조시 밴미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헨드릭스(사진=엠스플뉴스)

[영상] 88마일 몸쪽 하이 패스트볼로 신시내티 타자 조시 밴미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헨드릭스(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머리로 안다고 할지라도 그걸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헨드릭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인터뷰에서 헨드릭스는 "처음엔 높은 코스에 공을 던지는데 조금 겁을 먹었지만, 그곳에 공을 던졌을 때 88마일 또는 86마일 패스트볼에 조차도 타자들이 헛스윙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타자들의 (최근 달라진) 스윙 궤적 때문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물론 자칫 가운데로 몰리기라도 하면 86~88마일 패스트볼은 타자들이 치기 쉬운 공으로 둔갑한다. 그러나 완벽한 제구가 동반된다면 느린 구속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헨드릭스의 높은 패스트볼에 삼진으로 물러난 콜로라도 외야수 데이빗 달은 "(그 공을 상대하면) 당신의 눈은 커지고 바로 다음 순간에 스윙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고 말했다.

 

한편, 한때 팀 동료였던 콜로라도 내야수 다니엘 머피는 "헨드릭스는 패스트볼 무브먼트를 바꿨기 때문에 그가 이전에 주로 던졌던 영역의 반대편으로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즉, 상대적으로 상승 무브먼트가 뛰어난 포심 패스트볼을 높은 코스로 던지고, 떨어지는 움직임이 강한 투심 패스트볼을 낮게 던지는 헨드릭스의 투구 전략이 상대 타자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2019시즌 류현진의 투심 패스트볼(왼쪽)과 포심 패스트볼(오른쪽) 투구 위치(포수 시점). 류현진은 지난해 투심 패스트볼 장착을 기점으로 투심을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고, 기존의 포심 패스트볼은 주로 몸쪽 높은 코스에 던지고 있다(자료=베이스볼 서번트)

[그림] 2019시즌 류현진의 투심 패스트볼(왼쪽)과 포심 패스트볼(오른쪽) 투구 위치(포수 시점). 류현진은 지난해 투심 패스트볼 장착을 기점으로 투심을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고, 기존의 포심 패스트볼은 주로 몸쪽 높은 코스에 던지고 있다(자료=베이스볼 서번트)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올 시즌 헨드릭스와 비슷한 투구 전략을 선보이는 투수를 떠올릴 수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다. 2017년까지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 승부가 많았던 류현진은 지난해 투심 패스트볼 장착을 기점으로 투심을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지고, 기존의 포심 패스트볼은 주로 몸쪽 높은 코스에 던지고 있다. 이런 투구 전략은 올 시즌 류현진이 사이영급 성적을 기록 중인 비결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류현진은 부상 복귀 후 포심 패스트볼만 던지던 2017년 포심 피안타율이 .369(15피홈런)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하고, 포심 패스트볼과 분리해서 던지기 시작한 후로는 포심 피안타율이 .206(4피홈런) 투심 피안타율이 .256(1피홈런)에 그치고 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 성적이 좋아진 것은 단순히 수술 후 몸 상태가 회복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류현진의 기간별 포심 패스트볼 성적 변화

 

[2013~2014년] 평균 90.6마일 (피안타율 .290 피장타율 .412)

[2017년] 평균 90.3마일 (피안타율 .369 피장타율 .733)

[2018~2019년] 90.3마일 (피안타율 .205 피장타율 .330)

 

이처럼 타자와 투수의 수 싸움은 계속 변하고 있다. 한때 낮은 투심 패스트볼은 타자들이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구종이었지만, '뜬공 혁명 이론(Air Ball Revolution, 발사 각도를 높임으로써 타격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과 그로 인한 어퍼 스윙의 증가로 리그 전체 투심 피안타율은 .290까지 높아졌다. 그 대신 어퍼 스윙의 유행으로 인해 포심 피안타율은 .265까지 낮아졌고, 이를 이용하는 영리한 투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통산 762홈런(ML 역대 1위)을 기록한 배리 본즈는 과거 '컨트롤 아티스트' 그렉 매덕스를 가리켜 "노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들어오는데 그가 파워 피처가 아니면 누가 파워 피처인가?"라고 평한 바 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마일에 못 미쳤지만, 기교파 투수란 이미지와 달리 그만큼 매덕스는 송곳 같은 제구력과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쳤던 선수다.

 

매덕스와 본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구속은 파워피처의 기본 조건이 아니다. 특히 전력 분석이 발달한 현대 야구에서는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앞설 수 있는 '다양한 구종'과 경기 전 수립한 게임 플랜대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제구력'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연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매덕스에 이어 사이영상을 받는 새로운 유형의 파워피처가 탄생할 수 있을까?

 

남은 시즌 류현진과 헨드릭스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 잘봤어요 잘봤어요 7
  • 화나네요 화나네요 0
  • 팬이에요 팬이에요 1
  • 후속기사 원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0
  • 새로고침
  • 도움말
  • Best 댓글
    공감 투표 비율이 높은 댓글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감수가 증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예고없이 제외 될 수 있습니다. 레이어 닫기
0 / 300
더보기

주르LOOK

도시경찰 프로모션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