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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MLB 컬럼

[이현우의 MLB+] 익숙함에 가려진 트라웃의 위대함

마이크 트라웃(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마이크 트라웃(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에는 매년 괴물 같은 성적을 기록하는 선수가 등장한다. LA 다저스 외야수 코디 벨린저는 53경기에서 타율 .382 20홈런 51타점이란 놀라운 타격 성적과 함께 주루와 수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편, 밀워키 브루어스 외야수 크리스티안 옐리치 역시 49경기에서 타율 .314 21홈런 44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NL MVP를 노리고 있다.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이목이 두 선수의 활약에 집중되고 있는 사이, 마이크 트라웃(27·LA 에인절스)은 언제나 그랬듯 올해도 조용히 늘 해왔던 일을 하고 있다. 

 

트라웃은 30일(한국시간)까지 51경기에서 타율 .276 12홈런 30타점 OPS 1.014을 기록 중이다. 특히 공·수·주를 종합한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3.3승으로 아메리칸리그(AL) 1위이자, MLB 전체 2위(1위 벨린저 4.4승, 3위 옐리치 2.9승)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트라웃을 향한 팬들의 반응은 앞선 두 선수와는 천양지차다.

 

 

 

현재 많은 메이저리그 팬은 트라웃의 성적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세 선수의 성적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점은 타율·홈런·타점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지표에서 트라웃이 앞선 두 선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과거보다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 지표가 대중화됐다고 하더라도 클래식 지표의 단순명쾌함에서 오는 대중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마이크 트라웃의 2019시즌 성적

 

타율 .276 (ML 62위)

홈런 12 (공동 32위)

타점 30 (공동 63위)

도루 6 (공동 19위)

출루율 .449 (2위)

장타율 .565 (19위)

OPS 1.014 (8위)

wRC+ 168 (6위)

WAR 3.3승 (2위)

 

많은 메이저리그 팬은 트라웃이 타율·홈런·타점 모두 벨린저와 옐리치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비슷한 타석 생산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트라웃의 높은 출루율과 에인절스타디움이 타자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추가 정보가 필요한데, 이것만으로도 일종의 진입장벽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견수와 코너외야수라는 수비 포지션의 차이에서 오는 포지션 가중치(Positional)나, 도루 외의 주루 기여도(UBR)에 대한 얘기가 추가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복잡한 개념은 매니아 층에겐 이미 친숙할지 몰라도 메이저리그를 가볍게 즐기는 팬들에겐 충분히 과잉 정보다.

 

따라서 세이버메트릭스가 클래식 지표에 비해 선수 평가에 있어 훨씬 정확도가 높은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한 선수 평가는 주류가 되기 힘들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통해 봤을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트라웃 같은 유형의 선수는 실제 실력보다 과소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

 

[자료] 트라웃의 연도별 wRC+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자료] 트라웃의 연도별 wRC+ 변화(자료=팬그래프닷컴)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트라웃에 대해 거는 기대치가 다른 두 선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올해는 유독 클래식 지표를 통한 평가와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통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트라웃은 앞선 7시즌 동안 클래식 지표만 놓고 봐도 역사상 손에 꼽힐만한 성적을 기록해왔다. 그 결과가 두 번의 AL MVP와 네 번의 AL MVP 투표 2위다.

 

이런 선수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데, 올해 트라웃의 성적은 냉정히 말해 클래식 지표뿐만 아니라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서도 그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40경기에서 타율 .312 39홈런 79타점 OPS 1.088 wRC+ 191로 타격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경신한 상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자료] 첫 1000경기에서 분야별 역대 1위 선수들의 기록과 마이크 트라웃(자료=ESPN)

[자료] 첫 1000경기에서 분야별 역대 1위 선수들의 기록과 마이크 트라웃(자료=ESPN)

 

하지만 역설적으로 트라웃이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선수인 이유가 이런 꾸준함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풀타임 첫해였던 2012시즌 이후 트라웃이 기록한 가장 낮은 wRC+(조정 득점창출력)은 167이다. 그런데 2018시즌 NL MVP였던 옐리치의 wRC+는 166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세이버메트릭스로 본 트라웃은 가장 못한 시즌에도 MVP급 성적을 기록하는 선수다.

 

클래식 지표로 보더라도 이런 사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12시즌 이후 트라웃의 가장 적은 시즌 홈런수는 27개였는데, 이해(2013년) 그의 타율은 .323이고 도루는 33개였다. 단일 시즌 최저 타율은 .287이었는데, 36홈런과 16도루 111타점을 기록했다. 바로 그해(2014년) 트라웃은 커리어 최초로 AL MVP를 수상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해 보이는 올해도 트라웃의 성적을 162경기로 환산하면 타율 .276 38홈런 95타점 OPS 1.014 WAR 10.5승이 된다. 클래식 지표상 타율이 조금 낮은 점은 아쉽지만, 나머지 성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올해도 시즌이 끝날 쯤이면 트라웃은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프1] 트라웃의 연도별 타석당 볼넷비율(BB%)과 삼진비율(K%) 변화. 올해 트라웃은 커리어 가운데 가장 높은 볼넷 비율과 함께 가장 낮은 삼진 비율을 기록 중이다(자료=팬그래프닷컴)

[그래프1] 트라웃의 연도별 타석당 볼넷비율(BB%)과 삼진비율(K%) 변화. 올해 트라웃은 커리어 가운데 가장 높은 볼넷 비율과 함께 가장 낮은 삼진 비율을 기록 중이다(자료=팬그래프닷컴)

 

[그래프2] 트라웃은 올해 커리어 가운데 가장 낮은 스윙비율(Swing%)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스윙(Z-Swing%)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진 공에 스윙(O-Swing%)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자료=팬그래프닷컴)

[그래프2] 트라웃은 올해 커리어 가운데 가장 낮은 스윙비율(Swing%)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이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스윙(Z-Swing%)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빠진 공에 스윙(O-Swing%)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자료=팬그래프닷컴)

 

트라웃의 올 시즌 BABIP(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된 비율)는 .282로 커리어 평균(.351)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BABIP를 기록 중이다. 또한,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바탕으로 계산한 기대타율(xBA)이 .303이라는 점을 고려했을때 현재까지 트라웃은 불운에 시달리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지금보다 타율이 높아지게 될 것이란 점을 알 수 있다.

 

한편, 트라웃이 올 시즌 클래식 지표를 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독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트라웃을 상대하는 투수들의 Zone%(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의 비율)은 40.3%로 커리어 가운데 가장 낮다. 즉, 애초에 홈런과 타점 등 성적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트라웃의 Z-Swing%(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스윙한 비율)는 58.0%로 지난해보다 소폭(1.1%) 감소했으나 커리어 평균(57.3%)에 비해선 오히려 높다. 트라웃의 올 시즌 볼넷 비율이 높아진 것은 그가 소극적으로 타격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존 바깥으로 빠진 공에 스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O-Swing 18.3% 커리어 로우).

 

이런 트라웃의 대응은 투수들이 제대로 승부하지 않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며, 이를 통해 트라웃은 올 시즌 커리어 가운데 가장 높은 타석당 볼넷 비율(21.6%)을 기록함과 동시에 가장 낮은 타석당 삼진 비율(15.9%)을 기록 중이다.

 

[영상] 2019년 4월 9일 옐리치의 홈런 타구를 걷어내는 트라웃(영상=엠스플뉴스)

[영상] 2019년 4월 9일 옐리치의 홈런 타구를 걷어내는 트라웃(영상=엠스플뉴스)

 

살다 보면 너무나 익숙하기에 당연시되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 곁에는 공기가 있기에 숨을 쉴 수 있지만, 평소엔 누구도 그 사실에 고마움을 느끼진 않는다. 그러다 공기가 없어서 숨을 쉴 수 없을 때가 돼서야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2012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트라웃의 존재도 이와 비슷하다.

 

트라웃의 활약에 익숙해진 우리는 그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먼 훗날 그가 은퇴한 후 우리는 그의 플레이를 지켜봤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트라웃은 최고의 자리에서 늘 견제당하면서도 꾸준히 약점을 극복해왔고, 이는 곁보기엔 부진해 보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다.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 비해 클래식 지표가 부족해 보이고, 늘 비슷한 성적에 아쉬움이 남아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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