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외국인 타자 테임즈, 11월 쇼케이스 추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5월 수술 뒤 재활 중, 내년 정상 활약 가능할까

-내년 만 36세 나이와 부상 우려에 적지 않은 구단 냉정한 반응

-리그 적응력 근거로 활약 기대하는 의견도…돌아와도 기동력·수비력 저하는 불가피

에릭 테임즈의 한국 복귀는 현실이 될까(사진=엠스플뉴스)
에릭 테임즈의 한국 복귀는 현실이 될까(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한국 복귀를 노린다는 소식에 야구계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내년 만 36세가 되는 나이와 부상 경력을 이유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쪽도 있지만, 한편에선 풍부한 KBO리그 경험을 무기로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

테임즈는 11월 중 한국에 입국해 KBO리그 구단 대상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회복해 내년 시즌 정상적인 활약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이벤트다.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쇼케이스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단계다. 테임즈의 몸 상태에 따라 입국 날짜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테임즈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했던 선수다. 2014년 NC 다이노스에서 데뷔해 3시즌 타율 0.349에 홈런 124개를 기록했고, 특히 2015시즌에는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와 타격 4관왕에 리그 MVP까지 거머쥐었다. 그해 테임즈가 기록한 OPS 1.288은 KBO리그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후 메이저리그에 유턴해서도 3년간 홈런 72개로 준수한 활약을 내며 대표적인 ‘KBO-MLB 역수출’ 성공사례로 이름을 남겼다. 다만 2020년 워싱턴에선 큰 활약을 하지 못했고, 올해는 일본프로야구 데뷔전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나이-부상 우려, 관심 없다” vs “리그 적응력 기대, 좋은 활약 예상”

테임즈의 워싱턴 시절(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테임즈의 워싱턴 시절(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현재 MLB 트렌드와 선수층을 볼 때 내년 테임즈의 빅리그 복귀는 쉽지 않다. 일본프로야구에 돌아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반면 KBO리그는 최근 외국인 타자 문제로 애를 먹는 구단이 많아, 검증된 타자 테임즈가 충분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 10개 구단 뎁스차트를 보면 테임즈의 포지션인 1루수가 약점인 팀이 여럿 눈에 띈다. 삼성(오재일), KT(강백호), 두산(양석환), 키움(박병호)과 외국인 타자를 보는 기준이 다른 팀과 다른 롯데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팀(NC, KIA, 한화, LG, SSG)이 잠재적인 테임즈 영입 후보다.

10개 구단의 1루수 성적. 1루수 보강이 필요한 팀이 여럿 눈에 띈다(통계=스탯티즈)
10개 구단의 1루수 성적. 1루수 보강이 필요한 팀이 여럿 눈에 띈다(통계=스탯티즈)

이렇게 보면 금방이라도 치열한 테임즈 쟁탈전이 펼쳐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정도까지 뜨거운 온도가 느껴지진 않는다. 한 지방구단은 “우리는 테임즈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고 철벽을 세웠다. 테임즈의 친정팀 NC 역시 테임즈 복귀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루수-외국인 타자 보강이 필요한 구단들도 비교적 ‘냉정한’ 시각으로 테임즈 복귀설을 바라봤다. A구단 단장은 “솔직히 말해 우리 구단은 테임즈에 큰 흥미가 없다”면서 “내년이면 벌써 나이가 36살이 되는데다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당한 선수다.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 부상 문제가 생기면 팀을 운영하는 데 큰 차질이 생긴다. 쇼케이스에 가서 한번 보기는 보겠지만, 크게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구단 단장도 “테임즈가 온다면 스카우트를 보내서 상태가 어떤지 보긴 할 거다”라면서도 크게 적극성을 보이진 않았다. 같은 구단 관계자는 “트레이닝 파트의 얘길 들어보니 5월 초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고 11월에 쇼케이스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한다. 11월이면 날씨도 추울 텐데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면서 “쇼케이스에서 보여줄 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테임즈의 한국 무대 경험과 적응력을 기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B구단 외국인 선수 담당자는 “최근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때 제일 힘든 게 ‘적응’ 문제”라면서 “코로나19로 2주 자가격리까지 하다 보니, 외국인 선수가 한국 생활과 야구에 적응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3년간 정상급 활약을 펼친 테임즈라면 적응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메이저리거 출신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테임즈는 한국야구를 경험해본 선수다. 아무리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도 다른 나라의 문화에 적응해야 기량을 펼칠 수 있다. KT가 제라드 호잉을 데려온 것도 적응력을 높게 샀기 때문”이라며 “한국야구와 선수들에 대한 지식이 있고 한국 문화를 알기에, 테임즈라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타자’ 테임즈는 여전히 기대…기동력·수비력 감퇴는 감안해야

NC 시절의 테임즈(사진=엠스플뉴스)
NC 시절의 테임즈(사진=엠스플뉴스)

만약 테임즈의 KBO리그 복귀가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 김선우 해설위원은 테임즈를 보는 눈높이를 조금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김 위원은 “예전 전성기 모습 그대로를 기대하는지, 그보다는 좀 떨어지더라도 일정 수준의 활약을 기대하는지. 보는 관점에 따라 테임즈에 대한 생각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전성기 테임즈는 ‘야구의 신’ 같은 존재였다. 타격 정확성과 선구안, 장타력은 물론 폭발적인 도루와 기대 이상의 1루 수비까지 못 하는 게 없었다. 2014~2016 3년간 테임즈의 도루성공률(82.1%)은 같은 기간 10도루 이상 선수 중에 6위에 해당한다. 1루에서 타구처리율도 92.87%로 해당 기간 1000이닝 이상 1루수 3위를 기록했다. 타자로서도, 주자로서도, 수비수로서도 최고였던 테임즈다.

KBO리그 복귀가 성사될 경우 테임즈에게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타격이다. 스탯캐스트 제공 데이터를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뛴 4년간 테임즈는 타구속도나 강한타구 비율 등에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김선우 위원은 “보통 타자의 노쇠화나 기량 하락은 배트 스피드를 보고 평가하는데, 2년 전 워싱턴에서 뛸 때도 스윙 스피드나 눈에 보이는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다만 ‘주자’와 ‘수비수’로는 NC 시절만큼 활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상 이전인 2020년에도 테임즈는 순간 속도, 홈에서 1루까지 뛰는 속도가 크게 하락한 모습이었다. 아킬레스건 수술과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를 생각하면 스피드와 운동능력의 감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쩌면 1루수로 나오는 날보다 지명타자로 나오는 날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테임즈 영입을 고려하는 구단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테임즈의 지난 5년간 스탯캐스트 지표(출처=baseballsavant.com)
테임즈의 지난 5년간 스탯캐스트 지표(출처=baseballsavant.com)

과거 KBO리그 정상급 외국인 타자 중에는 만 36세 이후에도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36세, WAR 7.89승), 2005년 한화 제이 데이비스(36세, WAR 6.35승), 2009년 LG 로베르토 페타지니(38세, WAR 5.12승)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호세는 2006년 41세 나이로 5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해서도 22홈런 OPS 0.886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한 바 있다. 한때 리그를 지배했었고, 오랜만의 리그 복귀를 노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호세와 닮은 점이 많은 테임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