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2년 차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김광현. 귀국 이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극비리에 두 차례 SSG 랜더스 필드를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5강 싸움 중인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는 물론, 자신의 거취를 놓고 불필요한 말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빅리그 2년차 시즌을 마친 김광현(사진=엠스플뉴스)
빅리그 2년차 시즌을 마친 김광현(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메이저리그 2년차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김광현은 지금 ‘잠행 모드’다.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 등 공개 일정 없이, 가족과 함께 조용한 휴식기를 보내는 중이다. 언론사 사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김광현의 가장 최근 사진은 10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찍힌 사진이 마지막이다.

그래도 친정팀 SSG 랜더스와 동료들을 향한 애정은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취재 결과 김광현은 귀국 이후 두 차례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SG 관계자는 “김광현이 야구장에 두 번 왔었다. 귀국 직후 한 번, 10월 21일에 다시 한번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광현의 랜더스 필드 방문은 야구 관계자나 취재기자들 모르게 조용히 이뤄졌다. 한 SSG 관계자는 “최근에는 홈경기가 없는 날이 많고, 코로나19로 외부인과 선수단 출입 동선이 분리돼 눈에 띄지 않게 다녀가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귀국 직후에는 인사차 야구장에 방문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과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고 돌아갔다. 21일에는 최정 선수의 400홈런 기록을 축하하러 야구장에 들렀다. 축하 메시지도 전하고 선물을 건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메이저리그 스타 선수가 친정팀에 방문하면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어 떠들썩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조용하게 다녀가는 쪽을 택했다. 김광현의 한 측근은 “원래 김광현이 크게 주목받는 걸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또 한창 팀이 가을야구 경쟁 중인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이 주목받거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는 걸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를 모두 경험한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소식을 접한 뒤 “김광현이 얼마나 친정팀을 아끼고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는 의견을 말했다.

“김광현, 빅리그 계약 따낼 가능성 높아...FA 시장 동향 지켜본 뒤 움직일 것”

김광현은 10월 11일 귀국 이후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기자회견(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김광현은 10월 11일 귀국 이후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기자회견(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김광현의 조용한 잠행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김광현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년 계약은 올 시즌을 끝으로 종료됐다.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김광현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김광현의 빅리그 잔류와 KBO리그 복귀를 놓고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만약 김광현이 공개적으로 SSG 랜더스필드에 방문하고 선수단과 만나면 어떤 식으로든 SSG와 연결해서 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아직 내년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정도 하지 않은 김광현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김광현도 SSG도 서로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메이저리그 시장 상황과 현재 분위기는 김광현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와 복수 구단 스카우트가 “빅리그 보장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DKTV’를 운영하는 메이저리그 전문가 대니얼 킴은 엠스플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현지에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받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스플릿 계약이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을 충분히 따낼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대니얼 킴은 현지 프런트, 에이전트 등과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방송인이다. 엠스플뉴스가 문의한 다른 전문가와 구단 스카우트 역시 대니얼 킴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물론 김광현이 맥스 슈어저, 클레이튼 커쇼(이상 LA 다저스), 잭 그레인키(휴스턴), 케빈 가우스먼(샌프란시스코)처럼 대형 FA로 분류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팀이 이런 A급 선발투수 FA를 노리지는 않는다. 대형 장기계약보다는 단년 계약으로 영입 가능한, 빅리그 경쟁력 있는 선발투수를 찾는 팀에게는 김광현도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니얼 킴은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팀 중에 대형 계약보다 2차 시장에서 적재적소에 좋은 선수를 영입해 성과를 거둔 사례가 많다. 알렉스 우드를 1년 300만 달러에 계약해 대성공을 거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2019~2020 2년간 16경기 1승 4패에 그쳤던 우드는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26경기 10승 4패 평균자책 3.83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닝이터가 줄고 불펜 비중이 커진 최근 야구에선 선발 뎁스 강화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흐름이다. 구단들 사이에선 선발투수 자원이 8~9명은 돼야 162경기 시즌을 무사히 치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LA 다저스만 해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겨울에도 구단들은 김광현 같은 투수를 최대한 많이 모아서 선발 뎁스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대니얼 킴의 예상이다.

지난 2년간 김광현은 빅리그 선발투수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첫해인 2020년엔 8경기에서 3승 1세이브 평균자책 1.62를 기록했고, 올해도 27경기(21선발)에 등판해 7승 7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 3.46으로 나쁘지 않았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부상이 있긴 했지만 지난 2년간 던진 기록이 있고, 경험있는 좌완투수라는 장점이 있다. 투수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광현은 지난 두 시즌 빅리그 경쟁력을 입증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은 지난 두 시즌 빅리그 경쟁력을 입증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광현으로서는 서둘러 거취를 정할 이유가 없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열린 뒤 시장 분위기를 충분히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분석이다. 아직 김광현 측의 공식적인 반응이 나오진 않았지만, 야구계에선 김광현도 미국 잔류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광현은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FA 신분이 된다. 월드시리즈 종료 5일 뒤부터는 구단들과 계약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김광현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11월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려고 할 것이다. 시장 흐름은 어떤지, 어떤 구단으로부터 얼마나 좋은 제안이 오는지 들어본 뒤에 거취를 정해도 늦지 않는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김광현 본인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라고 말했다.

가족과 자녀가 있는 김광현 입장에선 팀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만약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애틀랜타, 시애틀 등 좋은 생활환경을 갖춘 구단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받는다면 잔류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 있다. 특히 이들 도시는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김광현이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충분하다.

SSG 랜더스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서 미국 잔류와 한국 복귀 사이에서 고민하다 한국행을 결심한 추신수처럼, 정용진 구단주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과감하게 베팅한다면 움직인다면 김광현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SSG는 “김광현 선수가 확실히 한국 무대로 돌아오겠단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우리 구단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SSG 관계자는 “만약 김광현 측이 미국 무대 잔류를 위해 협상을 이어간다면 올겨울 꽤 긴 시간 동안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로선 오랫동안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 김광현 측에서 먼저 국내 복귀 의사를 밝힌다면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김광현 관련해서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 선수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팔꿈치 수술 뒤 재활 중인 SSG 투수 문승원과 박종훈은 2022년 6월 1군 복귀를 목표로 순조롭게 재활 과정을 소화 중이다. 만약 김광현까지 돌아온다면 SSG는 다시 리그 최강 토종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쟁력을 보여준 김광현으로서는 이대로 돌아오기엔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김광현은 내년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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