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KT WIZ 꺾고 경기 차 없는 2위로 추격

-금요일 밤 ‘라팍’ 뜨겁게 달군 삼성 팬들 “오랜만의 가을야구, 뭉클한 마음”

-원태인·김상수의 투·타 맹활약, “정말 중요한 경기라 꼭 이기고 싶었다.”

-‘라팍’에 부는 진짜 가을바람, 잔여경기 최상의 시나리오 꿈꾸는 삼성

삼성이 10월 22일 선두 KT와 일전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삼성이 10월 22일 선두 KT와 일전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구]

10월 2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 가을바람이 불었다. 무늬만 가을바람이 아닌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진짜 가을바람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오랜 기간 가을바람이 이렇게 상쾌했는지 잊고 있었다. 2016년 라이온즈 파크 개장 뒤 5년의 세월 동안 10월 가을야구는 삼성 팬들에겐 남의 잔치에 불과했다. 해마다 라팍에서의 가을야구를 하겠단 선수들의 약속에도 불신이 쌓여갔다.

하지만, 2021년 삼성은 진짜 다르다. 22일 대구 KT WIZ전은 달라진 삼성의 단단함의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선발 투수 원태인의 7.1이닝 2실점 호투와 함께 팀 타선도 상대 에이스 선발 고영표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삼성 벤치도 최채흥과 오승환을 연이어 투입하는 승부수로 경기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모든 선택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 삼성의 ‘고급 야구’였다.


- 팬들의 열띤 응원·선수들의 맹활약·KT전 승리, 삼위일체 된 라팍의 하루 -

10월 22일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삼성 팬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10월 22일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삼성 팬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랜 기간 무늬만 가을야구를 지켜봤던 삼성 팬들도 진짜 가을 잔치를 만끽했다. 5,866명의 관중이 들어찬 라이온즈 파크는 이미 포스트시즌의 긴장된 공기가 맴돌았다. 삼성 팬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선두 싸움의 긴장감을 열띤 응원으로 승화했다.

이날 라이온즈파크를 찾은 삼성 팬 임정미 씨는 “어릴 적부터 시민야구장을 다녔던 오랜 삼성 팬이다. 가을에 이렇게 선두권 경쟁을 펼치는 게 오랜만이라 이렇게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마음이다. 오늘 내일 꼭 이겨서 우승까지 노려봤으면 좋겠다. 라팍에서 첫 가을야구도 보고 싶지만, 한국시리즈로 직행해 고척돔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하는 게 더 기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팬들의 열띤 응원 열기와 선수들의 경기력, 그리고 승리라는 결과까지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 삼성의 하루였다. 삼성 선수들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고, 꼭 이기고 싶었다. 경기 전 (강)민호 형이 평소에 안 그러는데 ‘부담감을 가지고 던져’라고 말씀하시더라(웃음). 긴장감이 있는 경기라 아드레날린이 더 분비된 느낌이었다.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 절약까지 이뤄졌다. 플레이오프 혹은 한국시리즈라고 생각하고 공을 던졌다. 오늘 등판 경험이 가을야구에도 큰 도움이 될 듯싶다.” 투수 원태인의 말이다.

삼성 왕조 시절 가을야구 유경험자인 내야수 김상수의 맹타도 돋보였다. 김상수는 이날 고영표를 상대로 결정적인 3타점 적시 2루타를 뽑았다. 김상수는 공격뿐만 아니라 2루수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타구 처리를 통해 팀 내야진 안정화를 이끌었다.

4회 말 기회에서 볼 카운트가 유리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스윙해 운 좋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주말부터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는 느낌이다. 중요한 일정인데 출발이 좋다. 그동안 부진해 팀에 큰 도움이 못 돼 미안했다. 부진을 만회할 기회가 남았기에 남은 경기에서 못다 한 것들을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김상수의 말이다.


- 삼성 최상의 시나리오, 선발진과 오승환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라 -

선발 투수와 오승환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짧을지에 삼성의 잔여경기 결과가 달려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선발 투수와 오승환 사이의 간격이 얼마나 짧을지에 삼성의 잔여경기 결과가 달려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제 1위 자리에 도전하는 삼성의 이점은 잔여 경기가 가장 적은 팀이란 점이다. 물론 자력 우승 매직 넘버를 넘겨받아야 하지만, 대체 선발을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에도 분명히 유리한 면이 있다.

남은 순위 싸움을 향해 삼성 허삼영 감독이 강조한 단어는 ‘순리대로’였다. 잔여 경기가 적기에 변칙 선발 로테이션이 가능하지만, 허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 순서 그대로 남은 경기 선발 등판 순서를 짰다. 데이비드 뷰캐넌을 23일 KT전인 아닌 24일 대구 SSG 랜더스전 선발 마운드에 올리는 것과 2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선발 투수를 마이크 몽고메리로 내정한 것 모두 의외의 판단이다.

다음 주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 싸움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시즌 막판 승부처라고 해도 순리대로 가야 한다. 선발 로테이션에 큰 변화 없이 지난 주 등판 순서 그대로 등판할 계획이다. 몽고메리와 최채흥을 비교하면 몽고메리가 선발 자리에서 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채흥은 이제 불펜에서 스윙 맨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몽고메리는 키움 타자들과 상대한 적이 없기에 생소함이란 장점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다음 주 창원 원정 2연전 선발 투수는 향후 상황을 고려해 정하겠다.” 허삼영 감독의 말이다.

삼성에 잔여 경기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발진의 긴 이닝 소화로 불펜진을 최대한 짧게 거쳐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공을 넘기는 그림이다. 최근 오승환은 8회 ‘4아웃’ 혹은 최대 ‘5아웃’ 세이브까지 노리고 있다. 그만큼 삼성 불펜진의 헐거움으로 오승환에게 쏠리는 과부하가 심해졌다. 그래도 삼성이 잔여 6경기에서 승리 확률을 가장 높일 방법은 결국 선발진의 최소 7이닝 소화와 8회 오승환의 조기 등판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대로 나머지 5경기를 끝낸다면 삼성은 한때 너무나도 익숙했던 그 자리로 올라선다. 그리고 삼성 팬들도 드디어 라이온즈 파크에 부는 진짜 가을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그 가을바람은 삼성에 어떤 바람보다도 상쾌한 바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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