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던진 구자욱과 로진백 던진 몽고메리, S존 판정 논란 얽힌 삼성 라이온즈

-인간의 눈으로 판정에 한계가 있는 S존, 로봇 심판 도입 여론 재점화

-2년째 퓨처스리그 로봇 심판 운영 중인 KBO “지난해보다 딜레이 시간 단축 향상”

-달라질 로봇 심판 S존에 선수들의 적응도 관건 “전준우 스트라이크 판정 사례 더 많아질 것”

8월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내리는 상황(사진=엠스플뉴스)
8월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이 스트라이크 존 판정을 내리는 상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10월 1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선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의 헬멧이 땅으로 내쳐졌다. 구자욱이 직접 자신의 헬멧을 땅에다 던진 뒤 구심의 퇴장 명령을 받은 장면이었다.

문제는 KBO리그에서 끝없는 논란이 이어지는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이날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 후했던 분위기에서 구자욱이 들어선 상황은 삼성이 0대 2로 뒤진 5회 말 2사 2, 3루 기회였다. 구자욱은 볼 하나를 먼저 지켜본 뒤 세 차례 연속으로 들어온 스트라이크를 바라만보면서 삼진을 기록했다.

상대 선발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구자욱에게 던진 마지막 공은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공이었다. 중계 화면상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 경계보다 약간 빠진 공 궤적이 나온 까닭이었다. 구자욱은 황당하단 표정으로 곧바로 헬멧을 던진 뒤 구심에게 거센 항의에 나섰다. 송수근 구심은 구자욱의 거친 항의가 나오자 곧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결국,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0대 5로 패했다.

삼성은 스트라이크 존과 악연이 또 있다.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가 9월 10일 대구 KT WIZ전 등판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불만을 품고 구심에게 로진백을 던진 장면이다. 결국, 몽고메리는 2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오랜 기간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비워야 했다.


- "판정 딜레이 문제 어느 정도 해결" KBO 로봇 심판은 성장 중 -

로봇 심판 경기가 진행된 퓨처스리그에서 구심이 다소 뒤늦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로봇 심판 경기가 진행된 퓨처스리그에서 구심이 다소 뒤늦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선두 경쟁을 펼치는 삼성이기에 스트라이크 존 판정에 더욱 예민해지는 시기다. 삼성 팬들도 더 구심들의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하나에 신경이 거슬리는 분위기다. 승부처에서 나오는 논란의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에 승패가 갈린다면 스트라이크 존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구자욱 선수가 평소 그렇게 거친 행동을 하는 선수가 아닌데 헬멧을 던질 정도로 감정을 표출했더라. 팀이 선두 경쟁을 펼치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스트라이크 판정 하나에 선수와 팀 전체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눈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는 이상 스트라이크 존 논란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돌고 돌아 로봇 스트라이크 존 도입의 필요성이 또 제기되는 분위기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020시즌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0시즌에 이어 2021시즌에서도 퓨처스리그 로봇 심판이 활용됐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로봇 심판이 진행한 퓨처스리그 경기가 60경기 정도 더 많았다. 또 로봇 심판이 설치된 퓨처스리그 야구장은 세 군데였다. 그래도 아직 여전히 1군 로봇 심판 도입을 위한 전체 데이터 수집 양은 적다고 본다.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 내년에도 퓨처스리그에 한정돼 로봇 심판을 운영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로봇 심판 도입의 관건은 판정 딜레이 시간과 달라진 스트라이크 존 적응이다. 2021시즌 진행한 로봇 심판 경기에서 판정 딜레이 시간은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KBO 관계자는 “지난해 로봇 심판 도입 초기엔 판정 딜레이가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도 올 시즌 개선된 로봇 심판 경기에선 딜레이 시간이 어느 정도 줄어서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문제는 스트라이크 존이 기존 심판이 판정한 존과 다소 다르단 점이다. 아무래도 스트라이크 존 끝자락을 통과해서 떨어지는 공 같은 경우 포수 포구 위치와 상관없이 스트라이크 존 판정이 나오니까 선수들은 처음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 로봇 심판 도입으로 달라질 S존 "선수들이 차차 적응해야 할 부분" -

9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온 논란의 스트라이크 판정. 전준우는 포수 미트 위치를 보고 스트라이크 판정에 거친 항의를 했다(사진=해당 중계 화면 캡처)
9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온 논란의 스트라이크 판정. 전준우는 포수 미트 위치를 보고 스트라이크 판정에 거친 항의를 했다(사진=해당 중계 화면 캡처)

KBO 관계자는 최근 전준우 타석에서 나온 문승원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을 예를 들어 로봇 심판으로 달라지는 스트라이크 존에 선수들이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준우는 9월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상대 투수의 커브에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자 거칠게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한화 투수 닉 킹험이 던진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을 살짝 걸친 듯한 궤적으로 떨어졌다. 포수의 최종 포구 지점은 땅에 가까웠다.

KBO 관계자는 “당시 전준우 선수가 항의한 스트라이크 판정 장면을 보면 궤적상으론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고 판정할 여지가 있는 공이었다. 규정상 홈 플레이트 위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면 포수 포구 지점에 관계없이 스트라이크다. 로봇 심판이 도입된다면 저런 장면이 더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로봇 심판 스트라이크 존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방법뿐”이라고 바라봤다.

로봇 심판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KBO는 2022시즌 1군 로봇 심판 도입에 대해선 유보적인 자세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의 로봇 심판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기술적인 준비가 됐다면 KBO리그가 선제적으로 로봇 심판을 도입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야구팬들로부터 공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단 점이다. 끝없는 스트라이크 존 논란을 조금이라도 줄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트라이크 존 좌·우는 홈 플레이트 양 끝을 기준으로 명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지 않나. 좌·우 경계선에 센서를 설치해 이를 벗어날 경우에만 구심에게 곧바로 신호를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구심은 스트라이크 존 상·하 판정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훨씬 더 정교한 스트라이크 판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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