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 도약 이끈 공격력…팀 득점, 홈런, OPS 등 모든 부면에서 향상

-1위 KT에 한때 1.5게임 차 맹추격, 승부수 걸 타이밍이 왔다

-고지 코앞에 두고 식어버린 삼성 타선, 집단 타격 침체에 순위도 제자리걸음

-강민호 부상 복귀로 숨통 트여, 살아나야 할 피렐라 방망이

오재일과 강민호, 그리고 이원석(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오재일과 강민호, 그리고 이원석(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구]

선발진, 오승환, 그리고 방망이. 누군가 ‘라이온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라고 묻는다면, 반드시 정답지에 포함될 법한 키워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은 FA(프리에이전트) 오재일,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를 영입하며 공격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9월까지 삼성의 팀 득점은 628점으로 리그 2위, 팀 홈런도 122개로 리그 3위를 차지했다. 팀 득점 8위(699점), 팀 홈런 7위(129개)로 암울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외부 영입으로 타선 뎁스가 두둑해지면서, 삼성은 한 시즌 내내 꾸준하게 버틸 힘을 얻었다. 오재일이 부진할 때는 피렐라가 맹타를 치고, 피렐라가 잠잠하면 구자욱이 펄펄 날았다. 박해민이 부상으로 빠진 동안엔 김동엽이 해결사 역할을 했고, 김지찬의 힘이 떨어졌을 땐 오선진이 나타나 활약했다.

딱히 1990년대 대구시민운동장 시절처럼 매 경기 10점씩 내고 홈런이 펑펑 터지는 공격력은 아니지만, 삼성 타선은 시즌 내내 꾸준했고 이기기에 충분한 득점을 해줬다. 데이비드 뷰캐넌-원태인-백정현이 버티는 선발진과 오승환이 지키는 뒷문에 좋은 타선까지 갖췄으니 선두 싸움은 당연한 결과였다.

‘1위 탈환’ 코앞에 두고 식어버린 타선, 잘 맞은 인플레이 타구 실종

최근 부진한 삼성 타선에서 구자욱과 함께 가장 나은 타격을 보여주는 박해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최근 부진한 삼성 타선에서 구자욱과 함께 가장 나은 타격을 보여주는 박해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시즌 중후반 2~3위를 오르내리며 야금야금 승수를 챙긴 삼성은 10월 13일 KIA전 승리로 선두 KT 위즈와 승차를 1.5경기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마침 마이크 몽고메리도 돌아왔고 백정현도 돌아와서 선발진도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마지막으로 총력 승부를 펼칠 절호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아뿔싸, 이 중요한 순간에 활활 타올라도 모자랄 타선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8일 NC전 무득점 패배를 시작으로 15일 키움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9득점, 경기당 평균 1.8득점에 그치는 지독한 득점 가뭄이 찾아왔다. 15일 키움전에서도 6이닝 완봉패를 당한 삼성은 불과 열흘 사이에 두 차례나 무득점 경기를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삼성 타선의 침체는 안방마님 강민호가 허리 통증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과 겹친다. 피렐라의 타격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강민호까지 라인업에서 빠지면서 타선의 힘이 약해졌다.

10월 한 달간 삼성 타선이 11경기에서 때린 홈런은 단 2개. 이 기간 팀 타격은 타율 0.228 장타율 0.285 OPS 0.594로 김상수의 시즌 성적(타율 0.226 장타율 0.289 OPS 0.606)보다도 못한 기록을 내고 있다.

10월 기준 강민호(타율 0.059), 이원석(0.143), 김헌곤(0.161), 김상수(0.188), 피렐라(0.212), 김지찬(0.231) 등 주전 야수 반 이상이 노소와 국적을 막론하고 부진하다. 주포 오재일도 홈런 없이 OPS 0.610으로 좋지 않다. 그 좋아하는 마산 경기에서도 7타수에 안타 2개 때리는 데 그쳤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해민(타율 0.394)과 구자욱(0.310)이 그나마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둘만 잘해서는 작년 재작년 삼성 타선과 다를 게 없다.

타선 전체적으로 질 좋은 인플레이 타구 생산이 줄어든 게 눈에 띈다. 최근 5경기를 떼어놓고 보면 헛스윙 비율(19.5%)은 가장 높았고 컨택트율(72.3%)은 나빴다. 올 시즌 리그 최소 삼진율(16.2%) 팀답지 않게 최근 경기에선 21.9%의 높은 삼진율을 보였다. 홈런 생산이 뚝 끊긴 가운데 컨택도 안 되고 삼진까지 많이 당하니 생산성 있는 공격은 기대하기 어렵다.

15일 경기에서도 6회 구자욱의 펜스 직격 2루타가 나오기 전까지 잘 맞은 타구는 1회 나온 오재일의 펜스 앞에서 잡힌 타구가 유일했다. 호세 피렐라의 안타는 1루수쪽 내야안타였고, 5회 김호재의 안타도 중견수쪽 빗맞은 타구로 만든 행운의 안타로 정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기전 허삼영 감독은 “우리 타선도 언제 타격이 활성화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야구에는 변수가 많으니까 오늘 경기에 집중하겠다. 오늘도 일찍부터 나와서 연습하는 타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며 타선 반등을 기대했지만, 바람과 달리 삼성은 제대로 된 찬스 한번 못 잡고 경기를 내줬다.

살아나야 할 강민호-피렐라, 활용해야 할 김동엽-김호재

수비와 주루를 잃은 피렐라. 지명타자만 되는 피렐라의 타격 부진은 삼성에 딜레마를 안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수비와 주루를 잃은 피렐라. 지명타자만 되는 피렐라의 타격 부진은 삼성에 딜레마를 안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일단 15일 경기에선 무안타에 그쳤지만, 주전 포수 강민호의 라인업 복귀로 꽉 막힌 타선에 숨 쉴 구멍이 생겼다. 허삼영 감독은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강민호를 4경기 동안 벤치에 앉혀놓고 충분한 휴식을 줬다.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강민호가 시즌 초반처럼 활기찬 플레이를 해준다면 삼성 타선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전반기 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피렐라의 리바운드도 절실하다. 7월(타율 0.192)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피렐라는 8월 타율 0.206을 거쳐 10월에도 월간 1홈런에 타율 0.214로 파란색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상대의 집요한 몸쪽 약점 공략과 발바닥 통증 이중고에 시달리는 피렐라가 살아야 삼성 타선에도 힘이 붙는다. 정상적인 수비와 주루가 불가능한 가운데 타격까지 부진한 피렐라의 존재는 삼성으로서는 딜레마다.

타선의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김동엽, 김호재 등 벤치 멤버를 좀 더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김동엽은 9월 이후 타율 0.333에 홈런 3개로 삼성 타선에서 그나마 방망이가 살아있는 선수. 10월에도 선발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날렸고, 그 중 3경기에서는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타격감이 좋다.

하지만 삼성은 방망이가 뜨거운 김동엽보다는 타격이 가라앉은 김헌곤에게 더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 최근 5경기만 봐도 김헌곤이 4경기에 선발 출전한 반면 김동엽은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물론 여기엔 피렐라가 지명타자로 들어가면서 좌익수 자리의 수비력을 생각해야 하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최근 김동엽의 수비력은 테드 윌리엄스 시프트를 건 상태에서 좌익수 쪽 뜬공이 나온 듯한 스릴을 선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타선 전체가 슬럼프인 상황에서, 전날 멀티히트에 홈런까지 날린(13일 KIA전) 타자가 다음날부터 벤치만 지키는 건 가진 무기를 제대로 꺼내서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당하는 듯한 아쉬움을 준다. 수비가 문제라면 피렐라에게 잠시 휴식을 주고 김동엽을 지명타자로 넣는 방법도 있다. 15일 경기 유격수로 “컨디션이 좋은” 김호재를 기용해 효과를 본 것처럼, 공격력 강화를 위해 뭐든 해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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