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크리스 플렉센의 대성공, KBO리그 외국인 선수 향한 관심 더 커졌다

-ML 스카우트 “만 30세 이하 젊은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스카우트 대상”

-가장 큰 관심 받는 선수는 수아레즈, 탈삼진왕 미란다는 일본 구단에서 관심

-미·일 구단과 치열한 경쟁에 “외국인 선수 너무 잘해도 걱정”

앤드류 수아레즈와 아리엘 미란다(사진=엠스플뉴스)
앤드류 수아레즈와 아리엘 미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현재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선 KBO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여럿 눈에 띈다. 이름만 봐도 응원가가 절로 나오는 반가운 이름, 그리운 추억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가을야구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선 전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던지고 있다. 올해 휴스턴 불펜투수로 58경기에 등판한 레일리는 9이닝당 11.94개를 잡아낸 가공할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가을야구 로스터에 합류했다. 롯데 시절엔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가을야구를 2년 연속으로 원 없이 누리고 있는 레일리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엔 전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있다. 삼성 4번타자로 3시즌 86홈런을 날린 러프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재입성, 올 시즌 홈런 16개를 때려내는 활약을 보였다. 뛰어난 좌완투수 공략 능력을 무기로 샌프란시스코의 NL 우승에 기여한 러프는 생애 첫 가을야구 출전 기회까지 잡았다.

“수아레즈, 미국 구단 관심 1순위” 미란다는 미국보다 일본 구단 타겟

미국 유턴으로 대박난 플렉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유턴으로 대박난 플렉센(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처럼 KBO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활약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비록 포스트시즌 경쟁에선 탈락했지만, 올 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활약한 크리스 플렉센도 KBO가 키운 선수다.

뉴욕 메츠 시절 공만 빠르고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부족해 성장이 더뎠던 플렉센은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올해 2년 보장 475만 달러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재입성, 31경기 14승 6패 평균자책 3.61을 기록하며 시애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시즌 말미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가 선정한 시애틀 ‘올해의 투수’상까지 받았다.

플렉센의 대성공은 올해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미 수 년 전부터 미국과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은 김광현, 김하성, 양현종 등 국내 특급 선수를 관찰하면서 외국인 선수도 함께 지켜봐 왔다. 에릭 테임즈, 메릴 켈리, 조시 린드블럼 등은 이 레이더망에 포착돼 미국 유턴에 성공한 사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만 26세 젊은 선수 플렉센의 성공은 국외 구단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 무대에서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던 젊은 선수 가운데, 한국야구라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야구를 배우고 한 단계 성장한 선수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구단 소속 한 스카우트는 “플렉센의 영향으로 우리 구단을 비롯한 빅리그 구단들의 KBO리그 외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특히 만 26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 선수라면 대부분 스카우트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LG 트윈스 좌완 앤드류 수아레즈다. 아메리칸리그 구단 소속 스카우트는 “수아레즈가 단연 1순위다. 현재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팀이 여럿 있다”면서 “지금 당장도 스팟 선발이나 롱릴리프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NL 구단 스카우트는 “가진 공에 비해 마운드 운영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속구와 슬라이더 구사 능력을 지닌 선수다. 관심을 갖는 팀이 여러 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28세인 수아레즈는 3년 전인 2018시즌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풀타임 빅리그 선발을 경험한 바 있다.

반면 두산 베어스 에이스로 활약 중인 아리엘 미란다는 미국보다는 일본 구단들이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NL 구단 스카우트는 “1989년생으로 다소 많은 나이가 아쉽다. 커리어 대부분을 일본, 타이완, 한국 등 아시아에서 활약해 비교 대상이 많지 않고 불펜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도 미국 유턴에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L 구단 스카우트는 “올 시즌 뒤 일본프로야구 투수 가운데 미국 진출이 예정된 선수가 많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리반 모이넬로 같은 나이 어린 좌완 투수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역으로 일본 구단 쪽에서 미란다나 라이언 카펜터(한화) 같은 KBO 소속 좌완 외국인 투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너무 못해도 문제지만 너무 잘해도 문제? KBO 구단들의 딜레마

이강철 감독과 대화 중인 데스파이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강철 감독과 대화 중인 데스파이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편 시즌 초반만 해도 ‘제2의 플렉센’ 소리까지 나왔던 두산 워커 로켓을 향한 관심은 최근 생긴 팔꿈치 부상으로 미지근하게 식었다. NL 구단 소속 스카우트는 “시즌 내내 팔꿈치 이슈를 달고 다녔다는 게 걸리는 부분이다. 건강을 회복한다 해도 체인지업 하나만 갖고는 미국에서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KIA 다니엘 멩덴 역시 “커리어 내내 팔꿈치 문제가 있었던 투수라서 영입하기엔 리스크가 따른다”는 평가다. 올 시즌엔 다소 부진하지만 지난해 리그를 압도했던 롯데 댄 스트레일리는 구단과 재계약 여부가 관건이다. 1988년생으로 다소 많은 나이가 약점이지만, 지난해 보여준 구위와 운영 능력이라면 기대해 볼 만 하다고 평가하는 스카우트가 있다.

외국인 투수를 향한 뜨거운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외국인 타자 중에는 미국 구단이 주시하는 선수가 없는 실정이다. AL 구단 스카우트는 “외국인 타자 중에는 빅리그에서 관심을 갖는 선수가 전혀 없다. NC 애런 알테어 정도가 그나마 근접한 수준이지만 미국보다는 일본 쪽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대상”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선수를 향한 국외 구단들의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KBO리그 구단에 딜레마다. 부진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 선수를 퇴출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는 외국인 선수가 너무 잘해도 재계약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 아직 시장 규모가 작은 KBO리그 여건상 미국, 일본 구단과 돈으로 경쟁해서 한국 구단이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지방 구단 관계자는 “미일 구단과의 선수 영입 경쟁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좋은 외국인 선수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기존 외국인 선수 중에도 확실한 재계약 대상자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렇다고 새로 데려오는 선수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서 고민이 많다”고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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