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과 문동주, 역사적 1차 지명 결정 앞둔 KIA 타이거즈

-‘이종범의 재림’ 찬사받는 김도영…KIA 라인업에 에너지 더할 특급 유격수

-완성형 투수 유망주 문동주…강속구, 제구력, 변화구, 부족한 게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 거듭한 KIA, 세기의 선택에서 어떤 결론 내릴까

역사적 선택을 앞둔 KIA, 그리고 한화(사진=엠스플뉴스)
역사적 선택을 앞둔 KIA, 그리고 한화(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선택의 날이 밝았다. 앞으로 10년쯤 뒤 KIA 타이거즈의 운명을 바꾼, 그리고 한화 이글스와 프로야구 판도까지 바꿔놓은 선택으로 야구사에 남을 중요한 날이다.

2022 KBO 신인 1차 지명 발표일인 오늘(23일), 대부분의 구단은 지명자를 확정하고 발표만 남겨둔 상태다. 두산 베어스(이병헌), LG 트윈스(조원태), 키움 히어로즈(주승우)는 이미 지명을 마쳤고 SSG 랜더스와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는 연고지 투수 유망주로 결론을 내렸다. NC 다이노스도 연고지 포수가 확정적이고, 삼성 라이온즈는 내야수 보강에 1차 지명권을 사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의 1차 지명은 발표 당일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궁 속이다. KIA는 ‘5툴’ 천재 유격수 김도영과 156km/h 강속구 우완 문동주,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유망주 둘 사이에서 고민과 회의와 장고를 계속했다. 조계현 단장은 여러 인터뷰에서 “나도 누굴 지명할지 모르겠다” “서류 제출 직전까지도 고민할 것 같다”는 말로 햄릿이 된 고뇌를 묘사했다.

최고의 타자 유망주냐, 최고의 투수 유망주냐…KIA의 행복하지만 괴로운 선택

조계현 단장(사진=엠스플뉴스)
조계현 단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KIA의 1차 지명 주인공은 하루 전날인 22일 밤 9시까지도 구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KIA 바로 다음 지명권을 행사하는 한화 이글스도 KIA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였고, 애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선수 쪽에도 별다른 언질이 없었다.

KIA처럼 1차 지명 선수를 지명 당일에 결정하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1차 지명처럼 중요한 결정은 단장까지 참석한 회의를 수차례 거친 뒤 마지막 대표이사 결재 단계까지 통과해야 완료된다. 그래서 발표 2~3일 전에는 지명을 끝내고 선수와 소속 학교에 언질을 주는 게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나 지인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새어나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KIA의 1차 지명 선수가 누군지는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스카우트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 사이에서도 말이 엇갈린다. KIA가 철통 보안에 성공한 게 아니라면, 정말로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 못 할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

KIA가 왜 이렇게 고민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차라리 타자와 타자, 투수와 투수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렇게까지 선택이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KIA는 전면드래프트 기준으로도 전체 1순위를 다투는 최고 타자 유망주와 최고 투수 유망주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둘의 포지션이 전혀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KIA의 선택에 따라 자동으로 한화의 1차 지명 선수가 정해지는 것도 KIA로선 부담스럽다. 지명 결과를 놓고 어떤 식으로든 계속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주사위 던지기에서 이겨놓고 류지현 대신 류택현을 선택한 두산 베어스(당시 OB)나, 류현진 거르고 나승현을 지명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은 지금까지도 회자한다. KIA와 한화가 윈윈하거나 KIA 완승으로 끝나지 않는 이상, 먼저 선택권을 사용한 KIA 쪽이 불리한 게임이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나 같아도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김도영과 문동주 둘 다 매력적인 유망주”라며 “좋은 선수를 뽑을 기회가 주어진 KIA가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선택하기 정말로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고교 최고 유격수 김도영은 ‘이종범의 재림’이란 찬사를 받는 유망주다. 우타자인데도 1루까지 3초대에 끊는 빠른 발과 뛰어난 타격 감각, 폭발적인 운동 능력을 한 몸에 갖췄다. 2학년 때 타율 0.457에 22도루 OPS 1.171의 괴물 같은 성적을 올렸고 올해도 타율 0.456에 17도루 OPS 1.139로 여전했다.

현재는 컨택트 히터에 가깝지만 빠른 배트 스피드와 허리 회전에 손목을 활용하는 감각이 있어 향후 장거리 타자로 성장도 기대할 만한 선수다. 연습경기 때는 우중간과 우측으로 밀어서 홈런을 날리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밋밋한 KIA 라인업에 스피드와 에너지를 더해줄 재목이다.

한편 고교 최고 투수 문동주는 볼 스피드, 제구력, 변화구 구사 능력, 경기 운영 능력까지 모든 걸 다 갖춘 이상적인 투수 유망주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면,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됐다는 정보가 거짓말로 느껴질 정도. 위기 상황이나 많은 관중이 운집한 경기에서도 긴장하는 법이 없고 여유가 넘친다.

최근 150km/h를 던지는 고교 투수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문동주의 볼 스피드는 차원이 다르다. 공식경기에서 최고 154km/h, 연습경기에서 최고 156km/h를 뿌렸고 평균 구속도 148km/h대를 유지한다. 흠잡을 데 없이 좋은 투구폼에 손의 각도와 공을 때리는 임팩트도 이상적이다. 주무기인 스플리터 외에도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KIA에 입단한다면 이의리와 함께 10년 이상 좌우 에이스로 활약할 만한 재능이다.

잠시 미국 진출 뜬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선수 본인의 의사나 국내 에이전시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문동주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국내 에이전시에선 미국 진출과 관련된 시도를 전혀 한 바 없다. 미국 쪽에서 생각하는 문동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던 선수 가족이 미국 현지의 다른 에이전시에게 ‘한번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에이전시가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생긴 오해”라고 전했다.

장고 끝에 문동주? 김도영의 대역전극? 세기의 선택 앞둔 KIA

문동주의 투구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문동주의 투구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올해 초까지만 해도 KIA의 선택은 투수인 문동주가 유력했다. 대부분 스카우트와 야구 관계자가 “김도영도 좋은 선수지만 같은 값이면 투수를 지명하는 게 낫다”며 KIA가 문동주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KIA의 선택을 기다리는 한화 역시 문동주보다는 김도영 쪽에 무게를 두고 1차 지명을 준비했다.

그러나 최근 열린 협회장기 대회에서 김도영이 6경기 타율 0.409에 6도루로 맹활약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러 스카우트가 “KIA의 분위기가 연초 황금사자기 대회 때와는 달라졌다. 김도영 쪽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KIA 내부에서도 ‘김도영을 지명하자’는 쪽과 ‘문동주를 지명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스카우트는 단장 혼자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직접 선수를 관찰한 스카우트 파트의 의견을 비중 있게 반영하고, 코칭스태프와 운영 파트의 의견까지 수렴해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최근에는 한화 쪽에서도 문동주가 차례까지 돌아올 가능성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면서 “연초 문동주의 KIA행 가능성이 90%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50대 50이라고 본다. 최근 분위기만 봐선 김도영 쪽이 오히려 51 정도로 역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달라진 흐름을 전했다.

한 지방 구단 스카우트도 “현재 KIA의 선수 구성을 보면 마운드 쪽은 자원이 풍부한 편이지만, 야수진의 무게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김도영처럼 한 시즌 144경기에서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김도영 같은 야수를 신인드래프트에서 뽑을 기회는 자주 돌아오지 않는다. 반면 150km/h 던지는 투수를 뽑을 기회는 올해가 아니어도 앞으로도 매년 찾아올 것”이란 말로 김도영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수도권 구단의 스카우트는 “김도영이 최근 바짝 치고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투수를 지명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고민은 되겠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투수를 선택할 것”이라며 문동주의 손을 들었다. 다만 “문동주와 김도영 중에 누굴 선택하든 오답은 아니다. 둘 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김도영과 문동주, 문동주와 김도영 가운데 고향팀 KIA의 유니폼을 입는 선수는 누가 될까. 지명 전부터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쏟아냈고 앞으로 프로에서 맞대결할 때마다, 두 선수의 활약에 따라 무궁무진한 드라마를 만들어갈 양자택일이다. 어느 쪽이든 ‘세기의 선택’으로 야구사에 남을, 중요한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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