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의 올스타 브레이크는 사건 사고로 시작해 사건 사고로 끝났다. 현장 수장인 홍원기 감독은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연신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키움 홍원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 홍원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죄송하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후반기 페넌트레이스 첫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기자회견 시작부터 끝까지 수 차례 고개를 숙였다.

8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후반기 첫날 KT 위즈전. 취재진 앞에 나온 홍 감독은 먼저 준비한 사과문부터 낭독했다. 홍 감독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불과 며칠 전 저희 팀 선수들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여러분께 사과를 드리고 재발 방지 약속을 드렸는데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야구계와 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홍 감독은 “팀의 수장으로서 선수 관리 책임에서 저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후반기를 앞두고 여러 구상을 했는데 이런 일들로 모든 게 어긋나서 제 마음이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 팀 선수들과 야구계에 대해 많은 분이 분노하고 계신 데, 어떤 단어나 문장으로도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키움은 올림픽 브레이크의 시작과 끝을 음주 관련 사건 사고로 장식했다. 올림픽 브레이크 직전엔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외부인 여성과 술자리를 가져 파문을 빚었다. KBO 상벌위원회는 각각 36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을 부과했고, 구단 자체 징계에선 한현희에게 15경기 출전정지를 안우진에겐 벌금을 따로 부과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마지막 날인 9일엔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으로 충격을 안겼다. 송우현은 지인과 술자리를 가진 뒤 다른 가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에 달할 만큼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막 프로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선수가, 앞서 강정호를 비롯한 선배들이 음주운전으로 선수 생명을 끝내는 것을 보고서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게 충격이다.

선수들의 잇따른 사고에 대해 홍 감독은 “화가 나는 단계를 넘어 참담하다”면서 “어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감독으로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과연 어디까지가 맞는 것인지, 어디까지 자율을 부여하고 선수들의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오늘도 선수단 훈련 전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번 프로 선수로서 책임감과 의무를 강조했다”며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KBO 징계와 자체 징계가 끝난 뒤에도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감독은 “이 선수들에 대해선 징계 기간 동안 진실된 모습, 반성하는 모습을 떠나 징계 외적으로 구상에 없다고 보시면 된다”고 했다.

송우현에 대해서도 “아직 경찰 조사도 있고 징계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송우현이 개인적 일탈로 팀과 리그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한 선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개인적 구상에 없다고 보시면 된다”고 발언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주축 선발투수, 송우현은 올 시즌 주전 우익수로 활약한 선수다. 여기에 아내 병간호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난 제이크 브리검도 8월 안에 돌아오기 어렵고, 올림픽 대표팀에 다녀온 뒤 피로가 누적된 조상우도 후반기 첫 3연전에 나오기 쉽지 않다. 여기에 이정후도 손가락 부상 회복을 위해 며칠간 휴식 예정이다. 이래저래 전력 누수가 심한 키움이다.

홍 감독은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에 대해 “오늘 에릭 요키시부터 최원태, 이승호, 김동혁, 정찬헌의 5선발로 후반기 경기를 해야 한다.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이 5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송우현이 빠지면서 새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애초 크레익을 3루수로 기용할 예정이었던 홍 감독은 “송우현이 빠진 상태라 일단 크레익이 코너 외야로 자리이동을 하는 게 순서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야수 엔트리는 상무에서 돌아온 송성문, 전반기 가능성을 보여준 김휘집,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김주형 등이 합류해 빈자리를 채운다. 외야수는 박준태, 변상권 등으로 주전 공백을 채운다는 구상이다. 이날 키움은 이용규(우)-김혜성(유)-송성문(2)-박동원(포)-이지영(지)-박병호(1)-변상권(좌)-김주형(3)-박준태(중) 순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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