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호텔 술판'의 대가는 컸다. 프로야구가 중단됐고, 올스타는 취소됐다. NC 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는 선수들의 일탈에 직접 사과했고, 선수들은 스스로 실명을 공개하며 머릴 숙였다. 현재 관련 선수들은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호텔 술판'의 전모를 다 알면서 구단과 공모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는 한국야구위원회(KBO)다. KBO는 사건의 또다른 주체이면서 유체이탈 화법을 동원해 마치 자신들이 심판자인 것처럼 행동한다. 팬들은 방역 당국 핑계를 대며 사건을 뭉개려던 KBO에 대해 사법 당국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KBO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최근 프로야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KBO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최근 프로야구에 큰 사달이 났다. 사건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사건은 사람들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두 번째 사건만 큰 이슈가 됐다. 두 사건 모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한 문제로, 그 여파로 결국 프로야구 리그가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톺아보기로 하자. 우선 두 번째 사건부터 톺아보자.

NC 다이노스 소속 선수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는 7월 5일 밤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외부에서 온 두 명의 여성이 함께했다. 술자리는 새벽 4시 21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 세 명이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돼 사태가 시작됐다.

결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리그가 중단되고, 올림픽 대표 선수가 교체되기에 이르렀다. 문제의 본질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하여 6명이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이 사건을 구단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알고 있었음에도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는 사실이 다른 하나이다.

네 명의 선수가 두 여성과 한 방에서 뭘 했는지 여부는 이 사안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선수 가운데 누군가가 지탄받을만한 행동을 여성들과 하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것은 우리의 관심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 즉 그들은 방역 위반자이기 때문에, 법에 따른 처벌을 받고, 그다음 프로야구 선수로서 규정에 따라 리그와 구단 자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방역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니, 이 자리에서 언급할 이유가 없고, 그렇다면 후자만 남는다.

처벌의 주체는 구단과 KBO다. 그런데, 그 처벌 주체인 구단과 KBO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그들은 두 번의 기회를 숨기고, 국민을 속이려 했다. 하나는 처음 그 사건을 알게 되었을 때 숨기려 했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이 제보를 받아 이 문제를 터트렸을 때, 마지못해 처벌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그들은 언론이 문제 삼기 전엔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미적 거리만 했다. 그러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 문제를 꺼내자, 순식간에 태도를 바꿨다. 4명의 NC 선수에겐 72경기 출전 정지, NC 구단엔 벌금 1억 원을 부과했다. NC 구단도 여론을 잠재우려 김택진 구단주나 직접 나서 사과했다.

묻는다. 구단과 KBO는 왜 진상을 은폐하려 했는가? 특히 KBO는 왜 집권당 대표의 말이 나오기 전엔 신속한 조처를 취하지 않고 뭉개고 있었는가? 왜 당신들이 지금 심판관 같은 행동을 하는가? 그 사건을 언제 알게 됐고,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은폐하려 하였는지를 지금이라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 진상을 밝히고 나서 선수, 구단에 징계를 내렸어야 했다.

규정을 지킨 구단이 손해를 보고, 규정을 비웃는 구단이 이익을 얻는 리그. 바로 한국 프로야구다. 구단들의 책임이 크다. 특정 구단에 속한 총재를 연달아 뽑은 건 다름 아닌 구단들이다. 프로야구가 정상화되려면 어둠에 숨어 자신이 원하는 총재를 세우길 반복했던 전임 총재 A 씨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사진=KIA)
규정을 지킨 구단이 손해를 보고, 규정을 비웃는 구단이 이익을 얻는 리그. 바로 한국 프로야구다. 구단들의 책임이 크다. 특정 구단에 속한 총재를 연달아 뽑은 건 다름 아닌 구단들이다. 프로야구가 정상화되려면 어둠에 숨어 자신이 원하는 총재를 세우길 반복했던 전임 총재 A 씨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사진=KIA)

두 번째 사건은 1일 두산 베어스와 NC 야구단에서 확진자 내지 밀접 접촉자가 발생해 그날 경기를 취소한 사건이다. 같은 날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KIA는 주전 포수 두 명이 격리 조치에 들어갔음에도 규정대로 2군에서 급히 선수를 불러와 경기를 취소하지 않고 진행했다. ‘프로야구 코로나19 매뉴얼’에 따르면 격리를 해야 할 선수가 발생하면 그 선수는 격리하고 2군 선수를 불러와서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두산과 NC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두 경기를 취소해버렸다.

공교롭게도 그날 KIA는 1군 경기에서 한 번도 뛴 적이 없는 19살의 어린 2군 선수를 출전시키고도 경기에서 이겼다. 만약 이 경기에서 KIA가 졌다면 문제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큰데 NC, 두산엔 ‘다행하게도’ KIA가 이기는 바람에 문제가 크게 비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사실 이 두 번째 문제는 앞서 제기한 방역 수칙 위반 은폐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 이유는 프로야구의 주인인 관중과 시청자 즉 야구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해당 경기를 보려고 마냥 기다렸거나 직접 관전하려 한 관중이 이런 내막을 자세히 알았다면 그 기만당한 것에 대한 분노가 어떠했겠는가? 자세한 것은 모른 채 ‘확진자가 나와 경기를 못 하는 모양이다’라고만 알고 있어 그냥 넘어갔겠지만, 그 팬이 나중에 이런 자세한 내막을 알았다면 아마도 속이 지옥 염천만큼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구단과 KBO를 질타한 집권여당 대표를 SNS에서 ‘갓영길’이라 부르며 응원을 보냈겠는가.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다가는 누구 말대로,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정말 한방에 훅 가는 일이 발생해 프로야구가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나는 요구한다. 우선, 왜 규정을 어기고 그 두 경기를 취소하고 추후 편성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는가?

당시 경기운영위원은 무엇을 했으며, 그 경기운영위원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였는가? 숙지하였다면, 누군가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은 것인지를 밝혀라. 숙지를 못 하였다면 그가 과연 경기운영위원으로서 어떤 징계를 받아야 하는지를 따져보기 바란다.

이 문제에 대해 필자 같은 아마추어 야구팬도 분노하는데, 왜 KBO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는가? 또 은폐하려 하는가? 진상을 밝히기 바란다. 경기운영위원서부터 KBO까지 연루된 모든 일의 진상을 우선 밝히고, 그리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리기 바란다.

다음으로 요구한다. 취소된 경기는 추후 편성해선 안 된다. 그런 불공정한 것이 어디 있는가? 당해 경기는 당연히 몰수패를 선언하고, 그 과정에서 구단이 취한 행동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규정에 근거하여 그에 합당한 경기 수만큼 추가 몰수패를 적용해야 한다.

프로야구는 구단과 KBO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로야구는 국민의 관심과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란 오뉴월 날씨 같아서 순식간에 정 끊고 떠나버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음 날 경기를 앞둔 선수가 새벽 4시가 넘도록까지 술을 마셨다는 것은, 곧 경기력 저하를 의미하고, 그것을 은폐하는 것은 그런 경기력 저하를 방조하는 일이다. 진실을 숨기는 것은 프로 스포츠의 주인을 우롱하는 것이다. 이는 곧 프로야구를 죽이고자 하는 일에 앞장서는 짓이다.

국민이 주인인 프로야구를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라도 이런 고질적인 병폐는 퇴출해야겠다. 이 두 사건은 강정호의 음주운전이나 윤성환의 승부 조작보다 더 위중한 사건이다. 두 눈 뜨고 지켜보겠다, 어찌 하는지를….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 교수(사진=부산외대)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 교수(사진=부산외대)

특별 기고 : 이광수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 교수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엠스플뉴스는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환영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