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마이너행 소식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KIA

-“양현종 본인 마음에 달렸다” 강변…실제론 양현종 국내 복귀 가능성 없어

-양현종 돌아와도 KIA 포함 10개 구단과 협상 가능…KIA 유니폼 입는다는 보장 없다

-KIA의 예견된 꼴찌 추락...무례한 양현종 타령 그만하고 구단 비전부터 정립해야

양현종과 조계현 단장(사진=엠스플뉴스, KIA)
양현종과 조계현 단장(사진=엠스플뉴스, KIA)

[엠스플뉴스]

떡 줄 양현종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거하게 마신다. 2021 KBO리그 최악의 팀 KIA 타이거즈가 전 소속 선수 양현종을 향해 연일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선수 본인 마음이 중요하다”면서 양현종에게 금방이라도 KIA 유니폼을 입힐 것처럼 비현실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올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양현종은 8경기 등판 3패 평균자책 5.59의 기록을 남기고 6월 17일 트리플 A 강등을 통보받았다. 양현종은 18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20일 마이너리거 신분이 됐고, 21일엔 트리플 A 경기에서 선발 등판까지 소화했다(3.2이닝 2실점).

양현종 국내 복귀=KIA 복귀? KIA의 엉뚱한 망상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양현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양현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양현종의 마이너행 소식이 알려진 뒤 나온 KIA의 첫 공식 입장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양현종의 40인 로스터 제외 소식이 전해진 18일 조계현 KIA 단장은 언론을 통해 “지금은 선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맷 윌리엄스 감독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물론 양현종이 돌아온다면 환영이지만, 선수 본인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발언했다. 마치 양현종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KIA로 올 수 있다는 뉘앙스다.

며칠 뒤엔 아예 대놓고 러브콜을 보냈다. 조계현 단장은 언론을 통해 “양현종 측에 KBO리그 복귀를 위한 입장을 전달했다” “선수가 마음의 결단을 내리면 직접 미국에 날아가 데려오겠다”고 말했다.

또 조 단장은 “마음을 돌릴 시간은 남아있다” “지금 우리는 양현종이 절실하다” “복귀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았다” “올림픽 브레이크를 거쳐 후반기부터 잘 던지면 된다” “양현종이 현명을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양현종의 복귀를 위해 KIA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칼자루는 양현종이 쥐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우선 양현종 본인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양현종 측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선수 본인은 빅리그 도전을 계속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복귀 관련 KIA 구단과 교감을 나눈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서 양현종과 만난 야구 관계자 역시 “양현종 선수는 미국 잔류 의사가 강하다. 지금의 상황 전개가 다소 당황스러운 면은 있지만,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 할 일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설사 양현종의 속마음이 한국 복귀 쪽에 쏠려있다 해도, 현재로선 돌아올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다. 양현종은 텍사스 구단과 계약한 텍사스 선수다. 올 시즌 동안에는 텍사스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스플릿 계약 때 의례적으로 주어지는 옵트아웃 권리는 이미 빅리그 콜업과 함께 사라졌다. 텍사스 구단 입장에서도 시즌 중후반 보험용 투수로 양현종을 데리고 있어야 한다. KIA가 기대하는 게 양현종의 방출이라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양현종이 마치 여전히 KIA 선수인 것처럼, KIA 복귀가 당연하다는 듯 언급하는 KIA 구단의 태도가 황당하다. 양현종은 완전 FA(프리에이전트) 신분으로 KIA를 떠났다. 설령 한국에 돌아와도 KIA를 포함한 10개 구단 전체와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앞서 FA 자격 취득 당시 KIA 외에도 지방 구단 가운데 양현종 영입을 검토하고 관심을 보인 팀이 있었다”고 전했다. 만약 나중에 양현종의 국내 복귀가 이뤄지더라도, KIA는 다른 구단과 치열한 영입 경쟁을 펼쳐야 한다. 양현종의 한국 복귀가 곧 KIA 복귀를 의미한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다.

양현종 돌아오면 KIA 문제 사라지나? 구단 비전 정립, 야구단 존재 이유부터 찾아야

윌리엄스 감독과 최형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윌리엄스 감독과 최형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KIA는 6월 22일 현재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상황이다. 투수력, 공격력, 수비력, 기동력 등 어느 하나 장점을 찾아볼 수 없는 총체적 난국 속에 도무지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력을 보면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사상 최악의 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IMF 직격탄을 맞은 해태 말기 선수 구성과 경기력도 지금의 KIA보다는 나았다.

KIA의 추락은 예견된 결과다. 2019년 리빌딩으로 한 해를 보낸 팀이 2020시즌 갑자기 ‘윈나우’를 외치며 관리형 외국인 감독을 데려왔다. 하지만 윈나우에 필요한 전력 보강은 없고 안치홍, 양현종 등 전력 유출만 잇따랐다. 외야는 지명타자 요원들로 가득 채우고, 내야는 수비원툴 선수로 채운 기형적 전력 구성은 공격력과 수비력이 모두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 팀은 보통 구단에서 주도적으로 선수단 구성과 육성을 책임지고, 감독에겐 현장 리더십을 맡긴다. KIA는 한국야구와 선수를 잘 모르는 외국인 감독에게 1군은 물론 2군까지 아우르는 전권을 부여했다. 그러다 팀 전력이 약해지고 성적이 추락하자 갑자기 윈나우 모드에서 리빌딩 모드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도 미래도 없는 처참한 처지가 되자 난데없이 양현종 타령을 열창한다. 팀 최하위 추락의 최고 책임자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않고 가능성도 없는 양현종 복귀를 외치는 건 무슨 이유일까. 양현종이 빠지면서 KIA의 전력이 더 약해진 건 맞지만, KIA가 약팀이 된 게 양현종 때문은 아니다. 아직도 해태 시절 사람들이 남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프런트, 현역 시절 명성으로 과대평가된 외국인 감독, 이제는 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지도 잊은 듯한 본부가 힘을 합해 지금의 KIA를 만들었다.

KIA 출신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KIA를 보면 올드한 프런트 구성도 문제지만, 구단 운영에 뚜렷한 방향성이나 비전이 보이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퇴한 전 감독 송별행사 같은 뜬금없는 행사나, 다른 날도 아닌 5월 18일에 ‘이의리데이’를 여는 황당한 기획은 21세기 프로야구단이 맞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올 시즌 KIA는 홈 평균관중 1,899명으로 10개 구단 중에 7위에 그치고 있다. 16, 17일 열린 SSG 상대 3경기에선 모두 1천명 이하의 관중만 들어왔다. 광주 홈팬들이 현재의 KIA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나타나는 숫자다.

만에 하나 양현종이 다시 돌아오면 KIA가 지금보다 나은 팀이 될 수 있을까. 양현종이 돌아와서 잘 던지면 KIA를 둘러싼 이 모든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까. 이 질문은 반대로 ‘지금 같은 KIA에 양현종이 돌아오고 싶을까’ ‘돌아온다고 해도 과연 KIA가 잡을 능력이 있을까’로 바꿔 물어야 한다.

KIA가 지금 할 일은 무례하고 뜬금없고 비현실적이며 아마추어 같은 양현종 타령이 아니다. 11회 우승 명문 프랜차이즈를 바닥으로 추락시킨 그간의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먼저다. 구단의 비전을 정립하고,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게 다음이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 ‘KIA는 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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