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발표된 김경문호 도쿄올림픽 대표팀 명단에 리그 최고 불펜투수 강재민이 제외됐다. 투수 엔트리에 사이드암 투수만 3명 포함된 가운데, 긴 이닝 소화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강재민이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열 해설위원과 김경문 감독,김시진 기술위원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종열 해설위원과 김경문 감독,김시진 기술위원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양재]

한화 이글스 강재민은 현재 KBO리그 최고의 불펜투수다. 6월 16일 현재 26경기에서 33이닝 동안 7홀드 3세이브에 평균자책 0.55의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구원 전문 투수인데도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가 2.24승으로 쟁쟁한 선발 투수들을 제치고 리그 전체 투수 7위다. 마지막으로 실점한 경기는 5월 5일 삼성전(0.2이닝 1실점). 최근 6경기 연속 멀티 이닝을 책임졌고 15일 롯데전에선 2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16일 발표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명단에 강재민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총 24명의 대표팀 선수 중에 투수는 10명. 우완은 두산 최원준, KT 고영표, LG 고우석, 키움 조상우, 키움 한현희, 롯데 박세웅, 삼성 원태인, 한화 김민우가 포함됐고 좌완투수는 LG 차우찬, KIA 이의리가 이름을 올렸다.

취재진과 만난 김경문 감독은 대표팀 선발 기준으로 “첫째는 성적이 기준이다. 두 번째는 대표팀에 맞는 균형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근 성적과 기량은 최원준, 고영표, 한현희 등 사이드암 투수를 3명이나 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최원준은 11경기 6승 무패 평균자책 2.57로 리그 정상급 선발로 활약 중이고 고영표도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 3.30으로 활약이 좋다. 한현희도 10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 3.29를 기록하며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사이드암) 선수들이 나가서 자기 역할을 꾸준히 잘했다”면서 “이닝이터 역할도 한다. 한 경기 잘하고 다음 경기는 못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몇 경기를 계속 꾸준하게 잘한다는 건 감독으로서 점수를 높게 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이드암 투수를 많이 뽑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수 중에 가장 꾸준하게 잘 던지는 투수를 고르다 보니 사이드암 투수를 3명 뽑을 수밖에 없었고, 투수 엔트리 10명 중에 사이드암 비중이 높다 보니 불펜 전문인 강재민의 순위가 뒤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강재민도 어제 경기를 보니 무척 잘 던지더라”고 칭찬하면서도 “이번 올림픽은 치르다 보면 최대 8경기까지도 할 수 있는 경기 일정이다. 투수들이 2008년처럼 긴 이닝을 던져주면 좋겠지만, 이번에는 여러 투수가 짧게 던지면서 잘라가며 경기를 운영할 생각”이라 밝혔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 과거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처럼 혼자 한 경기를 책임질 만한 선발투수는 없는 실정이다. 결국 투수 여러 명이 이닝을 나눠 먹는 형태의 마운드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에 1이닝 전문 불펜투수보다는 선발 경험이 있고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 쪽에 우선 순위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성적과 기량 외에도 대표팀의 균형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감독과 기술위원회의 고민은 좌완 차우찬, 이의리를 선발한 데서도 나타난다. 예비 엔트리 중에 좌완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구창모는 부상으로 아직 1경기도 나오지 못한 상황. 선발 유희관, 백정현, 최채흥은 최근 성적이 기대 이하고 김태훈과 김범수는 이닝 소화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렇다고 좌완을 아예 안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경험이 풍부한 차우찬과 신인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이의리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 감독도 “마음 같아서는 좌완을 3명 정도 뽑고 싶었는데 구창모가 생각보다 (복귀) 날짜가 늦어졌다”며 “구창모가 빠진 게 감독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대표팀 마운드 보직을 향후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정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투수 보직은 지금 얘기하기는 좀 이르다. 7월에 대표팀을 소집하고 훈련을 한 뒤 세 차례 연습경기가 잡혀 있다. 투수코치들과 상의해 거기서 최종 결정이 날 거다. 선발, 중간투수도 연습하면서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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