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민수, 입단 8년 만에 첫 홈런…이틀 뒤 2호 홈런 맹타

-고교, 대학 시절 대표 수비형 포수로 주목…포기 않고 노력 끝에 올 시즌 빛 봤다

-주전포수 강민호 있는 삼성, 김민수에게도 꾸준히 기회 부여…144경기 건강한 완주 바라본다

-NC는 김태군, 두산도 장승현이 만점 백업 역할…강한 백업 포수가 강팀 만든다

공격도 수비도, 삼성엔 김민수가 있다(사진=삼성)
공격도 수비도, 삼성엔 김민수가 있다(사진=삼성)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민수는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야구팬들에게 낯선 존재였다. 인지도로 치면 동명이인인 KT 투수 김민수나 롯데 내야수 유망주 김민수 쪽이 훨씬 높았다.

KBO 공식 홈페이지에서 ‘김민수’를 검색하면 KT 투수, NC 내야수, 롯데 내야수가 먼저 나온다. ‘김민수 검색 결과 모두 보기’를 클릭해야 7명의 김민수 가운데 7번째로 노출되는 포수 김민수를 만날 수 있다. 어떤 팬들은 과거 양준혁 자선야구대회에서 올라프와 가오나시 분장을 했던 선수, 박한이 타격폼을 흉내 냈던 선수로 기억한다.

과거 자선야구대회에서 올라프, 가오나시 분장으로 큰 즐거움을 줬던 김민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과거 자선야구대회에서 올라프, 가오나시 분장으로 큰 즐거움을 줬던 김민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그랬던 김민수가 올 시즌 들어 달라졌다. 온갖 음식과 생명체를 먹어치워 거대해진 가오나시처럼 2루타, 홈런 등 각종 스탯을 싹쓸이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하고 있다. 중심타자이자 주전 포수인 강민호가 빠진 지난주엔 팀의 5경기 중의 4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4경기에서 13타수 7안타 2홈런 4타점으로 강민호가 가면을 쓰고 나온 듯한 활약이다.

주말 롯데 3연전이 하이라이트였다. 7일 경기에선 데뷔 8년 만의 첫 홈런을 터뜨렸다. 마수걸이 홈런이지만 배트플립은 마치 100홈런 타자처럼 자연스러웠다. 더그아웃에 들어가서는 당연하다는 듯 에어 세레머니를 펼쳤다.

9일 경기에선 6대 6으로 맞선 8회말 결승 투런포를 날려 팀 승리를 이끌었다. 첫 7년간 단 하나도 없던 홈런이 사흘간 2개나 나왔다. 시즌 타율 0.500에 장타율이 0.917에 달한다. 강민호급 활약에 팬 사이에서는 ‘김민수가 아니라 강민수’라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데뷔 8년 만에 존재감 드러낸 김민수…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존재감

왼쪽이 지난해까지 김민수의 타격폼, 오른쪽이 올 시즌 달라진 폼이다(사진=엠스플뉴스)
왼쪽이 지난해까지 김민수의 타격폼, 오른쪽이 올 시즌 달라진 폼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민수의 이런 활약은 사실 2014년 처음 프로에 데뷔할 당시 그렸던 장면이다. 하지만 입단 당시 기대가 현실화하기까지는 무려 8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했다.

대구상원고와 영남대 시절 아마야구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민수다. 당연히 앞에서 뽑힐 줄 알고 있던 한화 스카우트 팀은 2라운드 차례에 김민수를 뽑을 기회가 돌아오자 쾌재를 불렀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김민수의 강한 어깨와 빠른 팝타임, 날랜 풋워크와 풍부한 경기 경험에 큰 기대를 걸었다. 타격은 좀 약해도 수비 하나로 1군 주력 포수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2014년 데뷔 시즌 김민수는 한화에서 35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0.149에 OPS 0.344에 그쳤다. 장점이라던 수비에서도 포구 문제를 노출했다. 대학 시절부터 지적받은 공을 흘리고 놓치는 습관이 문제였다. 방망이가 약한데 수비까지 흔들리니 아무리 포수가 약한 한화에서라도 많은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상무에서 돌아온 2017년 13경기, 2018년 8경기, 2019년 29경기, 2020년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8년부터는 강민호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생겨 기회의 문이 좁아졌다. 가뭄에 콩 나듯 돌아오는 백업 포수 기회도 후배들에게 내줬다. 2019년 팀의 2번 포수는 고졸 신인 김도환이었고 지난해엔 김응민과 김도환에 이은 4번 포수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김민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겨울마다 치열한 개인 훈련으로 약점인 공격력 강화에 힘썼다. 자존심도 버렸다. 지난겨울에는 은퇴한 친구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까지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김용달, 이영수 타격 코치와 구슬땀을 흘렸다.

김민수의 영남대 동기인 신원재 코치는 “힘의 방향성과 중심이동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고, 배트가 플레이트에 오래 머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전 폼은 보기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몸이 너무 뒤로 눕고 배트가 좌익수 쪽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김민수의 지난주 홈런 장면을 보면, 작년보다 하체와 몸을 세운 가운데 힘의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간 2번 포수였던 김도환이 어깨 부상으로 빠지는 변수가 생겼다. 팀과 김도환에게 불행이 김민수에게는 기회의 문을 열었다. 개막 엔트리에 승선한 김민수는 강민호의 뒤를 받치는 백업 포수로 서른 살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에는 강민호의 맹활약에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기회가 올 때마다 안정적인 활약으로 허삼영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4월 6일 두산전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16일 롯데전에선 멀티히트를 쳤다. 5월 6일 한화전에서도 2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7일 롯데전을 앞두고 강민호가 허리 통증으로 못 나오게 되자, 3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강민호의 공백을 채웠다. 수비에선 도루저지율 45.5%(11시도/5저지)를 기록하며 상대의 발야구를 꽁꽁 묶었다. 수비 이닝에 비해 다소 폭투가 많았던 것(11폭투)만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이다.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빛을 본 김민수의 활약(사진=삼성)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빛을 본 김민수의 활약(사진=삼성)

김민수의 방망이가 시즌 내내 지금처럼 뜨거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허삼영 감독은 강민호가 제 컨디션을 찾은 뒤에도 꾸준히 김민수에게 기회를 줄 계획이다. 허 감독은 “외국인 투수와 원태인은 강민호가 이끌어주는 걸 선호한다. 반면 백정현의 경우엔 투수가 주도적으로 끌어갈 만한 연륜이 있다. 김민수가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맞춰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 했다.

허 감독은 강민호를 가급적 지명타자로는 활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민호는 지난 시즌 지명타자로는 딱 1경기만 나왔고, 올해는 지명타자로 나온 경기가 1경기도 없다. 그는 “지명타자로 나오는 건 휴식이 아니다. 그래서는 온전히 체력 안배를 할 수가 없다” “다른 포수가 없는 것도 아니고, 두 번째 포수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전 포수가 전 경기를 뛸 수는 없다. 체력 안배가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쉴 때는 확실하게 쉬게 해줄 것”이라 강조했다.

허 감독은 1경기 승리만이 아닌 144경기 전체를 바라본 야수 운영을 말했다. “물론 선발투수 입장에서 강민호가 라인업에 있고 없고는 타선의 무게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투수 입장에선 타선 도움보다 자신이 긴 이닝 최소실점으로 잘 던져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라며 “1경기에 우리 시즌 전체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다. 경기력도 체력이 유지돼야 나온다. 가급적이면 강민호를 무리하게 쓰는 일은 참으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민호의 건강한 풀시즌 활약을 위해서도 김민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태군 있는 NC, 장승현 있는 두산…백업이 강해야 팀이 산다

김태군이 있는 NC는 양의지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체력을 안배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김태군이 있는 NC는 양의지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체력을 안배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백업 포수가 마치 주전처럼 활약하는 장면은 NC 다이노스에서도 볼 수 있다. 원래 NC 주전 포수였던 김태군이 올 시즌 초 양의지의 부상을 틈타 많은 경기에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30경기 가운데 양의지가 포수로 나온 경기가 16경기, 김태군은 14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개막 2주 차, 양의지가 몸에 맞는 볼 여파로 포수 출전이 어려워지자 김태군은 5경기 연속 선발 포수로 나왔다. 이 5경기에서 13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을 날렸다. 전광판만 보면 김태균을 군으로 잘못 표기했나 싶을 정도의 타격 성적. 포수 수비야 원래부터 뛰어났지만 방망이가 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예상을 깬 불방망이로 편견을 지웠다.

지난주에도 3경기에 선발 출전해 12타수 4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8일 경기 지명타자로 출전한 양의지는 “태군이와 제가 둘 다 잘하면 그만큼 팀이 강해진다. 둘이 번갈아 나오면 태군이도 좋고 저도 좋은 일이다. 감독님이 잘 생각해서 출전 기회를 나눠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지명타자로 출전하며 체력을 안배한 양의지는 올 시즌 타율 0.337에 6홈런 장타율 0.612로 어마어마한 성적을 내고 있다.

두산 역시 주전 박세혁이 빠진 자리를 장승현이 완벽하게 메우는 중이다. 장승현은 박세혁이 빠진 뒤 16경기에 선발 포수로 출전해 공수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는 원래부터 평가가 좋았다. 11일 현재 9이닝당 폭투+포일 0.484에 도루저지율 66.7%(6시도 3실패)로 아버지(전 태평양 포수 장광호)의 수비 핏줄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한 활약이다.

방망이도 의외로 잘 맞고 있다. 경기 수는 많지 않지만 타율 0.308에 출루율이 0.366으로 기대 이상으로 결과가 좋다. 박세혁의 부상 이후 두산은 장승현 선발 경기에서 9승 7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두산이 주전 포수 공백에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나중에 박세혁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면, 그때 두산 안방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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