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의 ‘출루머신’ 조용호가 100% 출루로 팀의 극적인 역전승에 앞장섰다. 볼넷 3개와 안타 2개로 5타석 모두 출루. 이강철 감독이 기대한 조용호다운 모습이 비로소 나왔다.

100% 출루쇼를 펼친 조용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100% 출루쇼를 펼친 조용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KT 위즈의 ‘눈야구 달인’ 조용호가 100% 출루로 팀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장기인 선구안을 무기로 볼넷 3개를 얻어낸 것은 물론, 역전타와 결승타도 자신의 방망이로 만들어 냈다.

조용호는 4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상대 시즌 2차전에 우익수 겸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 5타석 2타수 2안타 3볼넷 3타점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조용호의 맹활약에 힘입은 KT는 초반 열세를 딛고 이틀 연속 역전승을 따내며 주말 우세시리즈를 확보했다.

이날 조용호는 오랜만에 1번타자 자리에 복귀했다. 개막전부터 6경기 연속 리드오프로 출전했지만 타율 0.160에 출루율 0.192로 결과가 좋지 못했다. 팀도 2승 4패로 부진하자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로 리드오프를 교체해 최근 5경기를 치렀다. 그러다 이날 우완 안우진의 선발 등판에 맞춰 다시 조용호에게 리드오프 기회를 부여했다.

이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 이날 KT의 거의 모든 득점이 조용호의 눈과 방망이에서 나왔다. 경기 초반에는 특유의 눈야구로 팀에 기여했다. 이날 전까지 11경기에서 볼넷 2개밖에 없던 조용호는 이날 안우진 상대로 첫 세 타석 모두 볼넷을 얻어 나갔다. 1회말 첫 타석에선 5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고, 3회말 1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서도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나갔다.

5회말 세 번째 볼넷 출루는 KT의 첫 득점으로 이어졌다. 0대 2로 끌려가던 KT는 2사 후 조용호의 볼넷에 이은 배정대의 적시 2루타로 첫 득점, 1대 2로 따라붙었다.

6회부터는 방망이까지 터졌다. 3대 3 동점 상황에 1사 만루 네 번째 타석. 좌완 김성민을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좌전 적시타를 날려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조용호의 적시타로 KT는 5대 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5대 5 균형을 이룬 8회말에도 달아나는 타점을 올렸다. 1사 3루에서 5번째 타석에 나온 조용호는 이번에도 좌완투수 김재웅을 상대로 4구를 받아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6대 5로 다시 KT 리드. 팀의 역전 득점과 결승 득점이 모두 조용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조용호가 견제에 걸려 아웃당했지만, 달아오른 KT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KT는 볼넷 2개와 안타를 묶어 만든 만루에서 이날 이강철 감독이 유한준 대신 지명타자로 기용한 문상철이 좌익선상 2루타를 날려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점수는 8대 5. 9회에는 마무리 김재윤이 올라와 경기를 매조졌다.

KT는 전날 0대 3에서 8대 4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연이틀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6승 6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반면 다 잡은 경기를 날린 키움은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지며 5승 8패로 9위에 머물렀다.

100% 출루 경기를 펼친 조용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00% 출루 경기를 펼친 조용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추운 날씨에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특히 조용호와 문상철이 중요한 순간에 아주 잘해줬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오늘은 경기내용보다는 연승을 이어간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오늘 승리로 5할을 맞췄는데 부족했던 부분들을 잘 보완해서 다음 경기 준비하도록 하겠다. 추운 날씨에도 현장을 찾아주신 팬분들과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늘 감사드리고 더욱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팀 승리의 일등공신 조용호는 “오늘은 공격에서 잘 돼서 기분이 좋긴 하지만, 수비에서 미스가 나와서 주권에게 미안하다. 주루 쪽에서 미스가 나온 것도 신경 쓰인다”며 타격에서 활약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안우진 상대 볼넷 3개를 골라낸 비결을 묻자 “변화구 제구가 안 되는 것 같아서 빠른 볼만 생각했다. 잘 들어온 공도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다 볼이 맞긴 하더라”며 “오늘 내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좌투수 상대로 역전타와 결승타를 때린 데 대해선 “모르시는 분도 많지만 원래 좌완 상대 타율이 더 좋은 편”이라며 “김성민 공은 마치 박종훈 투수가 좌완으로 던지는 느낌이었는데, 마지막에 약간 실투성 공이 들어와서 쳐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 부진에 대해 조용호는 “시즌 초반엔 많이 헤맸다. 원래 내 모습이 아니었고, 너무 급하기도 했고 타격폼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던 대로 하면 되는데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개막전 1번타자가 처음이라 ‘업’된 것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원래는 불리한 카운트일 때는 공격적이고 2볼이나 3-1에서는 공략을 잘 안 하는 편인데, 마음이 급해서 안 쳐야 할 공까지 달려들었다”고 밝혔다.

가라앉았던 조용호의 방망이는 13일 두산전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오히려 기록이 안 좋을 때 마음이 편했다. 살짝 타격폼에 변화도 줬고, 타이밍도 맞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타격폼 변화에 대해선 “조금 스탠스를 넓혔다. 서 있을 때 떠 있던 중심을 아래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조용호는 “2017년 SK 시절 트레이 힐만 감독님의 ‘안타 못 쳐도 되니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라’는 조언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 “1번타자니까 타율보다 출루율을 높이고 싶다. 타율은 운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톱타자라는 자리는 출루율로 평가받는 자리”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용호는 “어제도 오늘도 팀이 역전승을 거뒀다. 강팀이 되려면 연패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팀 분위기는 두말할 것 없이 좋다. 앞으로 저만 더 잘하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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