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양의지, 2021년 안방마님+주장님+회장님 1인 3역 맡았다

-‘안방마님’ 양의지, NC 젊은 투수진 성장 1등 공신 된 투수 리드

-‘주장님’ 양의지, 창단 첫 KS 우승 이끄는 솔선수범 리더십 발휘

-‘회장님’ 양의지, 풍파 심했던 선수협 정상화 위해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 돋보여

곰 같은 뚱한 표정 속에 숨어 있는 여유 같은 영리함이 양의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사진=엠스플뉴스)
곰 같은 뚱한 표정 속에 숨어 있는 여유 같은 영리함이 양의지를 상징하는 표현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21년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에겐 세 가지 ‘님’자 감투가 있다. 안방마님, 주장님, 그리고 회장님이다. 그만큼 양의지의 리더십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바깥의 시선처럼 양의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영리하면서도 포용적으로 소화한다.


- '안방마님' 양의지, 투수들로부터 쏟아지는 칭찬 "의지 형 덕분에" -

양의지는 포수임을 잊게 만드는 타격 실력을 꾸준히 보여준다(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는 포수임을 잊게 만드는 타격 실력을 꾸준히 보여준다(사진=엠스플뉴스)

NC의 2021시즌 출발도 양의지가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개막 2연패에 빠졌던 NC는 4월 7일 창원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0대 6 역전승을 거뒀다. 양의지가 선제 홈런을 포함해 추격 적시타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양의지 활약상은 고향인 광주에서 더 빛났다. 개막전 사구 여파로 지명타자로 출전한 양의지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율 0.500(14타수 7안타) 1홈런 9타점 1볼넷으로 시리즈 싹쓸이 승리를 이끌었다. ‘양의지가 없었다면’이라는 가정은 NC에 가장 무서운 문구다.

먼저 ‘안방마님’으로서 양의지 리더십은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두산 베어스 소속 시절 양의지는 투수 리드에 있어선 정평이 난 선수였다. 특히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당시엔 현재 소속팀인 NC를 상대해 ‘양의지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놀라운 볼 배합을 선보였다.

두산 투수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의지 형 리드 덕분에’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 공식은 NC에서도 유효했다. 특히 NC 젊은 투수들의 큰 성장 속엔 안방마님 양의지의 리드와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도 양의지의 공이 컸다. 양의지는 젊은 투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적재적소의 볼 배합뿐만 아니라 투수 교체도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부감독 역할까지 도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프로 2년 차부터 급성장한 NC 투수 송명기는 “(양)의지 형의 존재가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 의지 형이 앉아있으면 편안하게 투구한다. 리그 최고의 포수다 보니까 믿음직하게 투수 리드를 잘해주신다. 간간이 주시는 조언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좋아질 수 있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창단 첫 KS 우승 이끈 '주장님' 양의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솔선수범파 -

이동욱 감독(왼쪽)은 양의지(오른쪽)에게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부탁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욱 감독(왼쪽)은 양의지(오른쪽)에게 2년 연속 주장 완장을 부탁했다(사진=엠스플뉴스)

‘안방마님 양의지’가 다소 식상하다면 ‘양의지 주장님’이 보여주는 리더십도 있다. 양의지는 지난해부터 주장을 맡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적 2년 차에도 곧바로 주장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끈 건 그만큼 준비된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NC 관계자는 “이적한 지 1년 만에 주장이 된 양의지를 선수들이 잘 따르는 걸 보면 미리 준비된 주장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엔 이적 1년 차에 어느 정도 주장을 맡을 걸 스스로 예감하지 않았나 싶다. 1년 동안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주장이 된다면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구상을 미리 해놨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주장님’으로서 양의지를 말하는 키워드는 솔선수범이다. 말보단 행동으로 앞장서서 보여주기에 후배들이 저절로 따를 수밖에 없는 리더십이 완성된다.

앞선 NC 관계자는 “말도 말이지만, 행동으로 앞장서서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리더십이지 않나 싶다. ‘주장 양의지’야 말로 그 표현이 딱 정확하다. 이미 포수로서 궂은일을 도맡아야 하는데 주장으로서도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앞에서 행동으로 보여준다. 긴장감을 넣어줘야 할 땐 긴장감을 넣어주고, 풀어줘야 할 땐 풀어주는 말 그대로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표현이 알맞다”라고 전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주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자 한 양의지의 바람을 잠시 접어두게 했다. 2년 연속으로 팀 주장을 맡아달라는 이 감독의 부탁에 양의지는 또다시 주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됐다.

이동욱 감독은 “양의지보다 주장을 더 잘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생각에 올해까지만 주장을 맡아달라고 얘기했다. 양의지가 팀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에 성적도 낼 수 있었다”라며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 '회장님' 양의지가 이끄는 달라진 선수협, 더 명확한 목소리에 상생 추구한다 -

양의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선수협 회장을 맡아 과거와 다른 적극적이고 명확한 선수협 목소리를 내는 것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선수협 회장을 맡아 과거와 다른 적극적이고 명확한 선수협 목소리를 내는 것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안방마님과 주장님에 이어 마지막으로 양의지를 장식할 ‘님’은 바로 ‘회장님’이다. 양의지는 2020년 12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투표를 통해 그간 풍파가 끊이지 않았던 선수협을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로 선택됐다.

양의지 회장은 부임 뒤 예전과 달라진 선수협의 방향성을 잡고 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선수협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점이 과거 선수협과 많이 달라진 부분이다. 또 일방통행이 아닌 상생과 공생을 추구하는 방향성도 눈에 들어온다.

선수협 장동철 사무총장은 “NC 구단에서도 운영팀장과 주장으로서 함께 호흡을 맞춰봤지만, 양의지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선 정말 영리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이번 선수협 집행부 구성에서도 부회장 3명(김현수·이재원·황재균)을 선임해 공동으로 선수협을 이끌고 있다. 아예 무관심하거나 혹은 그저 독불장군처럼 이끄는 것이 아닌 모두를 아우르는 양의지 회장의 리더십이 잘 발휘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수협이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에 있어선 명확하게 목소리를 내되 KBO 및 구단들과 상생해야 할 부분에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양의지 회장이 2군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장동철 사무총장의 말이다.

장동철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수협이 목소리를 낼 부분은 확실히 말하되 서로 상생해야 할 곳에선 잠시 양보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무엇보다 양의지 회장이 부임 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건 2군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다. 선수협 사무국의 행정적인 정비가 곧 마무리된 다음 더 열심히 현장을 누빌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양의지는 선수협 회장과 팀 주장, 그리고 팀 주전 포수라는 세 가지 중책을 2021년에 모두 소화한다. 이렇게 각자 다른 리더의 위치에서도 양의지는 흔들리지 않고 조직의 중심을 잡아준다. 자신이 맡아야 할 자리를 미리 대비하고, 그 자리에 오르는 순간 행동으로 보여주는 양의지의 리더십은 누구나 본받을 만한 덕목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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