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마지막 응원단장이자 SSG 랜더스 초대 응원단장인 정영석 응원단장

-“구단명이 일렉트로스였다면 아찔했을 것, 랜더스라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추신수 데뷔 첫 응원가 제작 큰 부담감에 7번 수정, 도입부 기차 소리 가장 고민”

-“아쉽다, 슬프다는 감정은 팬들이 느끼는 것, 나는 그걸 즐거움으로 채워드려야 한다.”

구단 새 역사를 함께하는 SSG 랜더스 정영석 응원단장(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구단 새 역사를 함께하는 SSG 랜더스 정영석 응원단장(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문학]

올겨울 SSG 랜더스 정영석 응원단장은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두 차례 보냈다. 한 번은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구단 인수 소식, 또 한 번은 추신수의 KBO리그 복귀 소식을 들었던 하루였다.

SK 와이번스와 관련한 모든 응원가를 SSG 랜더스와 관련한 새로운 응원가로 바꾸고, 추신수의 데뷔 첫 응원가를 만드는 일은 정영석 응원단장에겐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도전이 됐다. 물론 2014년부터 야구단 응원단장을 맡아 SSG 랜더스 역사에서 최장수 응원단장이 된 그에게 ‘해낼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없었다.

응원단장이라는 직업은 응원과 관련해서는 무엇이든 다 해내는 직업이니까요. 추신수 선수 데뷔 첫 응원가도 부담이 컸죠. 7번이나 수정해서 녹음했으니까요. 그래도 추신수 선수께서도 만족해하시는 결과가 나와 행복했습니다.” 정영석 응원단장의 말이다.

SSG 랜더스로 변화하고 안착하기까지 시즌 전 수많은 프런트의 노고가 있었다. 정영석 응원단장도 마치 2년의 세월이 응축된 격동의 2개월을 보냈다. 엠스플뉴스가 SK 와이번스의 마지막 응원단장이자 SSG 랜더스의 초대 응원단장이 된 정영석 응원단장의 2021년 희망가를 직접 들어봤다.


- 일렉트로스가 아니라 랜더스라서 안도한 정영석 응원단장 -

2014년부터 팀 응원단장을 맡은 정영석 응원단장은 구단 최장수 응원단장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014년부터 팀 응원단장을 맡은 정영석 응원단장은 구단 최장수 응원단장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와이번스의 마지막 응원단장이자 SSG 랜더스의 초대 응원단장이 됐습니다. 2개월여 동안 그 어떤 응원단장도 경험하지 못한 격동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2개월여 전에 구단 인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가 가끔 떠오릅니다. ‘에이 설마’라는 생각이었어요. 당시 처음엔 구단 직원들도 잘 모른다고 했으니까요. 인수 기사가 하나둘씩 계속 나오니까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까요. 진짜 인수 발표가 난 뒤에도 당황스러워서 3일 정도 멍하게 있었습니다.


팀 응원가에 큰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3일 정도 지나니까 정신을 차렸습니다(웃음). 팀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응원단장으로서 해야 할 의무도 생겼으니까요. 팀 응원가 리스트를 쫙 뽑아놓고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민했어요. SK 와이번스와 관련한 응원가는 없앴지만, 투혼의 와이번스와 연안부두 같이 인천을 상징하는 응원가는 살려둬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죠.


어떤 문제인가요.

구단 이름이었습니다. 처음엔 SSG 일렉트로스 얘기가 나왔잖아요.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응원단장으로서는 굉장히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웃음). 모든 응원 구호는 두 박자에 끝나야 깔끔합니다. 그런데 일렉트로스라는 단어는 응원가에 쓰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응원단장들끼리 채팅방이 있는데 SSG 일렉트로스가 된다면 응원가 만들기가 쉽지 않겠다고 다들 위로해주는 분위기였죠.


다행히 SSG 일렉트로스가 아닌 SSG 랜더스로 이름이 확정됐습니다.

SSG 랜더스라는 이름이 발표됐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의미가 좋은데 응원가 안에서 부르기도 좋았으니까요. 굉장히 만족스럽고 가벼운 마음으로 응원가를 만들었습니다. 랜더스라는 단어가 입에 딱딱 달라붙고, 부드럽게 외칠 수도 있더라고요.

팀 응원가 가운데 가수 하현우 씨가 부른 ‘위 아 더 랜더스(We Are The Landers)’는 창단식 때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현우 씨께서 도와주신 노래가 메인 팀 응원가로 결정됐습니다. 그 전에 이루마 씨 노래 관련한 응원가도 협의 중이고요. 팀 응원가는 4, 5월에도 계속 새롭게 제작할 계획이에요. 하현우 씨가 불렀다고 해서 엄청 높은 옥타브의 고음 노래는 아니고요(웃음). 육성 응원을 다시 할 날이 온다면 충분히 관중들께서 끝까지 부르실 수 있을 겁니다.

- "역사적인 추신수 선수 데뷔 첫 응원가, 7번 수정 끝에 완성" -

추신수 응원가를 부르는 응원단과 SSG 랜더스 관중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추신수 응원가를 부르는 응원단과 SSG 랜더스 관중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추신수 선수 응원가 제작도 엄청난 도전이었겠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겪는 작곡가 삶이 이렇구나’ 느낀다고 할까요(웃음). 추신수 선수 영입 소식을 듣고 또 하루를 멍하게 쉬었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응원가 제작에 나섰죠. 1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7번 수정 끝에 녹음을 완료했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하고 찾아본 끝에 멋진 영화에서 나오는 영웅의 등장 느낌을 넣었습니다. 그게 바로 응원가 도입부의 기차 소리였죠.

추신수 선수에게 먼저 들려주는 과정이 있었습니까.

최종 완성 응원가를 들고 추신수 선수에게 가는데 그렇게 떨릴 때가 있었을까 싶었습니다(웃음). 스피커도 빵빵한 것으로 준비해서 들고 가야 하나 고민도 하고요. 추신수 선수께서 눈을 감고 들으시는데 심장이 ‘쿵쾅쿵쾅’거렸어요.

평가는 어땠습니까.

첫 마디는 ‘좋은데요?’였습니다. 그런데 추신수 선수가 프로 데뷔 뒤 미국에서만 쭉 있으셨잖아요. 그래서 KBO리그 응원가와 같은 문화가 생소하셨던 거죠. 데뷔 이후로 본인을 위해 만든 응원가가 처음이라 좋다 안 좋다고 평가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어요. 추신수 선수께서 두 번째로 들은 뒤에 느낌만 편안하게 말씀해주시는데 결론은 ‘OK’가 나왔죠. 사실 너무 떨려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다 기억이 안 날 정도였습니다(웃음).

응원가 도입부 기차 효과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정 기차 소리를 찾은 건가요.

사실 KTX 소리가 예상보다 너무 조용했습니다. 새마을호 앞에서 녹음해야 하나 할 정도였어요(웃음). 수많은 기차 소리 효과음을 찾아본 결과 지금 추신수 응원가 도입부에 들어갈 만한 웅장한 기차 소리를 찾았습니다.

추신수 응원가에 대한 팬들의 의견 제시도 다양했습니다.

팬분들의 많은 의견이 있었는데 노래 ‘미스터 츄’를 활용한 ‘미스터 추’ 정도는 시간이 지나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신수 선수도 노래가 괜찮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니까 5월, 6월 정도에 가볍게 틀어볼까 싶습니다. 추신수 선수가 KBO리그에서 조금 더 적응하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때 ‘미스터 추’를 써보겠습니다.

추신수 응원가에 대한 관심이 컸던 만큼 부담감도 정말 컸겠습니다.

우리 구단과 팬들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구단들의 팬까지 지켜봤던 일이니까 부담감은 당연히 느꼈습니다. 주변 응원단장들도 다들 부담감이 심하겠다고 격려해줬어요. 그래도 우리는 그런 걸 해내는 직업이니까 해내야죠.

반대로 새로 합류한 최주환 선수의 응원가는 다소 늦어지고 있습니다.

일부러 응원가 제작이 늦어진 건 아닙니다. 최주환 선수의 응원가 열정이 정말 대단해서 조금 미뤄지게 됐어요. 그냥 선수가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툭 던져 놓는 게 아니라 계속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어요. 90% 정도 진척됐는데 곧 발표할 계획입니다. 최주환 선수가 아이디어를 엄청나게 내주시고 피드백도 잘 해주셔서 더 욕심나는 부분도 있고요.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최주환 선수 응원가만 남았는데 잘 만들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 "아쉽다, 슬프다는 팬들이 느끼는 감정, 나는 그걸 즐거움으로 채워드려야 할 자리" -

정영석 응원단장의 만원 관중의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팬들의 응원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정영석 응원단장의 만원 관중의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팬들의 응원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여전히 관중석에 가득 찬 팬들을 보긴 어렵게 됐습니다. 팬들의 응원을 이끄는 응원단장으로서 심경이 여전히 복잡하겠습니다.

저는 관중석을 곧바로 앞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잖아요. 군데군데 텅 빈 자리를 보면 짠한 마음을 느끼죠. 사실 육성 응원을 자제하는 건 규율부장이 된 느낌이에요. 응원단장이란 직업은 관중들을 집중하게 하고 폭발하게 만드는 자리인데 이제 팔로 동그라미 아니면 박수로 의사소통만 하잖아요.

무관중 경기보단 10% 관중 입장이라도 가능한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난해 응원단장 가운데 무관중 경기 응원을 첫 번째로 경험해서 쭉 해봤는데요. 정말 무관중 경기 응원은 다시 떠오르기도 힘든 기억입니다. 팬들께서 10%라도 야구장에 오시는 게 좋아요. 그래도 야구장에 오시는 팬들은 스트레스를 푸시려고 오는 건데 할 수 있는 환경 안에서 최대한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 만원 관중과 육성 응원이 어느덧 머나먼 추억이 된 느낌입니다. 가끔 응원을 이끌다 보면 아쉽거나 슬프다는 생각이 안 듭니까.

‘아쉽다’, ‘슬프다’ 그런 생각은 이제 안 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그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고요. ‘아쉽다’, ‘슬프다’라는 건 팬 여러분들이 하실 수 있는 생각이죠. 저는 어떻게든 그 아쉬움을 채워드려야 하는 응원단장이고요.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저는 아쉽고 슬프단 생각은 안 하겠습니다. 오히려 오기가 생겨요. 만원 관중이 되는 날이 올 때까지 정말 재밌는 응원을 보여드리려고요.

SSG 랜더스 팬들과 만원 관중으로 다시 만나는 날까지 응원단장으로서 어떤 가치를 보여주고 싶습니까.

응원단장을 시작했을 때 그 초심을 유지하겠습니다.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팬들이 즐거워하게 만드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려고요. 어느새 8년이라는 세월을 팬들과 함께했는데 SSG 랜더스라는 새 역사도 함께 시작해 영광입니다. SSG 랜더스 팬들이 야구장에 오셔서 잘 즐길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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