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SSG 선수단 합류한 추신수, 첫 마디는 “이기려고 왔다”

-선수 생활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하고픈 추신수의 열망, SSG에서 가능할까

-추신수 합류로 공격력은 최강, 외야 수비 교통정리는 해결 과제

-첫 만남에서 긍정적 인상 심어준 추신수, 선수단과 융화 전혀 문제없다

인천군 유니폼을 착용한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인천군 유니폼을 착용한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2주 자가격리를 마친 추신수가 창원에서 부산으로 달려오는 동안, SSG 랜더스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3월 11일 이날 랜더스는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인수라는 핵폭탄이 떨어지기 이전 버전의 라인업을 선보였다. 고종욱-김강민-최정-제이미 로맥-최주환-한유섬으로 이어지는 타순이다.

구 버전 라인업으로도 파괴력은 충분했다. 3회초 공격에서 4점 열세를 한순간에 뒤집어버렸다. 2아웃 이후 고종욱과 김강민의 연속안타로 시작해 2루수 실책으로 1점을 낸 뒤, 로맥의 적시타로 2점 차로 따라붙었다. 여기서 4년 42억을 주고 데려온 최주환이 박세웅의 바깥쪽 높은 147km/h 강속구를 우측 담장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으로 연결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도 한 이닝에 5점을 몰아서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라인업에 추신수까지 더해지면 얼마나 더 강해질까,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경기였다.

경기중 사직에 도착한 추신수는 경기가 끝난 뒤 등번호 17번 유니폼을 입고 선수단 앞에 나타났다. 그는 “이기려고 왔다”는 강렬한 한 마디를 남겼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SSG 선수단에 어떤 선수가 있는지 봤다. 충분히 이길 수 있고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하려고 오거나 그냥 온 게 아니다. 우승하러 왔다”고 힘줘 말했다.

추신수는 아직 프로에서 소속팀의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우승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행을, SSG행을 선택했다는 추신수다. “미국에 있는 지인들은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는데 나에겐 와닿지 않았다. 미국에서 못한 우승을 한국에서 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추신수의 말이다.

추신수 효과로 공포의 타선 완성, 외야 수비 교통정리는 숙제

부산고 선배와 후배의 만남(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부산고 선배와 후배의 만남(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추신수의 말처럼 SSG 랜더스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일까. 일단 추신수가 오면서 안 그래도 강력한 타선이 ‘공포의’ 타선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하다. 하위타선이 다소 헐거운 감은 있지만, 2번부터 6번까지만 놓고 보면 NC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SK 시절인 지난해 랜더스 2루수의 홈런 합계는 5개였고, 조정득점생산력(wRC+)은 평균(100)보다 훨씬 아래인 69.5에 그쳤다. 지난해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에서 최주환은 홈런 16개에 wRC+ 123.7을 기록했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11일 홈런을 통해 맛보기를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작년 SK 좌익수의 홈런 합계는 11개, wRC+는 78.4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기록한 타구 지표와 비슷한 지표를 기록한 외국인 타자들의 사례를 볼 때, 추신수는 첫해 4할대 출루율과 5할대 장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wRC+도 14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취약했던 포지션의 득점력이 전년 대비 두 배씩 뛰어오르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원형 감독은 추신수를 2번 타자로 기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팀 내 최고 타자는 2번에 배치해야 한다는 데이터 분석가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추신수는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이 어떤 타순에 저를 넣으시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3번이든 1번이든 어디든 칠 준비가 돼 있고 팀을 도울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타순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추신수에 이어 최정-로맥-최주환으로 중심타선을 짜고, 한유섬을 6번에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야수 가운데 출루율 좋은 선수가 별로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 리드오프를 맡길지가 관건이다. 가장 유력한 최지훈의 지난해 출루율은 0.318에 그쳤다. 리드오프 역할을 잘하려면 출루율을 3할 중반 이상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추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SSG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추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SSG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물론 야구는 방망이만 갖고 하는 게 아니다. 11일 랜더스는 3회초 5점을 뽑아 역전한 뒤 바로 3회말 2점을 주고 역전을 허용했다. 7회에 추가점까지 내줘 결국 5대 7로 재역전패했다. 9일 경기에서도 5점을 뽑아냈지만 투수들이 10점을 줘 5대 10으로 졌다. 추신수가 염원하는 우승에 도전하려면 방망이만큼 투수력과 수비도 받쳐줘야 한다.

추신수가 오면서 살짝 꼬인 외야 수비 매듭을 잘 풀어야 한다. 김원형 감독은 추신수를 좌익수로 기용할 생각이라 밝혔다. 추신수는 “겨울에 집에서 운동하면서, 자가격리하면서도 기본 훈련은 소화했다. 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준비는 많이 했다”며 외야 수비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시절 각종 기록을 종합하면, 추신수는 결코 좋은 외야 수비수는 아니었다.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통해 측정하는 수비 지표 OAA(Outfield Outs Above Average)는 수비수가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아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에서 추신수는 2017년 이후 4년간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7시즌엔 OAA -12로 리그 전체 외야수 중에 하위 99%에 속했고 2018시즌에도 -5로 하위권이었다. 2019시즌에도 -12로 전체 외야수 하위 99%에 속했고, 외야수 출전이 거의 없었던 2020시즌 OAA는 -2였다.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발이 느려져서가 아니라, 타구판단이 늦어서 나온 결과다. 2019시즌 추신수는 ‘외야수 점프(Outfielder Jump)’ 지표에서 빅리그 외야수 하위 99%에 속했다. 20대 전성기 시절엔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로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했지만, 30대가 되면서 수비수로서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저리그에서 KBO로 무대를 옮겼다고 해서 개선될 성격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기존 SSG 좌익수들의 수비도 결코 좋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다 보니, 추신수의 좌익수 수비가 특별히 다운그레이드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좌익수 자리에 추신수를 오래 세워두는 건 SSG 외야 수비력, 그리고 수비의 영향을 받는 투수들에겐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

공격에서 벌어들인 점수를 수비에서 고스란히 까먹으면 ‘추신수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 앞으로 김원형 감독과 SSG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낮은 자세로 다가간 추신수…메이저리그 출신 대스타의 위화감 없었다

김원형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김원형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물론 추신수가 오면서 가져올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외야 수비 약점은 지엽적인 문제에 가깝다.

선수단 합류 첫날 추신수는 밝은 미소와 훌륭한 매너로 긍정적인 인상을 심었다. 합류 전까지 자신을 향해 나온 여러 우려도 속 시원하게 해소했다. 추신수와 SSG의 만남이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었다.

‘기존 선수들과 잘 섞일 수 있을까’ ‘위화감이 조성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는 첫 상견례 자리에서 사라졌다. 추신수는 고참 선수부터 불펜 포수까지 모든 팀원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추신수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 다 선배 같더라. 내가 너무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났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제 선배, 후배인지 모르니까 다 인사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격리 기간 선수들 영상과 자료를 보며 앞으로 팀 동료 개개인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연구했다고 한다. 앞으로 최우선 과제도 선수들 얼굴과 이름을 전부 익히는 것으로 정했다. 등번호를 양보한 이태양에게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넨 장면은 그가 동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 대목이다. 슈퍼스타 대선배의 마음 씀씀이에 횡재한 이태양은 물론 SSG 선수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물론 야구는 슈퍼스타 한 명이 왔다고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그러나 SSG 랜더스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었다. 거기서 김광현을 뺀 나머지 멤버가 거의 그대로 SSG에 남아 있다. 여기에 최주환, 김상수를 데려오고 추신수까지 영입했다. 추신수가 합류 첫 일성으로 ‘우승’을 말한 건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제주 스프링캠프 기간 만난 한 SSG 선수는 “작년까지는 ‘반드시 우승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선수들 사이에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우승이 하고 싶다고, 자신감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SSG 선수단의 현재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마디다. 추신수의 KBO리그 첫 시즌이 어떤 엔딩으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SSG 선수단과 추신수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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