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투수 심창민, 제대 뒤 복귀 시즌 부진 만회 노린다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2020시즌, 억지로 던진 느낌이었다.”
-“이젠 후배들과 경쟁하는 위치, 원래 알던 그 심창민으로 돌아가겠다.”
-“가을 냄새 달랐던 왕조 시절, 승환이 형과 다시 맡아보겠다.”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심창민은 2010년대 초·중반 삼성 왕조 시절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본 선수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심창민은 팀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면서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런 영광의 순간과 반대로 소위 말하는 ‘암흑기’도 몸소 체험했다. 물론 심창민은 2010년대 중·후반 팀 암흑기에도 변함없이 불펜에서 마당쇠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거듭 떨어지는 팀 성적과 함께 심창민은 2019년 상무야구단 입대를 택했다.
2020시즌 시즌 중반 상무야구단 제대 뒤 돌아온 심창민은 무언가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깨진 흐름을 보여줬다. 23경기 등판(20.1이닝) 2승 2패 3홀드, 평균자책 7.42, 21탈삼진, 20사사구. 더 성숙해진 심창민에게 기대했던 성적은 분명히 아니었다.
심창민은 2021시즌 삼성 팬들이 알던 그 심창민으로 돌아가겠단 약속을 건넸다. 엠스플뉴스가 오승환과 함께 왕조 시절 달랐던 가을 냄새를 다시 맡겠단 심창민의 각오를 직접 들어봤다.
- "밸런스가 완전히 깨졌던 2020시즌, 겸허하게 부진을 받아들여야 한다." -
여전히 ‘패딩’을 입어야 하는 쌀쌀한 국내 스프링캠프가 어색하겠습니다.
군대에서 국내 스프링캠프를 해봐서 이 느낌을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서 부상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개막일도 약간 늦춰져서 거기에 페이스를 맞춰 준비하려고 합니다.
2020시즌은 우리가 알던 그 심창민이 아니었습니다. 선수 자신이 가장 아쉬웠겠습니다.
1군에선 계속 뛰었을 땐 몰랐습니다. 그런데 거의 2년 동안 2군에 있다가 1군으로 오니까 적응이 쉽지 않더라고요. 무관중 경기도 약간 어색했고요. 몸 상태와 기술적인 부분에서 모두 밸런스가 깨졌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억지로 던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마치 신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죠.
개인 기록이 안 좋았던 2014시즌(61G 38.1이닝 5승 2패 8홀드 평균자책 6.81 38탈삼진 30사사구)과 비교되는 시즌이 됐습니다.
2014시즌에 안 좋았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냈습니다. 시즌 중간에 1군에 왔다는 걸 변명으로 크게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야구를 못했다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죠. 잔부상이 겹치면서 투구 밸런스가 아예 다 깨졌는데 올겨울에 다시 좋은 방향으로 어느 정도 되찾고 있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야겠단 메시지를 얻은 것으로 생각해요.
2년 정도 자리를 비운 사이 후배들이 꽤 치고 올라왔습니다.
‘경쟁자가 이렇게 많았나?’ 생각들 정도로 제가 자리를 비운 기간에 후배들이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그동안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그런 게 안 보였거든요. 지금은 경쟁하는 위치가 되니까 그런 게 잘 느껴집니다. 불펜 투수 순서를 세우면 나름 제 이름이 먼저 나왔는데 이젠 후배들의 이름이 먼저 나오니까요. 경쟁해야죠.
그래도 1993년생으로 나름대로 아직 젊은 나이에다 경험까지 쌓였으니 큰 걱정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벌써 30살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는 게 많아졌는지 나이만 먹었는지 잘 모르겠네요(웃음). 멋모르고 덤빈다는 패기가 약간 사라진 느낌은 듭니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으니까 생각도 많아지네요.
- "왕조 시절 달랐던 가을 냄새, 중간 위치에서 다시 KS 우승 도전하겠다." -
심창민 선수 위로 선배들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팀에 돌아오니 선배들이 진짜 얼마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도 (오)승환이 형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릴 때도 승환이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웠는데 지금도 눈으로 배우고 있죠. 지난해 승환이 형한테 미안한 게 많았습니다.
어떤 점인가요.
1이닝을 넘겨 1.1이닝 이상 마무리 등판이 꽤 있었잖아요. 1이닝을 넘기는 등판은 불펜 투수들에게 보이지 않는 피로 누적이 심하거든요. 다른 불펜 투수들이 앞에서 잘 매듭짓고 9회에 딱 승환이 형이 올라와야 하는 게 맞죠. 저도 지난해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승환이 형을 제대로 못 도운 듯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2021시즌 심창민이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입니까.
굳이 8회가 아니더라도 6회나 7회라도 한 이닝을 확실히 책임져줄 역할이지 않을까요. 어떤 역할이든 잘 막고 잘 던져야 하고요. 이닝 욕심보다는 상황이 된다면 무조건 나가서 던지고 싶습니다. 이젠 벤치에서 이닝 관리도 잘해주시니까요. 예전처럼 공이 좋으면 그냥 1이닝 더 던지라는 게 없으니까요. 또 팀이 자주 이기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연투도 자주 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승리라는 건 항상 옳은 거니까요.
왕조 시절을 직접 경험한 일원으로서 다시 가을 야구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크겠습니다.
왕조 시절엔 가을 냄새부터 달랐습니다. 솔직히 그땐 너무 어려서 멋모를 때였죠. 그런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이젠 어엿한 팀 중간선임 자리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그런 영광의 순간을 함께 경험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승환이 형과 다시 그 가을 냄새를 맡아봐야죠. 한국시리즈 우승을 또 맛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심창민으로 시즌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를 듯합니다.
확실히 아이가 생기니까 어른이 된 느낌입니다. 어떤 일이든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존재라고 할까요. 가족이 생기니까 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단 책임감도 느끼고요. 육아를 해보니까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육아랑 일을 병행하니까 쉽지 않네요(웃음). 그래도 아이가 한 번 웃어주면 그 힘듦이 사라집니다. 나중에 아이와 함께 올스타전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고요.
삼성 팬들도 심창민의 ‘진짜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1년엔 무언가 바뀐 심창민보단 그 자리에서 꾸준하게 던져왔던 그 심창민을 꼭 삼성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팀의 승·패 다리를 연결해주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오랜 경험을 쌓은 만큼 ‘그래도 심창민인데’라는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