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 복귀한 이범호, KIA 2군 총괄코치 보직 맡았다

-“윌리엄스 감독님 방향성 맞게 세부적인 2군 지도, 앤서니 코디네이터와도 협업”

-“선수들의 단점보단 장점을 먼저 봐야, 선수 육성 시간도 줄이는 게 내 역할”

-“1군과 가까운 국내 스프링캠프, 2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될 것으로 기대”

KIA 이범호 2군 총괄코치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 시간을 대폭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KIA)
KIA 이범호 2군 총괄코치는 젊은 선수들의 육성 시간을 대폭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 야수 리빌딩. 큰 난제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뒤 KIA 야수진은 은퇴, 이적 등으로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자릴 제대로 메워줄 젊은 야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가능성 있는 젊은 야수가 1군에 자릴 잡고서 주전을 꿰찬 사례가 거의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KIA는 2020시즌 종료 뒤 육성 시스템에 변화를 줬다. 박흥식 2군 감독이 용퇴를 택하면서 매트 윌리엄스 감독에게 1, 2군을 모두 제어할 권리가 부여됐다. 2군 현장에선 2년 전 현역 은퇴한 이범호가 지도자로 복귀했다. 야구계의 시선이 2군 감독이 아닌 2군 총괄코치로 부임하는 ‘초보 지도자’ 이범호에게 쏠렸다.

이범호 총괄은 2020년 11월 전남 함평에서 2군 마무리 훈련을 이끌면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총괄은 윌리엄스 감독이 원하는 방향성 아래, 최대한 선수들의 장점에 집중해 육성 시간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엠스플뉴스가 2군 스프링캠프 일정을 앞둔 이 총괄에게 KIA 리빌딩 중책을 맡은 마음가짐과 육성 구상 등을 들어봤다.

-KIA 육성 시스템 변화 시작점, 윌리엄스 감독 지시 아래 1, 2군 운영 방향 통일

이범호 총괄이 함평 2군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KIA)
이범호 총괄이 함평 2군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KIA)

‘지도자’ 이범호가 이제 어색하지 않습니다.

아직 스프링캠프 지도를 한 번도 못 해봤으니까 여전히 어색한 점도 있습니다(웃음). 2월 스프링캠프가 지나가 봐야 지도자로서 더 많은 걸 느끼지 않을까요. 지난해엔 2군 어린 선수랑 신인 선수들만 데리고 있었거든요. 2군 선수단 전체를 이끌어봐야 진짜 프로 지도자의 느낌을 알겠죠.

‘선수’ 이범호 때와는 어떤 점이 다릅니까.

예전에 ‘선배 이범호’로서 위치는 내려놔야죠. 직접 야구할 때는 제 몸만 생각하면 되는데 이젠 다른 선수들을 먼저 신경 써야 하니까요. 어떻게 해야 선수들이 잘할 수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해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2군 감독이 아닌 2군 총괄코치라는 개념이 독특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2군 지도가 이뤄지는 겁니까.

윌리엄스 감독님이 전반적인 2군 훈련 방향과 일정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세부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다시 보고 드리는 시스템입니다. 1, 2군이 똑같은 시스템과 방향성 아래 같은 움직임으로 전진하는 느낌이랄까요. 윌리엄스 감독님이 선수 한 명 한 명의 부족한 점과 지도 방향성을 세세하게 짚어주시기도 합니다.

윌리엄스 감독이 주로 전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1년 동안 팀 선수단을 지켜보신 감독님이 이 선수는 이게 장점이고 이게 부족한 듯싶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발전하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말씀도 하시고요. 감독님이 주문하신 방향성으로 어느 정도 큰 틀을 잡으니까 2군 육성도 거기에 맞춰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앤서니 르루 코치가 퓨처스 코디네이터라는 업무를 맡은 것도 특이사항입니다. 정확히 어떤 역할입니까.

어떻게 보면 윌리엄스 감독님과 저 사이에 가교 구실을 해주는 느낌입니다. 감독님이 2군과 관련한 어떤 방향성과 훈련 일정을 지시하면 앤서니가 그런 부분을 듣고 와서 저와 상의를 하는 거죠. 또 육성 시스템 방향과 속도 조절과 관련해서도 앤서니와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른 시일 내 1군에서 뛰어야 할 선수들을 분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선수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봐야, 육성 시간 1년 넘게 단축하겠다."

이범호 2군 총괄이 지난해 11월 마무리 훈련에서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장면(사진=KIA)
이범호 2군 총괄이 지난해 11월 마무리 훈련에서 유망주들을 지도하는 장면(사진=KIA)

새로 변화한 육성 시스템 속에서 이범호 총괄이 해야 할 업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우선 2군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다음 그 선수들을 어떤 스타일로 지도하고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또 윌리엄스 감독님이 2021시즌 당장 1군에서 써야 할 선수, 2~3년 뒤에 1군으로 올라가야 할 선수를 나눠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유망주가 있었습니까.

특별히 누구를 눈여겨보는 것보단 전반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어떻게 빨리 올릴지 고민이 컸습니다. 어떻게 훈련하느냐에 따라서 육성에 2년이나 걸릴 시간이 1년, 3년이나 걸릴 시간이 2년으로 단축할 수 있거든요. 그걸 도와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필요한 운동보단 그 선수에게 딱 필요한 운동이 무엇일까 고민 중입니다. 1군에 한 명이라도 빨리 올려보내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들이 하나둘씩 이탈하자 KIA 야수진 리빌딩은 몇 년 전부터 난제로 이어왔습니다. 가장 큰 중책을 맡은 셈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육성에 신경을 많이 써왔는데 2군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확실한 1군 주전으로 올라선 야수는 사실상 김선빈 선수가 마지막이잖아요. 새로운 2군 육성 시스템을 통해 팀 내 치열한 경쟁으로 2군에서 얼른 뛰어난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1명이라도 1군 주전으로 활약할 선수를 배출해야죠. 항상 5강에 들어갈 팀 전력을 계속 유지하도록 육성 파트에서 돕고 싶습니다.

시스템뿐만 아니라 성장해야 할 선수들의 변화도 필요하겠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선수 관점에서 마음을 터놓고 하고 싶은 야구를 하긴 어려웠습니다. 코치님과 선배님들의 눈치를 보다 보니 성장하는 속도가 더디고 어느 정도 레벨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오래 걸렸죠. 저도 당시엔 빠른 편이었지만, 4~5년 차 정도에 자리를 잡았으니까 최근 신인 시절부터 활약하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자신이 꼭 필요한 훈련에 힘을 써야 하는데 쓸데없는 부분에 힘을 써선 안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들과 코치진 사이에 진심 어린 대화가 있어야 하고요. 선수들의 적극적인 의사소통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사소통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선수들이 각자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시간이 줄어들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한국야구 지도 스타일은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점을 보완하려는 지도 방향은 육성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봐요. 작은 단점을 보완하려고 하면 다른 장점이 사라지고 다른 단점이 또 나타나 가능성이 생기거든요. 차라리 그 선수의 장점을 집중해 계속 밀어붙인다면 오히려 단점이 안 보일 수 있는 방향이 좋지 않을까요. 각자 장점에 특화한 선수로 성장하는 방향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2의 이범호를 키워야 할 '지도자 이범호' "KIA 팬들에게 좋은 선수를 선보이는 게 목표"

KIA 구단 역사에서 최고의 3루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범호. 선수 이범호가 아닌 지도자 이범호로서 자신을 대체할 만한 유망주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얻었다(사진=KIA)
KIA 구단 역사에서 최고의 3루수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범호. 선수 이범호가 아닌 지도자 이범호로서 자신을 대체할 만한 유망주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얻었다(사진=KIA)

다가오는 2군 스프링캠프를 향한 기대감이 크겠습니다. 광주에서 열리는 1군, 함평에서 열리는 2군 스프링캠프의 지리적인 위치가 가까운 점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보통 1군 스프링캠프와 2군 스프링캠프의 지리적인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국내 스프링캠프라서 그렇게 가능한 그림입니다. 어떻게 보면 더 장점일 수 있다고 봐요. 윌리엄스 감독님은 2군 선수들까지 더 면밀하게 볼 기회를 얻으셨으니까 더 많은 선수를 아우르면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실 수 있고요. 2군 선수들도 잘하면 1군 선수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비교적 커졌으니까 동기부여가 생기겠죠. 올겨울 국내 스프링캠프는 KIA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들도 분명히 육성에 도움이 될 요소입니다.

2021년 이범호 총괄이 가장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무엇입니까.

1군에서 좋은 성적이 나도록 2군에서 잘 도와주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선수, 빨리 1군에 올라가 경기해야 하는 선수를 잘 구분해야죠. 그 과정에서 장기적인 육성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육성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제 임무고요. 2군 선수 한 명 한 명을 최대한 빨리 1군에 보내 KIA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선수 이범호’보다 더 빨리 알을 깨고 1군에서 활약할 선수를 배출해봐야죠.


‘지도자 이범호’를 반기는 KIA 팬들에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까.

KIA 팬들께선 2021년에 저를 TV 중계를 통해 못 볼 가능성이 클 겁니다. 그래도 KIA 팬들 곁에 다시 돌아오니까 행복하고요. KIA 팬들이 한국 야구에서 최고의 팬들이니까요. 지난해 코로나19로 야구장에서 팬들을 자주 못 봬 아쉬웠습니다. 2021년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KIA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해 팬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KIA 팬들께서 웃으시면서 많이 응원해주길 부탁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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