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민병헌, 22일 뇌동맥류 수술받는다

-지난 시즌 뇌동맥류로 약물치료…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 이유 있었네

-최근 수술법 발전해 부작용 최소화…수술 이후 빠르게 일상 복귀 가능

-개막전 합류는 무리, 빨라야 5월 합류…롯데 ‘포스트 민병헌’ 프로젝트 조기 가동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민병헌(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드디어 미스터리가 풀렸다.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의 부진 원인은 ‘뇌동맥류’였다.

롯데는 1월 18일 “외야수 민병헌이 22일 뇌동맥류 수술을 받는다”라고 발표했다. 2019년 처음 뇌동맥류를 발견했고 그동안 정기검진을 받으며 관찰해왔지만, 최근 검진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으면서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약해진 혈관 벽이 늘어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파열될 경우 뇌출혈로 이어진다. 뇌동맥류 파열 시 60% 정도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유병률도 매년 1~2% 정도로 높은 편에 속한다.

롯데 스포츠 사이언스 팀 관계자는 “민병헌 선수가 뇌동맥류 가족력이 있어 매년 꼼꼼하게 병원 검진을 받아 왔다”라며 “2019년 처음 발견한 뒤 추적 관찰을 해오다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약물치료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뇌동맥류를 억제하는 약을 먹으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좀처럼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가라앉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민병헌은 지난해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3에 OPS 0.582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013시즌 풀타임 1군 선수로 자리 잡은 이후 가장 낮은 타율과 OPS를 기록했다. 역대 규정타석 외야수 가운데 민병헌보다 낮은 OPS를 남긴 선수는 1985년 신언호(0.526), 1991년 김광수(0.554), 1993년 양용모(0.568)까지 세 명밖에 없었다.

딱히 아픈 곳도 없고, 타격 메커니즘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병헌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에이징 커브’부터 ‘멘탈’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선수 본인이 허문회 감독에게 2군에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허 감독의 만류로 계속 1군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그러나 이번에 뇌동맥류 수술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부진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레 해소됐다. 롯데 관계자도 “선수 본인은 핑계라고 할지 몰라도, 어느 정도는 성적 부진과 연관이 있지 않았겠나”라며 안타까워했다.

“민병헌 개막전 합류는 어려워...아무리 빨라도 5월 복귀”

롯데는 민병헌의 건강한 복귀를 기원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는 민병헌의 건강한 복귀를 기원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 스포츠 사이언스 팀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려하듯 민병헌의 상태가 치명적이거나 선수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뇌동맥류가 파열됐거나, 파열 직전까지 가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다. 다만 뇌동맥류의 위치에 따라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뇌동맥류의 수술 방법으로는 머리를 열어 부풀어 오른 꽈리 부위의 혈관을 클립 등으로 묶어줘 뇌출혈을 예방하는 결찰술이 대표적이다. 혈관에 작은 관을 집어넣는 색전술에 비해 재발률이 낮은 편이지만, 대신 수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과거에는 뇌동맥류 수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나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5~10% 정도의 환자가 수술 뒤 신경 손상으로 운동기능에 문제를 겪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운동기능 마비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술법이 도입되면서 위험도가 크게 낮아졌다.

롯데 관계자는 “담당 의료진에 따르면 뇌동맥류는 수술이 잘 이뤄지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운동을 하는 데도 특별한 제약은 없다”고 전했다. 환자에 따라 드물게 수술 부위에 통증을 느끼거나, 체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 본인이 느끼는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심리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수술 이후 경과와 상태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복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일단 4월 3일로 예정된 개막전 합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술 뒤 회복 기간과 몸을 만드는 기간을 고려할 때, 4월 합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는 빠르면 5월 복귀, 늦어도 전반기 막바지에는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의 시즌 구상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민병헌을 대신해 중견수 자리를 맡을 외야수를 찾아야 한다. 민병헌의 FA 계약이 올 시즌으로 끝나는 만큼, ‘포스트 민병헌’ 오디션을 예정보다 일찍 시작하게 된 롯데다. 지난해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얻었던 김재유, 강로한, 신용수, 추재현 등이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민병헌 선수가 수술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수술만 잘 되면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지금은 야구 생각보다는 건강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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