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발 도박 파문…정현욱, 권기영 KBO에 자격정지선수 지정 요청

-드러난 두 선수 외 ‘제3의 선수’도…퇴단한 C 선수도 불법 토토 의혹

-사생활 문제로 퇴출당한 C 선수, 정현욱에게 돈 요구하며 협박해

-KBO “상벌위 열리면 C 선수도 상벌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두산이 발표한 정현욱, 권기영 외에 제3의 선수가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이 발표한 정현욱, 권기영 외에 제3의 선수가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사생활 문제로 두산 베어스에서 퇴출당한 전직 선수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섰다. 선수 신분으로 불법 스포츠토토를 한 것은 물론 팀 동료 정현욱을 협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두산 팬을 상대로 중고거래 사기를 쳤다는 의혹도 나왔다. KBO는 문제의 선수를 정현욱, 권기영과 함께 상벌위원회에서 다룰 가능성을 시사했다.

1월 13일 두산 베어스는 퓨처스팀 소속 육성 선수인 정현욱과 권기영의 자격정지선수 지정을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요청해 야구계를 발칵 뒤집었다.

두산이 밝힌 사유는 도박 문제였다. 정현욱은 스포츠토토를, 권기영은 일명 ‘바카라’로 불리는 온라인 도박게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업체의 ‘빚 독촉’이 발단이 됐다. 대부업체에선 정현욱이 돈을 갚지 않자, 직장인 두산 구단에까지 연락해 채무 사실을 알렸다. 또 다른 카드회사에서도 두산 2군에 연락을 취해 대금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구단 관계자가 정현욱과 만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정현욱은 스포츠토토에 손댔다고 실토했다. 합법 스포츠토토는 물론 불법 토토까지 손댄 것으로 드러났다. 고교 3학년 때부터 토토를 했고 빚이 계속 쌓여 사채를 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후 선수단 전수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포수 권기영이 온라인 도박게임을 한 사실을 털어놨다. 권기영은 지난해 이승진과 함께 SK에서 트레이드로 건너온 선수다. 정현욱과 마찬가지로 고교 시절부터 사행성 게임을 했고, 프로 입단 뒤 잠시 끊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손을 댔다는 설명이다. 두산은 두 선수에 대한 경위서를 KBO에 제출했다.

퇴단한 선수 C, 불법 토토에 동료 협박까지…중고거래 사기 의혹도 제기

스포츠선수의 불법 토토는 심각한 문제다(사진=엠스플뉴스)
스포츠선수의 불법 토토는 심각한 문제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이 공개한 도박 물의 선수는 2명. 그러나 실제로는 공개하지 않은 선수 하나가 더 있었다. 2019년 입단해 그해 사생활 문제로 퇴출한 투수 C가 문제의 선수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정현욱 선수 외에 C 선수도 있다고 두산으로부터 전달받았다. C 선수는 이미 퇴단한 선수인데, 현역일 때 불법스포츠도박을 했다고 전달받아서 그렇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완 정통파 투수인 C는 1999년생으로 정현욱, 권기영과 동갑내기다. 신생 고교야구부 출신으로 팀 창단 이래 첫 프로 지명 선수로 화제를 모았다. 신체조건이 좋고 고교 시절 투타를 겸할 정도로 야구 재능이 뛰어나 기대를 모았지만, 1군은 물론 2군에서도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취재 결과 C는 숙소 내 흡연으로 2군 숙소에서 쫓겨난 뒤, 이후 클럽 출입 등이 문제가 돼 퇴단 처리됐다. 지난해 12월 입대해 현재 군 복무 중이라고 알려졌다.

한동안 잊힌 존재였던 C의 이름이 다시 나온 건 정현욱 면담 조사 과정에서. 두산 관계자는 “정현욱이 면담에서 C 선수 얘길 털어놨다. ‘네가 불법 토토를 한 사실을 알리겠다’며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C 역시 불법 토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산은 이와 관련해 C는 현재 소속 선수가 아니라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C는 두산 팬을 상대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 피해를 가한 의혹도 받고 있다. 피해자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내용과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C는 퇴단 이후 두산에서 쓰던 야구 용품을 팔겠다고 중고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구매자들에게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았다. 피해자 가운데는 두산 열성 팬으로 알려진 A 씨도 있었다.

A 씨는 몇 주를 계속 기다렸지만 물건을 받지 못했고, C에게 연락해 발송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7월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고, SNS 등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C가 12월 군에 입대하면서 아직까지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KBO “상벌위 열리면 C 선수도 상벌 대상에 포함 가능성”

피해자가 개인 SNS에 올린 게시물.
피해자가 개인 SNS에 올린 게시물.

KBO는 정현욱과 권기영은 물론 퇴단한 C 선수도 상벌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C 선수가 현재는 두산에서 나가 선수 신분이 아니지만, 향후 선수 복귀나 지도자 등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피해자가 올린 글에 따르면, C는 피해자와 통화에서 군 전역 후 선수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스포츠 선수의 불법 토토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도박 중독을 넘어 승부 조작 시도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과거 KBO리그의 승부조작 사건을 살펴보면 전직 선수 출신이 후배 혹은 동료 선수들을 승부조작에 이용하고 협박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퇴단한 선수의 현역 선수에 대한 협박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사건 내용을 접한 야구인은 “불법 토토를 어떤 종목, 어느 경기에 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선수들이 1군 선수는 아니지만, 프로구단 소속인 만큼 경기 관련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또 불법 토토의 경우 1군 경기뿐만 아니라 퓨처스 경기에도 얼마든지 베팅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앞으로 KBO 조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 정현욱이 거액의 빚을 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동료 선수를 협박하고 돈을 뜯어낸 C 선수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 정현욱은 14일 오전 두산 관계자와 함께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권기영도 조만간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C 선수는 불법적인 일이 확인되면 군부대에 연락해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KBO 정금조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일반적인 조사로 정리할 내용은 아니다. 불법도박은 본인 계좌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고, 타인 명의로 하는 경우도 있다. 수사를 하다 보면 현재까지 나온 것 외의 또 다른 상황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KBO로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ap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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