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샌디에이고와 계약해 미국 진출…나성범, 양현종 거취에 관심집중

-나성범은 부상 이력과 30대 나이, 포지션이 약점…보라스, 마지막 ‘한 방’ 있을까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계약 고수…스플릿 계약하려는 구단은 있어

-“나성범과 양현종, 빅리그에서 뛸 실력 충분한 선수…시기적으로 운이 없다” 평가

빅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양현종과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빅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양현종과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무소식 끝에 희소식이 찾아올까.

올겨울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KBO리그 스타 3인 가운데 가장 먼저 빅리그 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김하성이었다. 김하성은 포스팅 공시 이후 줄곧 여러 빅리그 구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현지 매체에서도 많은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1월 1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고 ML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나성범과 양현종은 아직 조용하다. 2020년 연말을 지나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아직 행선지를 정하지 못했고, MLB 관계자나 현지 언론에서도 이렇다 할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을 떠나 아예 현지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무소식’ 상태가 길어지면서 ‘이러다 국내로 유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나성범과 양현종의 현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엠스플뉴스는 여러 빅리그 스카우트와 야구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 나성범, 미국 현지에선 감감무소식…보라스 측은 자신감 보여 -

스캇 보라스와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스캇 보라스와 나성범(사진=엠스플뉴스)

우선 나성범의 상황이다. 나성범은 지난해 11월 30일 구단-KBO를 거쳐 MLB 사무국에 포스팅을 요청했고 MLB가 12월 10일 30개 구단에 공시했다. 포스팅 마감일은 한국 기준 1월 10일 오전 7시. 이제 포스팅 마감까지는 8일밖에 남지 않았다.

앞서 김하성의 경우 포스팅 마감을 열흘 정도 앞두고 본격적인 영입 경쟁이 펼쳐졌다. 엠스플뉴스가 토론토, 샌디에이고 등 6개 구단이 오퍼한 사실을 최초 보도한 날짜가 바로 포스팅 마감 9일 전이었다. 미국 진출이 현실이 되려면 나성범의 행선지도 이제는 서서히 윤곽이 드러날 때가 됐다.

아직 표면적으로 드러난 움직임은 없다. 메이저리그 A구단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김하성, 양현종과는 접촉했지만 나성범에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다른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들과도 나성범 관련해선 별 대화를 나눈 게 없다. 애리조나, 디트로이트 등이 관심을 가질 만한 구단인데 아직은 가시화된 움직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소식에 정통한 야구인도 “김하성 소식은 계속 전해 들었지만 나성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내셔널리그 소속인 B구단 스카우트 역시 “양현종은 몇몇 구단과 접촉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성범 소식은 못 들었다”고 했다. 미국 쪽 넓은 인맥으로 ‘마당발’이라 불리는 구단 관계자도 “아직 나성범 관련 소식을 들은 게 없다”고 했다.

몸 상태에 대한 우려와 30대 초반 나이가 걸림돌이다. 미국 쪽 인맥이 두터운 야구 관계자는 “메디컬 테스트 때 머리끝부터 발가락 하나까지도 꼼꼼하게 살피는 게 미국 구단들이다. 나성범이 십자인대 파열 부상에서 돌아와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하긴 했지만, 미국 쪽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마침 시장에 나온 외야수 중에 비슷한 유형이 많은 것도 불리한 조건”이라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소속팀 NC 관계자들조차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 NC 관계자는 “나성범 선수가 오랜 꿈을 꼭 이루기를 응원하는 마음인데, 별다른 소식이 들리는 게 없어 걱정이 된다”고 했다.

NC 관계자는 “나성범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라는 사실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보라스 측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메이저리그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보라스 쪽과 최근 연락할 일이 있었는데 ‘나성범에 관심 있는 구단이 많다. 다만 천천히 진행되고 있을 뿐”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한 국내구단 관계자도 “어떤 근거인지 몰라도 나성범 쪽에선 여전히 자신 있어 하더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물밑에선 계속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포스팅 공시 직후 30개 구단에 나성범 관련 자료를 모두 보냈고, 지난달 중순엔 보라스가 미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나성범을 홍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나성범은 ‘헐값’이나 터무니없는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행을 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나성범이 원하는 몸값은 앞서 포스팅으로 진출했던 강정호 계약이 기준점이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도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 만족할 만한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2021시즌 건강을 증명한 뒤 마지막 도전을 하는 방법도 있다.

반면 B구단 스카우트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빅리그 보장 계약이나 원하는 금액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이 없는 외야수가 빅리그 보장 계약을 얻기는 어렵다. 스플릿 계약을 감수할 수 있다면 미국행이 가능하겠지만, 메이저리그 보장을 고수한다면 팀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예상을 내놨다.

- 빅리그 보장 계약, 양현종 MLB 진출의 필수 조건이자 걸림돌 -

마지막 MLB 도전에 나선 양현종(사진=KIA)
마지막 MLB 도전에 나선 양현종(사진=KIA)

양현종의 미국 도전도 장기전 양상이다. 2020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국외 구단과의 협상을 위해 현지 에이전시를 고용했다. 과거 김현수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운 조시 퍼셀 에이전트가 양현종의 국외 진출을 돕고 있다.

사실 양현종에 대한 미국 현지 평가는 나쁘지 않다. 아메리칸리그 소속 C구단 스카우트는 “인성 및 메이크업 부분에선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은 선수다. 나이와 속구 스피드, 세컨더리 구종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충분히 빅리그 불펜에서 활약할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 관심을 보인 구단도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최종 오퍼까지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의 C구단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김하성은 물론 양현종에게도 관심이 있었다. 우리 팀 현재 좌완 선발보다 양현종이 낫다고 봤다. 다른 구단 중에도 양현종에 관심 있는 구단이 있는 것으로 안다. 몇몇 스카우트와 양현종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이다. 양현종 측은 1988년생인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계약이 아닌 스플릿 계약을 맺을 경우 안게 되는 리스크가 크다고 본다. 과거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KT 황재균은 최근 토크쇼 ‘스톡킹’에 출연해 스플릿 계약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를 낱낱이 알렸다. 실력이 있어도 보여줄 기회가 없고,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스플릿 계약 선수의 처지다.

양현종의 국내 에이전시 관계자도 “다른 조건은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조건만큼은 꼭 필요하다”며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 구단들의 생각은 다르다. 메이저리그 정통한 소식통은 “빅리그 보장 여부는 양현종 미국 진출의 핵심 조건이자 일종의 장애물이다. 빅리그 보장 계약만 요구하지 않는다면 영입하려는 구단이 여럿 있을 것이다. 실제 그간 관심을 가진 구단들도 있었다. 하지만 빅리그 보장은 어렵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라고 전했다. 내셔널리그 B구단 스카우트도 “스플릿 계약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메이저 보장 계약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금액 면에서도 기대한 만큼의 조건을 따내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라고 비관적인 생각을 밝혔다.

만약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계약을 받지 못할 경우 양현종 측은 국내 잔류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이 크다. 양현종의 국내 에이전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메이저리그 로스터 보장 계약을 못 받는다면 국내 잔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행이 무산될 경우 곧바로 KIA와의 협상 테이블을 차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A구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나성범과 양현종 두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 두 선수 다 빅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며 “김하성, 나성범, 양현종은 각기 다른 장점을 토대로 KBO리그에서 성적을 낸 최고의 선수들이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진출한 선수 중에서도 인성, 도전정신, 열정, 실력 부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스카우트는 “현재 뛰고 있는 선수 중에 이 세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다. 이들 이후 한동안 KBO에서 빅리그에 도전할 만한 선수가 나올지도 의문”이라며 “다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시기나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여러모로 운이 따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과연 나성범과 양현종은 이 모든 부정적 예상과 불리한 여건을 뒤집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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