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미국 메이저리그 40인 외 논텐더 방출 명단 발표

-예상보다 아쉬운 논텐더 방출 명단이란 평가 “데려올 만한 선수 많이 안 보여.”

-미리 외국인 투수 구성 끝낸 구단들이 승자? 한화는 이제 외국인 타자에 집중

-코로나19 사태로 신설한 연봉 규정과 일본 구단과의 경쟁도 변수

SK는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가장 빠르게 마친 구단이다. 윌머 폰트(왼쪽)와 아티 르위키(오른쪽)가 내년 시즌 SK 마운드 재건을 이끌 전망이다(사진=SK)
SK는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가장 빠르게 마친 구단이다. 윌머 폰트(왼쪽)와 아티 르위키(오른쪽)가 내년 시즌 SK 마운드 재건을 이끌 전망이다(사진=SK)

[엠스플뉴스]

12월 3일 미국 메이저리그 40인 외 논텐더 방출 명단이 발표됐다. 내년 시즌 새 외국인 선수를 구하는 KBO리그 구단들은 논텐더 방출 명단에 오른 선수들을 살펴보며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겠단 자세였다.

하지만, 논텐더 방출 명단에 오른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을 본 대다수 구단은 실망감을 드러냈단 후문이다. 기대만큼 좋은 기량의 선수들이 논텐더 방출 명단에 오르지 않은 까닭이다. 특히 투수 후보군이 그랬다. 그나마 관심이 가는 기량의 투수들도 금방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는 상황이라 한국행이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A 구단 관계자는 “논텐더 방출 명단을 보니 한국으로 데려올 만한 수준급 선수들이 많이 나왔는지는 의문이다. 올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거나 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들도 있다. 특히 외국인 투수의 경우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 과거 기록만 보고 영입하는 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구단도 보류선수 명단에 넣은 외국인 투수와 재계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바라봤다.

B 구단 관계자도 “개인적으로 논텐더 방출 명단을 기다리는 것보다 미리 움직여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올 시즌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11월 중순 정도가 그나마 괜찮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에 적기였다”라고 바라봤다.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는 논텐더 방출 명단이 나오기 전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이런 두 구단 움직임은 논텐더 방출 명단을 기다려도 기대만큼 좋은 선수 영입이 힘들 수 있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화는 11월 29일 올 시즌 SK에서 뛰었던 닉 킹엄과 타이완 리그에서 활약한 라이언 카펜터를 새 외국인 투수진으로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외국인 투수보다 비교적 운신의 폭이 넓기에 다소 늦어지는 외국인 타자 물색도 순조로운 분위기다.

한화 정민철 단장은 “이미 외국인 타자 리스트 업에 올렸던 후보들 외에도 최근 상황에 변화가 온 새로운 후보들도 있다. 폭넓게 후보군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비 포지션보단 장타력 등 타격 능력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관련 연봉 신설 규정과 일본 구단과의 경쟁도 외국인 시장 변수-

올 시즌 팀의 주축 외국인 투수로서 맹활약한 KIA 에런 브룩스(왼쪽)와 롯데 댄 스트레일리(오른쪽)는 내년 시즌 다시 KBO리그에서 함께 활약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팀의 주축 외국인 투수로서 맹활약한 KIA 에런 브룩스(왼쪽)와 롯데 댄 스트레일리(오른쪽)는 내년 시즌 다시 KBO리그에서 함께 활약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코로나19 시즌을 겪은 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참가활동 기간과 연봉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생긴 것도 외국인 선수 영입에 큰 변수다. KBO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우면 선수단(감독·코치·외국인 선수 포함)의 참가활동 기간, 연봉, FA 등록 일수 등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KBO 규약과 선수단 계약서에 추가하기로 했다.

천재지변·전쟁·감염병·법령의 규정·법원의 판결·정부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명령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리그의 개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KBO 총재는 참가활동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서 선수단 연봉 지급을 제한하는 조건 등으로 참가활동의 제한, 중단 및 종료 등을 선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수가 축소된 경우 구단은 선수에게 축소된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감액 지급한다.

한 외국인 시장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감액 규정이 KBO리그에 새로 생겼기에 그런 규정이 없는 일본 구단들과의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에서 더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KBO리그 구단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기존 외국인 선수를 일본 구단으로부터 지키기도 힘든 이중고에 빠진 셈”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는 구단들의 과제 난이도가 예년보다 확연히 어려워진 분위기다. 오히려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진 구성을 마무리한 SK와 한화의 움직임이 영리했단 평가도 뒤늦게 나온다. 실무진의 긴밀한 계약 협상으로 에런 브룩스와의 재계약을 빠르게 마무리한 KIA 타이거즈의 움직임도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경쟁력 있는 제안으로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재계약을 확정했다.

만약 논텐더 명단에서 데려올 만한 선수가 없다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안에 있는 선수를 이적료 지급 뒤 데려오는 방법이 있다. 물론 100만 달러 상한제 때문에 웬만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데려오기 힘들다는 게 야구계 중평이다.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는 구단들은 향후 40인 로스터에 변화가 생기는 시점을 기약 없이 기다리거나 혹은 올 시즌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뛴 마이너리그 계약 선수들 가운데 좋은 원석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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