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롯데맨 박시영, 신본기와 함께 KT 위즈로 트레이드

-“트레이드될 것 같은 예감 있었는데, 실제로 되니까 멍하더라”

-“장성우, 하준호와 입단 동기…장성우한테 제가 잘 보여야죠”

-“2020년 수술에서 돌아와 부진, 지금은 컨디션 100%…열심히보다 잘하는 선수 될게요”

이제는 KT 일원이 된 박시영(사진=롯데)
이제는 KT 일원이 된 박시영(사진=롯데)

[엠스플뉴스]

“신인 때부터 몸담은 롯데를 떠나게 돼서 아쉽지만, KT에서 뛰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된다. 입단 동기 장성우, 하준호 등 롯데 출신 선수들과 다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투수 박시영은 2020시즌 뒤 부산에 이사할 집을 계약한 상태였다. 한창 이사 준비를 하던 중에, 수원 KT 위즈로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3일 오후 연락이 닿은 박시영은 “이사 준비 중이었는데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해야 할 것 같다”며 “어제오늘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시영은 프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롯데에서만 뛰었다. 인천 출신이지만 2008년 입단 이후 13년을 롯데에 몸담아 이제는 부산 토박이 같은 느낌마저 준다. 롯데 팬들의 큰 기대와 사랑도 받아봤다. 2016년 풀타임 1군 투수가 된 뒤 박세웅-박진형과 묶어 ‘박트리오’로 불렸고, 지난해엔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기대치를 높였다.

비록 2020시즌엔 다소 부진했지만, 박시영은 여전히 보여줄 게 남아 있는 투수다. 140km/h 중후반대 속구와 커브, 포크볼은 하나같이 무브먼트가 좋아 공략하기 까다롭다. 좌타자에 강하고 긴 이닝을 던질 줄 아는 것도 장점이다.

KT 이숭용 단장도 “필승조 역할”을 언급하며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커리어가 정체된 투수를 살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감독-박승민 투수코치의 존재도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박시영도 “정든 롯데를 떠나 아쉽지만 KT행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 “트레이드될 것 같은 예감 있었다…진짜로 되니 순간 ‘멍’했다” -

박시영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는 순간 멍한 느낌을 받았다(사진=롯데)
박시영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는 순간 멍한 느낌을 받았다(사진=롯데)

오늘 오전 신본기와 함께 KT로 트레이드됐다.

아쉽다. 신인 때부터 오랫동안 함께한 팀 롯데를 떠나게 됐으니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거기서는 나를 또 다른 시각으로 봐주실 테니까, 기회라고 생각한다. 좋게 생각하려 하고 있다.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떤 느낌이었나. ‘멍’하지 않았나.

처음엔 그랬다. 실은 트레이드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니다. 왠지 모르게 트레이드가 될 것 같은 싸한 느낌이 있었다. 마음의 준비까지는 아니지만 속으로 생각만 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니까 순간 멍했다.

롯데는 2008년 프로 입단 때부터 13년간 몸담은 팀이다.

정든 형들, 동생들과 떨어지게 돼서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 계속 롯데에 남고 싶었는데, 롯데 팬들의 응원을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떠나야 한다는 게 정말 아쉽다.

1989년생 동갑내기 신본기와 함께 트레이드됐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가니까 좀 낫다(웃음).

KT엔 롯데 출신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황재균, 장성우, 하준호, 배제성 등이 모두 롯데에서 건너갔다.

같이 야구했던 친구와 후배들이 있어서 지내기는 괜찮을 것 같다. 장성우, 하준호도 입단 때부터 알고 지낸 동기간이다. KT에 가면 장성우에게 잘 보여야 할 것 같다(웃음).

- “앞으로는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 -

1989년생 동갑내기 박시영과 신본기(사진=롯데)
1989년생 동갑내기 박시영과 신본기(사진=롯데)

2019시즌에 좋았는데 올해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 시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첫 시즌이었다. 다소 급한 면이 없지 않았다. 작년에 해놓은 게 있으니까, 수술한 뒤 좀 더 여유를 갖고 재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컨디션은 어떤가.

시즌 후반부터 몸 상태는 완전히 회복됐다. 수술 전 상태로 회복했고, 컨디션 100%다. 오프시즌에도 매일 운동 하면서 꾸준히 몸을 만드는 중이다.

KT에선 “즉시 전력감으로 필승조 역할”을 기대한다고 하던데.

(웃음) 어쨌든 나를 활용하려고 데려가시는 것 아니겠나. KT에서 날 필요로 하니까, 이제는 내가 잘하는 일만 남았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

롯데에서 봤을 때 KT는 어떤 팀인가.

처음 신생팀으로 창단했을 때부터 봤는데, 이강철 감독님이 오신 뒤 선수들의 응집력이 좋고 끈질긴 팀이 됐다.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었던 게 생각난다. 정규시즌 2위는 쉽지 않은 성적 아닌가. 그 팀만의 뭔가가 있어야 가능한 성적이다. 내년에도 다시 그 자리에 올라가는 데 보탬이 되는 걸 목표로 삼을 생각이다.

롯데 관계자에게 ‘박시영이 가서 잘하면 롯데가 욕먹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박시영은 KT에 가면 잘할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한 팀에 있었으니까, 애정을 담아 해주신 말씀인 것 같다. KT에 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내가 하기에 달렸다. KT 행이 내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믿고 있다. 이강철 감독님, 투수코치님이 내게 부족한 점을 가르쳐 주시면 바로바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

13년간 머물렀던 부산을 떠나 수원으로 가게 됐다. 이사는 언제 할 생각인가.

실은 이번에 이사하려고 계약을 해둔 상태였다. 그런데 트레이드가 돼서, 다시 집을 내놓고 새로 이사해야 할 것 같다. 집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응원해준 롯데 팬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KT 팬들에게 한 마디씩 부탁한다.

지금까지 제가 잘하든 못하든 응원과 질책을 보내주신 롯데 팬 여러분, 그동안의 환호와 응원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다른 팀에 가서도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음속으로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KT 팬들께는 노력하는 모습을 넘어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롯데뿐만 아니라 어떤 팀과 만나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던지겠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