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김용의, 생애 첫 FA 계약 성공

-LG와 1년 총액 2억 원에 계약…“구단 잘 만난 덕분이죠”

-“LG와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게 최우선…1도 고민 않고 도장 찍었다”

-“후배들과 경쟁? 이제 내겐 의미 없어…후배들 잘하게 돕는 게 내 역할”

김용의는 LG에서 계속 야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김용의는 LG에서 계속 야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이제 제게 경쟁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후배들이 앞으로 LG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생들이 더 잘하고, 연봉도 많이 받아가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LG 트윈스 김용의는 ‘명품 조연’ 같은 선수다. 홈런이나 타율처럼 어느 한 분야에서 눈에 띄게 돋보이진 않아도, 있으면 요긴하고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김용의다. 투수와 포수 빼고는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함,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잠실야구장에 출근하는 성실함, 팬들을 위해서라면 엘사 분장과 할리퀸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 팬서비스 정신까지 갖췄다.

김용의는 2008년 프로에 데뷔한 뒤 자신만의 속도와 색깔로 13년째 선수 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2020시즌을 끝으로, 35살 나이에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결실을 거뒀다. FA 신청 전까지 고민도 많았지만, ‘LG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진심이 통했고 계약 기간 1년 총액 2억 원의 조건에 계약이 이뤄졌다.

“구단을 잘 만난 덕분에 FA 계약을 다 해본다”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한 김용의의 얘기에 엠스플뉴스가 귀를 기울였다. 인터뷰는 3일 오후 전화 통화로 진행됐다.

- “FA 계약, 팀 잘 만난 덕분…신경 써준 구단에 감사” -

김용의는 13년간 LG에서 활약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김용의는 13년간 LG에서 활약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첫 FA 계약 체결 축하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행복했어요. 금액이나 조건을 떠나 계약했다는 것 자체로 제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KBO리그에서 FA 조건을 충족했지만 신청하지 못하거나, 계약 못 하는 선수도 있잖아요.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칼바람이 부는 시기인데, 제가 팀을 잘 만난 덕분이죠. LG 트윈스에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계약이 속전속결로 이뤄졌습니다. 이번 스토브리그 2호 FA 계약입니다.

SK (김)성현이에게 1호를 내줘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웃음) 만족합니다.

협상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사무실에 들어갔더니 차명석 단장님이 ‘아이고 김용의 선수님, 어서 오십시오’ 하시지 뭐예요(웃음). 적응이 안 돼서 ‘단장님, 평소대로 하시죠’ 했더니 바로 평소 말투로 ‘얼마면 돼? 얼마 원하는데?’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얼마를 불렀습니까.

제겐 FA 계약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구단에서 생각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구단에서 제안하는 대로 바로 도장 찍겠다고 말씀드렸죠. 바로 계약하고, 사진 찍고, 단장님은 바쁘셨는지 바로 어딜 또 가시더군요(웃음).

처음부터 구단 제시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나요.

그랬죠. 저보다 야구를 더 오래 한 형들의 사례를 봤어요. 시장에 나갔다가 일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아무도 불러주는 팀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여기서 돈 욕심 부리면 LG라는 팀과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LG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게 제겐 최우선이었어요. 한 번에 할 생각이었습니다.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보고 조금의 고민도 들지 않았습니까.

(단호하게) 네. 1도 없었어요. 전혀 없었습니다. 오로지 하나였어요. FA 계약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고, 방출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13년 함께 했다고 챙겨주신 거잖아요. LG에서 예우해 줬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감사할 뿐이죠.

그래도 FA 신청을 앞두고는 적지 않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제가 제 위치를 아니까요. 신청하는 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잖아요. 만약 제가 허경민, 정수빈이면 고민 없이 무조건 신청했죠(웃음). 하지만 신청 자격을 갖추고도 안 한 분들도 있고, 그만두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장 상황이 어떤지 조사도 많이 해보고 고민도 했습니다.

차명석 단장과도 의논했다고 들었습니다.

단장님께서 FA를 신청할 생각인지 물어보셨어요. 고민한 끝에 ‘계속 야구할 수 있게 도와준 구단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LG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가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얘기한 게 단장님이나 사장님, 구단 입장에서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김용의가 구단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어 하는구나, 거기에 점수를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FA를 신청한 뒤 일부 팬들의 반응이 서운하진 않았습니까.

서운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보단 고마운 마음이 컸어요. FA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해서 된 게 아니에요. 주위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독님, 단장님, 코치님들, 구단 직원분들 도움 덕분입니다. ‘그래도 용의가 우리 팀에 필요합니다’라고 말씀해주신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이런 계약을 맺을 수 있었어요.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야수 FA 계약은 대개 한 포지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주전 선수에게 돌아갑니다. 김용의 선수처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선수가 FA 계약을 따낸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남들처럼 한 가지를 특출하게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야구장 다이아몬드 안에서 웬만한 포지션은 다 해봤습니다. 투수, 포수 빼고는 다 해봤잖아요(웃음). 덕분에 다른 선수들보다 그라운드에서 시야는 제가 좀 더 넓지 않을까 싶어요. 전 포지션을 다 해봐서 각 포지션의 힘든 점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제가 생각할 땐 장점 같고요.

김용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김용의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선수다(사진=엠스플뉴스)

그사이 트레이드로 이상호라는 만능선수가 합류했습니다. 이상호 외에도 팀 내 젊은 내야수들도 많아서, 경쟁이 치열할 것 같습니다. 각오하고 있나요.

음, 제게는 이제 경쟁이란 말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가요.

경쟁보다 (이)상호가 됐든 누가 됐든, 이 선수들이 앞으로 LG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팀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후배들이 잘못된 길로 가려고 하면 잡아주는. 그런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LG를 위해 헌신할 생각이네요.

그렇게 해서 동생들이 야구를 더 잘하고, 연봉도 많이 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웃음).

김용의 선수를 응원하는 LG 팬들에게 한 가지 약속한다면.

LG가 매년 상위권에 올라가는 강한 팀이 될 수 있게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팀이 강팀으로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팬들에게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올해 코로나19로 야구장에도 많이 못 오시고, 현장에서 응원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해 아쉬우셨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져서, 단 1년이라도 많은 팬 보시는 앞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겁니다. LG 팬들은 그 힘든 시기에도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응원해주셨어요. 변하지 않는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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