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구단들, ML 논텐더 방출 명단 발표에 맞춰 외국인 선수 물색 시작

-외국인 선수 실전 감각 우려 분위기, 특히 등판 부족했던 투수 향한 물음표 강해

-KBO리그 외국인 선수 눈독 들이는 일본 구단과의 경쟁도 큰 변수

-코로나19 관련 연봉 감액 규정 신설 역시 외국인 영입 경쟁에 악영향

올 시즌 팀의 주축 외국인 투수로서 맹활약한 KIA 에런 브룩스(왼쪽)와 롯데 댄 스트레일리(오른쪽)는 내년 시즌 다시 KBO리그에서 함께 활약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팀의 주축 외국인 투수로서 맹활약한 KIA 에런 브룩스(왼쪽)와 롯데 댄 스트레일리(오른쪽)는 내년 시즌 다시 KBO리그에서 함께 활약할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외국인 선수 영입 혹은 재계약은 내년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겨울 과제다. KBO리그 구단들을 올겨울 특히 외국인 선수 구성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외국인 선수 수급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까지 찾아온 까닭이다.

올 시즌 하위권에 처진 구단들일수록 새로운 외국인 선수 구성에 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새 외국인 투수 두 명(윌머 폰트, 아티 르위키)을 동시에 데려왔다. 한화 이글스도 11월 29일 올 시즌 SK에서 뛰었던 닉 킹엄과 타이완 리그에서 활약한 라이언 카펜터를 새 외국인 투수진으로 영입했다.

12월 3일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40인 로스터 외 논텐더 방출 명단을 결정하는 날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코로나19 시즌을 경험하며 재정 상태가 악화됐기에 논텐더 명단 규모가 예년보다 더 커진단 예상이 쏟아진다. 보통 새 외국인 선수들을 구하는 구단들은 논텐더 명단 발표에 따른 영입 우선순위 선수 접근 전략을 구상한다.

하지만, SK와 한화는 논텐더 방출 명단이 나오기 전 외국인 선수들의 영입을 일찌감치 결정했다. 이런 두 구단 움직임은 논텐더 방출 명단을 기다려도 기대만큼 좋은 선수 영입이 힘들 수 있다고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새 외국인 물색 리스크 안아야 할 KBO리그, 일본 상대 지키기도 과제-

일본 구단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타격 4관왕 로하스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사진=KT)
일본 구단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타격 4관왕 로하스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사진=KT)

기존 외국인 선수를 재계약 대상자로 분류해 보류선수 명단에 넣은 구단들도 논텐더 방출 명단과 외국인 선수 시장 흐름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고심할 계획이다.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을 고민 중인 한 구단 관계자는 “논텐더 방출 명단을 기다려도 KBO리그 구단들이 내년 시즌 활약을 기대할 만한 선수들이 다수가 쏟아질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올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선수들이 그만큼 많이 나올 수 있단 뜻이다. 특히 외국인 투수의 경우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라 과거 기록만 보고 영입하는 건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구단도 보류선수 명단에 넣은 외국인 투수와 재계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바라봤다.

KBO리그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후보 리스트는 대동소이하다. 해마다 뜨거운 영입 경쟁이 이어졌지만, 올겨울은 특히 코로나19 시즌으로 외국인 선수 풀이 좁아졌기에 더 치열한 분위기가 형성될 전망이다. 게다가 국내 구단들끼리의 경쟁뿐만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한국과 같이 11월 말 올 시즌을 마무리한 일본 구단들도 최근 외국인 선수 보류 명단을 발표한 뒤 새 외국인 선수 물색에 나선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논텐더 방출 명단에도 관심을 보이지만, 일본 구단들은 무엇보다 KBO리그에서 맹활약한 상위권 외국인 선수들에게 관심이 큰 분위기다.

올 시즌 타격 4관왕에 오른 KT WIZ 멜 로하스 주니어, 시즌 20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는 일본 구단들과의 연결이 강하게 이어진 선수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일본 구단들이 올 시즌 중간부터 KBO리그에서 맹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해왔다. 불확실한 논텐더 방출 명단에 있는 선수들보단 올 시즌 KBO리그라는 실전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데려오겠다는 심산”이라고 전했다.

일본 구단들과 영입 경쟁이 붙을 경우 단순한 ‘머니 싸움’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비교적 안정적인 구단 내 입지와 안전한 생활환경, 다년 계약 보장 등으로 외국인 선수를 직접 설득하는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차라리 속도전으로 빨리 끝낸 구단들이 이득? 코로나19 감액 규정도 변수-

SK는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가장 빠르게 마친 구단이다. 윌머 폰트(왼쪽)와 아티 르위키(오른쪽)가 내년 시즌 SK 마운드 재건을 이끌 전망이다(사진=SK)
SK는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가장 빠르게 마친 구단이다. 윌머 폰트(왼쪽)와 아티 르위키(오른쪽)가 내년 시즌 SK 마운드 재건을 이끌 전망이다(사진=SK)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코로나19 시즌을 겪은 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참가활동 기간과 연봉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생긴 것도 외국인 선수 영입에 큰 변수다. KBO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우면 선수단(감독·코치·외국인 선수 포함)의 참가활동 기간, 연봉, FA 등록 일수 등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KBO 규약과 선수단 계약서에 추가하기로 했다.

천재지변·전쟁·감염병·법령의 규정·법원의 판결·정부 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명령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리그의 개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경우 KBO 총재는 참가활동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서 선수단 연봉 지급을 제한하는 조건 등으로 참가활동의 제한, 중단 및 종료 등을 선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수가 축소된 경우 구단은 선수에게 축소된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감액 지급한다.

한 외국인 시장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감액 규정이 KBO리그에 새로 생겼기에 그런 규정이 없는 일본 구단들과의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에서 더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KBO리그 구단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기존 외국인 선수를 일본 구단으로부터 지키기도 힘든 이중고에 빠진 셈”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는 구단들의 과제 난이도가 예년보다 확연히 어려워진 분위기다. 오히려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진 구성을 마무리한 SK와 한화의 움직임이 영리했단 평가도 뒤늦게 나온다. 실무진의 긴밀한 계약 협상으로 올 시즌 최상급 활약을 펼친 에런 브룩스와의 재계약을 빠르게 마무리한 KIA 타이거즈의 움직임도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경쟁력 있는 제안으로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재계약을 확정했다.

한·미·일 프로야구에 모두 코로나19 악령이 덮치며 혼돈의 외국인 시장으로 이어졌다. 과연 KBO리그 구단들이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또 다른 보석을 수집하는 동시에 집안의 보석까지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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