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지사들의 ‘헛 공약’이었던 독립야구 지원, 이재명 도지사는 행동으로 실천

-"야구 글러브 만들다 '왼팔 장애' 얻었지만, 그래도 야구가 재밌고 좋더라고요"

-경기장 건설 등 눈에 보이는 치적에만 몰두하는 지자체장들. 이재명은 ‘스포츠 선순환 구조’와 ‘실질적 스포츠 산업 육성’에 집중

-성남시장 시절,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으로 관내 IT 기업 유출 막고, 시민 혈세 줄여” 평가받아…“스포츠 마케팅에 무지한 이들로부터 정치 공세 시달렸다”

-성남시장 시절 공약 이행률 96% 달성, 비결은 “국민을 두려워하니까”

경기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난 이재명 지사(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경기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난 이재명 지사(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솔직히 설마 했죠. 전임 도지사들이 죄다 지키지도 않을 약속만 남발했으니까. 이재명 지사도 똑같을 거라고 봤어요. 아예 기대도 안 했죠.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로 약속을 지키더라고요. 야구인들이 모두 깜짝 놀랐죠.”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는 올해 프로 지명 선수를 배출했다. ‘2021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내야수 김동진이 삼성 라이온즈의 선택을 받은 것. 2019 LG 트윈스 한선태에 이은 파주 출신으론 두 번째 프로행이었다.

4년째 파주를 이끌어온 양승호 감독은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경기도 이재명 지사에게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약속을 지켜 야구인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지사 부임 이후 경기도가 독립야구단에 직·간접적 지원을 해주면서 경기도리그 팀 수가 확 늘었어요. 이제는 팀당 일주일에 3경기를 치릅니다. 이긴 팀은 물론 진 팀에도 출전 수당이 나와요.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죠.” 양 감독의 말이다.

사실 독립야구단 지원은 이재명 지사의 공약이 아니었다. 2013년 10구단 유치 경쟁 당시 “10구단 창단에 성공하면 독립리그를 운영하겠다”던 김문수 전임 도지사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이를 지켜지지 않았다.

남경필 지사가 도정을 이어받은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보통 새 지자체장이 취임하면 전임 단체장의 공약은 폐기되곤 한다. 전임자가 다른 정당 소속일 경우엔 아예 반대로 가곤 한다. 더구나 독립야구처럼 대중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분야라면 그냥 뭉개고 가는 게 태반이다.

그러나 이 지사는 달랐다. 이 지사 취임 후 경기도는 해마다 5억 원의 예산을 ‘독립야구 지원’에 편성했다. 독립야구팀들이 원활히 경기를 치르도록 여러 편의도 제공했다. 그 덕분인지 지난해 4월부터 독립리그는 기존 3개 팀에서 6개로 팀 수가 늘었다. 그리고 모든 야구인이 바랐던 김동진처럼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까지 나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 지사는 왜 안 지켜도 그만일, 지켜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그것도 다른 정당 전임 도지사들이 약속했던 공약을 실천으로 옮긴 것일까.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이재명 지사를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 “성남시장 시절 수원과 10구단 유치 경쟁, 지금은 KT 위즈의 열혈 지지자” -

수원야구장을 찾은 이재명 지사 부부(사진=경기도청)
수원야구장을 찾은 이재명 지사 부부(사진=경기도청)

올해 열린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경기도리그 독립야구단 선수 중에 프로 지명자가 나왔습니다.

저도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어요. 파주 챌린저스 김동진 선수가 삼성에 가게 됐죠?

기억하시네요.

상당히 유망한 선수라고 들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김동진 선수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 전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웃음).

일전 양승호 파주 감독을 만났더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도움을 준 이재명 지사에게 감사드린다”는 얘길 거듭하더군요.

그전에 한가지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어떤?

(활짝 웃으며) 사실 제가 야구광입니다. 야구를 정말 좋아해요.

축구를 좋아하시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옛날 동대문 야구장이 있던 시절, 그러니까 제가 성남에서 공장 일을 하던 시절이죠. 그때는 주말마다 고교야구를 보러 미친 듯이 쫓아다니곤 했어요. 프로야구가 생긴 뒤엔 ‘전두환이 정치적 목적으로 (프로야구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약간의 반골 기질이 발동해 한동안 거리를 두기도 했죠. 하지만, 그 마음이 오래 안 가더라고요. 내심 좋아하는 팀이 있고 하니까, 경기를 안 볼 수가 없게 되더군요(웃음).

소년공(工) 시절 야구 글러브 만드는 일을 한 것으로 압니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15살 때부터 17살까지 2년 정도 ‘대양실업’이란 회사 공장에서 일했어요. 스키 장갑과 야구 글러브 만드는 곳이었는데, 저는 글러브 만드는 파트에서 프레스 재단 일을 했죠. (구부러진 왼팔을 들어 보이며) 그 일을 하다가 팔이 이렇게 됐습니다. 기계에 눌려 뼈가 으스러지는 바람에, 왼팔에 장애를 갖게 됐어요.

어찌 보면 야구 때문에 다친 셈인데…야구가 원망스럽지 않았습니까.

(양손을 흔들며) 그렇지는 않아요. 일하는 작업 환경이 나빴던 거지. 그래도 야구 자체는 계속 좋더라고요(웃음). 쉬는 시간에 동료들과 야구도 많이 했어요. 그때는 글러브가 귀한 시절이었어요. 우리가 만드는 글러브는 수출용 최고급 제품이었습니다. 그중에 좀 흠집이 생겼거나 색깔이 조금 안 맞는 불량품이 생기면, 그걸 가져다 캐치볼 하면서 놀곤 했어요.

이재명 지사는 소년 노동자 출신이다. 이 지사는 그 시절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반대다. 땀 흘려 일한 그 시절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흔히 정치인들에게 제기되는 '땀 흘려 돈 벌어 본 적이 없다'는 비아냥이 이 지사에겐 통하지 않는 이유다. 사진은 소년공 시절 동료들과 함께 과자와 사이다를 앞에 두고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랠 부르는 이 지사(사진 맨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이재명 지사는 소년 노동자 출신이다. 이 지사는 그 시절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반대다. 땀 흘려 일한 그 시절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흔히 정치인들에게 제기되는 '땀 흘려 돈 벌어 본 적이 없다'는 비아냥이 이 지사에겐 통하지 않는 이유다. 사진은 소년공 시절 동료들과 함께 과자와 사이다를 앞에 두고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랠 부르는 이 지사(사진 맨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성남시장 시절 프로야구 10구단을 유치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많은 분이 모르고 계십니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처음 10구단 유치 경쟁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성남시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사업성, 접근성이 높았고, 무엇보다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저 역시도 꼭 하고 싶었죠. 야구계 분들과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만약 유치에 성공한다면, 시 외곽이 아닌 본시가지에 야구장을 지을 계획을 세웠어요.

성남 본시가지에요?

(고갤 끄덕이며) 성남종합운동장 자리에 야구장을 짓고, 모란역에서 야구장까지 시민들이 걸어서 오실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은 도로를 막고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이었죠. 넓은 광장에 사람들이 오가면서 떡볶이도 사 먹고, 풍선도 날리고, 응원팀이 이긴 날은 맥주 파티도 여는 광경을 상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10구단을 유치한 도시는 성남이 아닌 수원시였습니다.

한 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게 뭡니까.

당시 성남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갚아야 할 처지였어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재정을 쥐어짜 메워 가는 와중에, 1천300억 원이 들어가는 야구장을 짓겠다는 말을 차마 시민들께 할 수가 없었어요.

아.

결국 눈물을 머금고 야구단 창단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 수원시가 KT 위즈를 창단해서 잘 운영했고, KT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강팀이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경기도지사로서 KT가 잘하기를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KT를 응원하는 팬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수렵 채취식의 프로스포츠에서 패자부활전 기회 제공하는 게 지자체 역할” -

파주 챌린저스 소속으로 프로야구단의 지명을 받은 김동진이 타격하는 장면. 연고지인 파주시가 외면하는 가운데 경기도가 파주 챌린저스를 지원하고 있다(사진=파주 챌린저스)
파주 챌린저스 소속으로 프로야구단의 지명을 받은 김동진이 타격하는 장면. 연고지인 파주시가 외면하는 가운데 경기도가 파주 챌린저스를 지원하고 있다(사진=파주 챌린저스)

이쯤에서 처음에 하려던 질문을 다시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도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에서 독립야구단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손사래 치며) 그렇게 많지 않아요. 연간 5억 원 정도입니다. 경기도 전체 인구수와 예산 규모에 비하면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니에요. 야구인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경기도 독립리그는 사실 10구단 창단 당시 전임 경기도지사가 약속하고서 지키지 않은 공약입니다.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되는 전임자의 공약, 그것도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독립리그 지원을 실천으로 이행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야구가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 종목이잖아요. 하지만 너무 양지에 있는 프로야구만 주목받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너무 프로에만 모든 관심과 자원이 집중되는 건 좋지 않다고 봤습니다. 마치 농사는 안 짓고, 수렵 채취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수렵 채취라.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지금은 열심히 나무를 키워 열매를 맺으면 거기서 제일 좋은 과실만 골라 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식입니다. 그리고 다시 열매를 맺으면 또 그중에 좋은 것만 골라서 따고, 나머지는 버리고. 그러면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냥 사라지는 거잖아요. 너무나 아까운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이게 건강한 생태계인가’라는 문제 의식도 생기고.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우리 프로야구를 보면 들어가는 문이 너무 좁아요. 해마다 고교, 대학을 졸업한 선수 중에 10%만이 프로 문을 통과하고, 한번 탈락하면 재진입하기가 힘든 구조입니다. 다들 야구를 사랑하고 평생 야구만 해온 사람들인데 한번 실패에 좌절해 다시는 꿈을 꿀 수 없다면 너무 잔인한 일이잖아요. 그중에 정말 가능성 있는 좋은 자원이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그 해법 가운데 하나를 ‘독립야구 활성화’로 본 거군요.

저 역시도 험한 환경 속에 젊은 날을 보냈어요. 전 우리 사회가 한번 실패한 사람들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번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인생 전체가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재도전할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김동진 선수처럼 야구로 다시 일어서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고, 좀 더 다른 능력을 발굴해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야구계로서든 국가적으로든 훨씬 좋은 일 아니겠어요?

그렇지요.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잖아요. 희망이 있으면 아무리 현재 상태가 절망적이라도 버틸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으면, 아무리 현 상태가 좋아도 행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김동진 선수의 프로 진출이 독립리그 선수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선수들도 꿈을 잃지 않고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미안한 마음이라면….

나름대로 독립야구단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아요. 경기도 인구수가 1,400만에 육박하는데 독립야구단 6팀로 아직 적습니다. 야구장도 부족합니다. 가능하면 시와 군 외곽에 대규모로 야구장을 만들어서 대회도 열고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앞으로 독립리그 팀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경기도에서 더 많이 지원해 드릴 수 있도록 말이죠(웃음).

- 시민 혈세 아끼고, 관내 IT 기업 이탈 막고서도 정치공세 받은 이재명의 아쉬움 “시민구단 자립 기회 막혔다” -

'주빌리 은행'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성남 FC 선수들(사진=성남 FC)
'주빌리 은행'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성남 FC 선수들(사진=성남 FC)

이재명 지사는 ‘패자부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성남 FC 구단주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 ‘프로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 중에 좋은 선수를 찾아보자’고 제안해 트라이아웃을 열었다”고 했다. “테스트하는 날 직접 가서 보니 참가자들 모두가 정말 열심히 하더라. 거기서 3명 정도를 뽑아 성남 선수로 계약했다. 비록 그 선수들이 프로에서 큰 성적을 내진 못했지만, 그런 시도를 통해 많은 선수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성남 FC 구단주 시절로 화제가 전환됐다.

이 지사는 성남 시장 재직 시절 관내 기업 네이버의 후원금을 성남 FC 구단의 ‘희망 살림’ 광고비로 사용했다. 시민 혈세에 의존하는 기존 시민구단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고, 공익사업을 홍보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반대파에게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에 네이버가 수십억 원 후원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성남시는 건축 인허가 및 용도변경을 통해 네이버에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며 정치 공세의 빌미로 삼았다.

성남 FC 구단주 시절 관내 지역 기업과 연계해 스포츠 마케팅을 시도했다가 정치적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지역 연고 기업의 후원, 정확하게 말하면 광고 아닙니까. 정당한 광고 매출인데 이걸 마치 이재명이 뇌물을 받았다는 식으로 정치적 공격을 했어요. 덕분에 이후로는 시민 구단이 관내 연고 기업 스폰서를 구하는 게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제는 거의 끊겨 버렸어요. (목소리를 높이며) 이건 정말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라는 대한민국 최고 IT 기업이 성남시에 계속 남게 되면 세수 감소를 막을 수 있어 무엇보다 해당 지역에 좋은 일일 텐데요.

기업이 시민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면 그 지역과 시민들이 혜택을 받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그 지역에 들어갔을 때 돌아오는 혜택이 아무것도 없으면 뭐하러 그 지역에 들어가겠습니까. 사실 네이버 같은 경우는 성남시 시유지를 매입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당시 맺었던 협약이 있어요. 지역공헌 협약, 그걸 충실하게 이행한 겁니다. 그걸로 ‘관내 기업이니까 특혜를 줬겠지’ 혹은 ‘사실상 뇌물 아니냐’ 고발까지 하고.

할 말이 많아 보입니다.

저는 관내 기업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공익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어요. 왜냐? 지역 경제에 분명 도움도 되지만, 기업들이 혜택받는 부분도 있거든요.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 논리를 전개하는 분들의 주장대로라면, 기업이 사회공헌사업 하는 건 다 뇌물입니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시 저도 그렇고 체육과 공무원들과 성남 FC 운영진이 기업들 만나러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죽기 살기로 목숨 걸고 마케팅했어요.

지자체가 앞장서서 시민 구단에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고, 공익사업을 알렸다는 점에서 성 남 FC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지자체 구단이 운영비 대부분을 시민 혈세에 의존한다는 걸 고려하면, 관행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한 시도들이 어째서 비판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그렇게 말해요. ‘왜 성남 FC에 직접 광고를 안 하고 주빌리 뱅크에 광고했냐’, 그리고 ‘주빌리가 성남에 광고를 의뢰하게 했느냐’. 공익 스폰서란 개념이 부족한 분들이에요. 기업으로선 직접적으로 ‘물건 사라’는 식의 광고나 이미지 광고도 좋지만, 더 공익성 높은 광고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공익재단과 공익 활동이 어떤 게 있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시 입장에서는 재원을 조달하고. 다양한 입장을 모두 반영할 수 있잖아요. 똑같은 광고라도 훨씬 큰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겁니다.

그만큼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도가 떨어졌다고 봐야 할까요?

무지한 거예요. 무지한 정도가 아니라 해악을 끼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공격하면 앞으로 누가 공익에 기여하겠습니까? 정부 공익사업에 지원하면 ‘혜택받으려고 뇌물 준 것 아니냐’ 의심받는데요.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가 주민 반대로 용인시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들어서기로 하자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용인시의 무능과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손 안의 떡을 놓쳤다는 게 비판의 이유였다. 한국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국내 기업이 국외로 이전하면 국외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나 한국 기업을 환대하고 지원하는지 열변을 토한다. 그런 열변에 특혜 시비는 없다. 되레 국내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 지원에 인색해 유력 기업이 국외로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주장을 했던 이들이 성남 FC가 네이버 후원금을 받은 주빌리 은행 광고비로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자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들고 나왔다. 만약 네이버가 성남을 떴다면 이들은 누구를 비난했을까(사진=네이버)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가 주민 반대로 용인시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 들어서기로 하자 몇몇 언론과 정치인들은 '용인시의 무능과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손 안의 떡을 놓쳤다는 게 비판의 이유였다. 한국 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국내 기업이 국외로 이전하면 국외 정부와 지자체가 얼마나 한국 기업을 환대하고 지원하는지 열변을 토한다. 그런 열변에 특혜 시비는 없다. 되레 국내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 지원에 인색해 유력 기업이 국외로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주장을 했던 이들이 성남 FC가 네이버 후원금을 받은 주빌리 은행 광고비로 구단 운영비를 충당하자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를 들고 나왔다. 만약 네이버가 성남을 떴다면 이들은 누구를 비난했을까(사진=네이버)

그런 논란이 많은 시민구단이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하려는데 적지 않은 지장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입니다.

이것저것 다 막아놓으면 결국 시민 혈세를 써야 합니다. 여러 시민구단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어요. 스포츠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공익 활동도 불가능해졌고요. 황당할 정도로 안타깝습니다. 우리 지자체와 시민 축구단이 자립할 좋은 기회를 발로 밟아서 없애버린 겁니다. 이제 막 싹이 돋아나는 중이었는데….

성남시장일 때는 성남시만 챙기면 됐지만, 이제는 경기도 전체를 관할하는 도지사입니다. 성남시장 시절처럼 진취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기대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제가 경기도지사가 되면서 몇 가지 스포츠 관련 공약을 한 게 있습니다. 일단 경기도 내 시민축구단 지원 공약이 있어요. 시민구단이 대부분 어렵잖아요. 성남시는 그나마 재정이 나은 편이었는데 안산, 안양 등의 시민구단은 운영상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구단마다 ‘스트라이커’ 한 명씩을 지원해주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스트라이커’요?

성남 FC를 운영하면서 보니까, 팀에 좋은 공격수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하더군요. 맨날 수비 위주의 축구만 하면 이기기 어렵고, 보는 팬들 입장에서도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팀마다 좋은 스트라이커 하나 정도는 영입할 정도로 지원해줘야겠다’ 싶었어요. 해마다 팀당 약 5억 원씩 총 30억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무조건 공격수 영입에만 써야 하는 건 아니지요?

시민구단 중엔 유소년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있어서, 지원받는 금액 중에 일부는 유소년 양성에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축구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라는 거죠.

경기도 독립리그도 그렇고, 도내 시민구단 지원도 그렇고. 왜 홍보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겁니까.

홍보할 만큼 많은 지원을 해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체육인분들의 전문성을 존경하고, 그분들이 자랑스럽게 체육을 업으로 삼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우리의 자세이자 역할이라고 봐요. 홍보는 그분들이 빛을 내셨을 때 그분들에게 집중돼야 한다고 봐요.

- 경기장 건설 등 눈에 보이는 체육 정책 집중할 때 그는 달랐다. “선수-지도자-경영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만들고 싶다” -

경기도는 분당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경기도는 분당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사진=경기도청)

경기도가 미래성장 동력으로 ‘e스포츠 산업 육성’을 꼽은 것으로 압니다. 2022년까지 판교에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제가 e스포츠와도 인연이 있습니다(웃음).

그렇습니까.

성남 FC 시절 축구단에서 e스포츠 선수와 계약한 적이 있어요.

e스포츠 선수를?

‘피파 온라인’ 프로게이머였는데, 축구단에서 영입해서 키워보려고 했죠. 재능 있는 선수였어요. 성남 FC 유니폼 입고 자주 우승도 했고(웃음). 지금 우리 경기도에서 e스포츠 양성 사업을 하고 있어요. 선수와 지도자를 키워야 합니다.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까지 양성할 계획이군요.

e스포츠 선수 활동 기간이 생각보다 짧아요. 선수 생활 끝나면 다음 단계가 뭐겠습니까. 다음에는 지도자로, 그다음 단계는 운영자로 성장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이어지는 생태계를 우리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잘 익은 과실만 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수렵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없습니다. 교육, 훈련, 선수, 지도, 경영이 맞물려 사시사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어 선순환을 이뤄야 합니다. 선수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가 되고, 경영에 참여하는 식으로 원활한 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다소 단절된 느낌이 있어요. 모든 프로스포츠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걸 조금이나마 하나로 연결하고 싶어요.

2016년 성남 FC가 영입했던 '피파 온라인' 김정민 선수. 김정민은 성남 FC에 입단하고서 EA 챔피언스컵 2016 서머 우승과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2017 시즌1 우승 등 주요 대회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성남 FC는 단발이 아닌 4년 동안 김정민과 함께 했다.
2016년 성남 FC가 영입했던 '피파 온라인' 김정민 선수. 김정민은 성남 FC에 입단하고서 EA 챔피언스컵 2016 서머 우승과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2017 시즌1 우승 등 주요 대회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성남 FC는 단발이 아닌 4년 동안 김정민과 함께 했다.

보통 정치인들의 체육, 스포츠 정책은 눈에 확 띄는 ‘경기장 건설’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지사는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접근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사실 체육이나 문화 예술 정책이란 게 있어도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관심 있는 사람도 제한적이고요. 가령 야구 관련이면 축구 좋아하는 분들은 관심이 없고, 축구 관련이면 야구 좋아하는 분들이 무감각할 수도 있어요. 예산과 자원이 제한돼 있으니 전부 다 할 순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어느 한쪽만 할 수도 없고요. 그러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다른 걸 다 떠나 스포츠산업은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스포츠가 중요한 미래 산업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잖아요. 우리 산업이 과거처럼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야구 글러브만 해도 옛날에는 저 같은 숙련공들이 만들었다면 이제는 기계가 대신 만들잖아요. 노동에 쓰는 시간이 줄어들면, 그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하겠어요?

아무래도 여가에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겠죠.

당연히 문화, 예술, 스포츠 쪽으로 눈을 돌릴 겁니다. 사람들의 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겠죠. 기왕이면 우리가 먼저 선도해야 앞으로 한국이 먹고 살길도 열립니다. 남들이 다 간 길을 뒤늦게 따라가면 그때는 늦으니까요. 전통적인 스포츠도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고, 잘 기획해서 키워야 합니다.

- “공약 이행률 96% 비결?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을 믿는 것” -

이재명 지사는 높은 공약 이행률의 비결로 국민을 믿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이재명 지사는 높은 공약 이행률의 비결로 국민을 믿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성남시장 재직 기간 공약 이행률 96%를 달성했습니다.

사실은 97%인데요(웃음), 제가 그만둘 때까지 96%였습니다.

비결이 뭡니까.

간단합니다. 할 수 있는 것만 공약하고, 지킬 수 있는 공약은 다 지키면 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저는 공약 이행률이 낮은 사람이 이해가 안 가요.

그런가요.

대중을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봅니다. 저는 대중을 믿어요. 대중들의 집단 지성을 믿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믿는 게 바로 그거에요. 제가 조직이 있습니까, 돈이 있습니까, 후광이 있습니까? 아무것도 없는 혈혈단신입니다. 국민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길이 없는 사람이에요. 공격도 엄청나게 받잖아요. 제가 적당히 원만하게 넘어가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기득권의 반격이 만만치가 않은데, 그걸 이겨내는 길은 대중의 신뢰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거 때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입니다. 정치 불신을 넘어 혐오를 키우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대중이 정치인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이 그거잖아요. 말만 하고 사기만 친다. 늘 속이고 부정 부패한다. 그런 인식을 깨고 ‘저 사람 정말 내 삶에 도움이 되네’ ‘우리의 대리인이네’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 자연히 그 정치인을 지지하게 됩니다. 그 지지를 얻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약속을 지키는 거예요. 빈말하지 않는 겁니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해 8월경기도 양주시 고비골의 하천·계곡 불법행위 자진 철거 현장을 살펴보는 장면(사진=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지난해 8월경기도 양주시 고비골의 하천·계곡 불법행위 자진 철거 현장을 살펴보는 장면(사진=경기도)

실제 이 지사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도 행정 총괄자로서의 능력에 대해선 ‘일은 잘한다’ ‘시원시원하다’고 후하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이재명은 빈말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실현 불가능하거나 무리한 약속을 하면 국민들은 다 압니다. 간혹 ‘산에다 다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식의 무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다수의 합리적인 사람은 그런 약속은 믿지 않아요. 국민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느냐, 낮게 보느냐의 차이입니다. 거기서 국민들 속이려고 하는 정치가와 설득하려는 정치가가 갈려요.

이재명 지사는 후자 쪽입니까.

저는 대중을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눈 1억 개, 귀 1억 개, 입 5천만 개 가진 하나의 집단지성체라고 생각해요. 국민을 믿고, 거짓말하지 않고,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고, 약속했으면 철저하게 지키려 합니다.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이재명은 빈말 안 한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각인했습니다. 아, 혹시 그거 아세요?

어떤?

지난여름에 계곡 불법 시설 단속할 때, 실제로 강제 철거한 비율은 0.3%밖에 안 됩니다.

그렇습니까.

아마도 사람들은 제가 전부 강제 철거했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1만여 건 중에 주인이 불응해서 강제로 철거한 건 6건밖에 안 됩니다. 제가 빈말 안 한다는 걸 그분들도 아셨다고 봐요. 버티다가 벌금 내고 처벌받은 뒤에 철거할 것인가, 원만하게 합의해서 손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선택은 명확하죠. 저는 우리 사회가 스포츠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

규칙을 잘 지키는 일이겠죠.

맞아요. 그리고 규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쪽엔 이런 기준을 적용해 놓고, 상대에겐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안 돼요. 이쪽 골대는 낮고, 저쪽 골대는 높으면 공정한 경기가 안 되잖아요. 규칙도 동일하게, 제재도 동일하게. 그래야 사람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어요. 공평한 규칙이 적용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사람들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

배지헌,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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