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베테랑 투수 유원상, 2020시즌 반등 성공

-부상과 수술 후유증 털고 2014년 이후 최고 성적…시즌 후반 필승조 활약

-“이강철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주셔서 더욱 자신감 얻었다”

-생애 첫 FA 기회 얻었지만 포기 “KT 남고 싶었다”

KT 위즈 불펜의 활력소가 된 유원상(사진=KT)
KT 위즈 불펜의 활력소가 된 유원상(사진=KT)

[엠스플뉴스]

KT 위즈 베테랑 투수 유원상은 2020시즌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프로 입단 15시즌 만에 어렵게 얻은 소중한 기회. 하지만 고민 끝에 FA 신청을 포기했다. 개인적인 욕심보단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준 KT에 계속 남아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지난겨울 유원상은 무적 신분이었다. NC에서 방출된 뒤 KT에 합류해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마무리캠프부터 10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함께 많은 땀을 흘렸다. 시작은 불펜 추격조였지만 좋은 투구로 이강철 감독의 믿음을 얻었고, 시즌 후반엔 승리조 역할까지 해냈다.

시즌 62경기에 등판해 2세이브 9홀드에 3.80의 평균자책. LG 시절인 2014년(16홀드)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완주했다는 게 고무적이다. 건강한 몸에 풍부한 경험이 더해진 만큼 내년 시즌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생애 첫 FA 권리도 포기한 유원상에겐 내년 시즌에도 KT에서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감독님, 코치님 믿음에 자신감 얻어…더 좋은 투구 가능했다”-

장성우(왼쪽)와 유원상(사진=KT)
장성우(왼쪽)와 유원상(사진=KT)

새 소속팀 KT 위즈에서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팀도 좋은 성적을 냈고, 개인적으로도 몇 년 동안 안 좋다가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 기분 좋은 한 해였다. NC에서 나온 뒤 KT 구단과 이강철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신 덕분이다. 정말 많은 기회를 주셨다. 제 야구 인생을 돌아봐도 손꼽을 만큼 기쁜 한 해였다.


전성기인 LG 시절(2012년, 2014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비결이 뭔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아무래도 선수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런데 좋지 않을 때도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셨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고 잘 던질 수 있었다.

시즌 초반엔 속구 평균구속도 140km/h 초반대로 2014년(141.7km/h)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만큼 몸 상태가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맞다. 올해는 몸 상태도 좋았다. 사실 LG에서 팔꿈치 수술(웃자란 뼈를 깎는 수술)을 받고 나왔을 때만 해도 내심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1년, 2년이 지나면서 불안감이 사라졌다. KT에 합류한 시기와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피치 디자인에도 변화를 준 게 보인다. 전보다 포크볼 구사율이 높아졌다.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전까지는 속구, 슬라이더 위주로 단조로웠고 윽박지르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올해는 좀 더 노련하게 던지려 했다. 장성우가 리드를 잘해준 것도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구종의 폭이 넓어졌다. 커브, 포크볼 등을 써가면서 던지다 보니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 수 있었다.

시즌 후반엔 불펜 승리조 역할까지 했다. 한 점 차로 앞선 상황이나 주자가 있는 위기상황에 올라와 잘 막아낸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지고 있는 상황에 추격조로 올라가다가, 이기는 상황에 나가다 보니 확실히 자신감이 생기더라. 감독님, 코치님이 날 믿고 써주신다는 게 느껴지니까 점점 자신을 얻었다.

아내 김보경 씨가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사진이 KT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수원KT위즈파크에 걸린 대형 걸개 사진을 보고 ‘사진이 홈구장에 걸린 건 처음’이라며 감격한 것 같던데.

저도 그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 선수들이 들어가는 입구에 제 사진이 걸린 걸 아내와 애기가 보고서 굉장히 좋아하더라.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구단에도 감사하고, 홍보팀에도 감사드린다.

-“너무나 고마운 KT, 이런 감정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유원상 아내 김보경씨의 SNS에 올라온 글(사진=SNS 캡쳐)
유원상 아내 김보경씨의 SNS에 올라온 글(사진=SNS 캡쳐)

전 소속팀 코치와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미래 코치감’이란 평가가 많다. 어린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도움도 많이 주고 조언도 해준다고 들었다.

(쑥스러운 듯) 나 같은 경우 아버지(유승안 전 경찰야구단 감독) 때문에 어릴 적부터 여러 선배에게 조언도 많이 받고, 배운 게 많다. 그런 것들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연차가 쌓이다 보니 제가 어렸을 때 고민했던 것들을 지금 후배들이 겪는 게 눈에 보이더라. 그런 걸 보면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후배들과 나이 차가 있지 않나.

그래도 요즘 친구들은 먼저 다가와서 물어보는 편이다. 내가 신인일 때는 나이 차 있는 선배를 어려워했는데, 요즘 후배들은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나도 어린 친구들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뭘 배웠나.

작년 마무리캠프에 가서 많은 걸 느꼈다. 공 던지는 걸 배웠다는 건 아니고, 어렸을 때만 할 수 있는 야구가 있지 않나. 당돌하고 무모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랬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구하는 스타일도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저랬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구나’ 싶다. 후배들을 보면서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오랜 노력 끝에 생애 첫 FA 권리를 얻었는데 신청하지 않았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물론 고민은 했다. 이전에 자격 취득까지 1년을 남겨두고 수술하면서 FA 조건을 채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올해도 시작할 때는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FA를 신청하지 않은 건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단 KT 구단과 감독님, 코칭스태프가 좋아서 안 한 것도 있다. 올해 내가 좋지 않을 때도 믿고 써주시고, 잘 던질 때는 옆에서 계속 북돋워 주신 게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KT가 그 정도로 좋았나.

이런 감정은 오랜만에 느껴봤다. 이제 내가 나이도 있고, 선수 생활 시작보다 끝이 가까워져 오는 시기이지 않나. FA를 하는 것보다는 나를 좋아해 주고 지켜주는 분들과 신뢰를 좇아서 계속 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KT 소속이 된 지는 1년밖에 안 됐지만, 여기가 좋았고 여기에 남고 싶었다.

다음 시즌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일단 11월까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쉬다 12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할 예정이다. 시즌 중간에 자주 등판하면 컨디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또 나이를 먹으면서 순발력이나 회전 쪽 운동을 많이 해야 할 필요도 느꼈다. 올겨울 잘 준비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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