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FA 시장, 가장 큰 변수는 처음 도입하는 등급제

-B등급은 25인 보호 선수명단으로 확대, 이번 FA 시장에선 B등급 7명 나온다

-이름값과 즉시 전력 보강에 강점 있는 B등급 선수들, 구단들도 계산기 두들긴다

-원소속팀과 장기전 가면 B등급 선수 이적 가능성 무시할 수 없다

KIA는 투-타 핵심 자원인 양현종(왼쪽)과 최형우(오른쪽)가 B등급으로 FA 시장에 나온다(사진=KIA)
KIA는 투·타 핵심 자원인 양현종(왼쪽)과 최형우(오른쪽)가 B등급으로 FA 시장에 나온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요소는 등급제 도입이다. 기존 보상안이 유지되는 A등급 선수들이 아닌 B등급 선수들이 등급제 적용에 따라 깜짝 반전 이적이 이뤄질지가 FA 시장 관전 포인트다.

B등급으로 나온 선수들의 이름값 자체는 굵직하다. 김재호, 이대호, 이원석(이상 내야수), 최형우(외야수), 차우찬, 양현종, 우규민(이상 투수) 등 이미 FA 계약을 경험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다시 자신의 경쟁력을 평가받고자 한다. ‘윈 나우’를 노리는 구단들에겐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자원들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1월 28일 총 16명(신규 9명, 재자격 7명)의 FA 승인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A등급은 8명, B등급은 7명, C등급은 1명이다.

2021 FA 선수 승인 명단(사진=KB)
2021년 FA 선수 승인 명단(표=KBO)

FA 등급제 도입에 따라 신규 FA 선수의 경우 기존 FA 계약 선수를 제외한 선수 중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평균 연봉 및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등급별로 보상 규정을 완화했다.

A등급(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의 경우 기존 보상을 유지하고, B등급(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의 경우 보호선수를 기존 20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 C등급(구단 연봉 순위 11위 이하, 전체 연봉 순위 61위 이하) 선수의 경우 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는 방안이다. 만 35세 이상 신규 FA의 경우에는 연봉 순위와 관계없이 C등급을 적용해 선수 보상 없는 이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해당 등급은 구단 연봉 순위와 전체 연봉 순위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나 유예 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시행 첫 해(2020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일 경우 A등급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두 번째 FA자격 선수의 경우 신규 FA B등급과 동일하게 보상하고, 세 번째 이상 FA 자격 선수의 경우 신규 FA C등급과 동일한 보상 규정을 적용한다. 신규 FA에서 이미 C등급을 받은 선수는 FA 재자격 시 세 번째 FA와 동일하게 보상을 적용한다.

-나이·원소속팀 의지, FA B등급 야수들이 엇갈리는 지점-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1982년생인 내야수 이대호다(사진=엠스플뉴스)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1982년생인 내야수 이대호다(사진=엠스플뉴스)

B등급 선수들 가운데 나이를 고려하면 이대호(1982년생)와 최형우(1983년생)의 이적 가능성이 가장 낮게 평가된다. 다른 팀에서 영입하기엔 부담스러운 나이인데다 원소속팀과의 협상 전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거로 확인됐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도 팀 타선의 정신적인 지주인 두 베테랑 선수를 적극적으로 잡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 시즌 타율왕에 오른 최형우의 성적(타율 0.354/ 185안타/ 28홈런/ 115타점)과 4번 타자다운 해결사 역할을 보여준 이대호의 성적(타율 0.292/ 158안타/ 20홈런/ 110타점)을 고려하면 원소속팀들의 적극적인 잔류 희망 의지가 당연해 보인다.

반대로 김재호(1985년생)와 이원석(1986년생)은 상기 두 선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나이에서 경쟁력이 있다. 김재호는 올 시즌 1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 116안타/ 2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이원석은 올 시즌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8/ 108안타/ 13홈런/ 74타점을 기록했다.

김재호와 이원석은 FA 시장에서 ‘윈 나우’를 위한 매력적인 B등급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보호 선수명단이 20인이 아닌 25인으로 늘어나기에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구단들은 팀 내야 수비 안정과 큰 경기 경험에서 장점이 있는 김재호와 1, 3루수 수비 소화와 더불어 장타력이 돋보이는 이원석 영입을 검토할 수 있다.


-FA 투수 수요가 있다? B등급 투수들의 움직임도 큰 변수-

삼성에선 투수 우규민(왼쪽)과 내야수 이원석(오른쪽)이 모두 B등급으로 FA 시장에 다시 나온다(사진=엠스플뉴스)
삼성에선 투수 우규민(왼쪽)과 내야수 이원석(오른쪽)이 모두 B등급으로 FA 시장에 다시 나온다(사진=엠스플뉴스)

가장 혼란스러운 B등급 지역은 투수들이다. 우선 올 시즌 52경기 등판 3승 3패 7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 6.19로 부진했던 우규민은 4년 전과 달리 선발 자원이 아닌 베테랑 불펜 투수로서 FA 시장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올 시즌 전반기(29G 2승 1패 7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 4.88) 보여준 우규민의 투구 내용은 분명히 훌륭했다. 과연 전반기 우규민의 필승조 활약상을 기대하고 계산기를 두드릴 구단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 선발 투수들의 상황도 엇갈린다. 우선 양현종은 국외 진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올 시즌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가 좋지 않기에 양현종의 KBO리그 유턴 가능성도 있다. 만약 B등급의 양현종이 KBO리그 유턴을 택한다면 순식간에 FA 시장 최대어가 될 수 있다.

물론 양현종의 친정 KIA 타이거즈를 향한 애정과 더불어 KIA 구단의 강한 잔류 의지가 있기에 KIA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은 양현종을 상상하긴 어렵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100% 확률은 없다. 만약 양현종이 돌아온다면 KIA도 양현종의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 시즌 후반기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에 매진했던 차우찬도 FA 자격 재취득을 1년 미룰 수 있단 예상을 깨고 두 번째 FA 신청을 결정했다. 내년 시즌 복귀 시점이 안개 속인 데다 어깨 부상으로 과거 구위를 되찾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FA 투수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들이 있다는 점은 B등급 투수들의 선택지를 넓히게 만든다. FA 영입에 적극적인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FA 투수 영입으로 시선을 돌린 구단이 있다고 들었다. 올 시즌 부상과 재활로 FA를 신청하기가 애매했던 투수들이 예상을 깨고 신청한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걸 인지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B등급 선수들과 원소속팀 간의 협상 테이블이 늘어질수록 이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단 시선도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구단들이 B등급 선수들을 향해 시장 개장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오버 페이를 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원소속팀과 협상 테이블에서 난항을 겪으며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FA 시장 가격 상황과 구단 참전 여부를 두고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들길 수 있다. 그 결과 즉시 전력 보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 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바라봤다.

등급제가 처음 도입된 이번 FA 시장에서 B등급 선수들의 협상 결과와 내년 시즌 활약에 따라 2021년 겨울에 다시 찾아올 FA 시장 판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향후 ‘윈 나우’를 노리는 구단들의 B, C등급 선수 영입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단 의미다. 과연 등급제가 최근 경직됐던 FA 시장 움직임을 더 활발한 변화로 이끌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