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구단 역사상 최초 외국인 감독 영입

-외국인 감독 효과 기대…편견 없는 선수 기용, 성적 향상 예상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더 중요해진 구단 역할…시스템, 문화 혁신 기회 삼아야

-1군 성적, 장기 육성, 구단 혁신까지 세 마리 토끼 잡아야 할 한화

한화 새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사진=한화)
한화 새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수베로’가 강팀으로 향하는 한화 이글스의 새 도로명 주소가 될 수 있을까.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을 선임해 일단 강한 변화 의지는 보여줬다. 외국인 감독 재임 기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조직 문화를 혁신하는 게 한화 앞에 주어진 과제다.

한화는 11월 27일 신임 사령탑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3년 계약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국적의 수베로 감독은 1972년생으로 올해 48세의 젊은 사령탑이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루키리그 팀부터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더블 A 팀까지 다양한 마이너리그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육성 전문가로 활약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의 1루 및 내야 코치로 밀워키 젊은 야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또 2019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베네수엘라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국제대회도 경험한 바 있다. 빅리그 감독 경험은 없지만 지도자로서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된 인사다.

-실패 없는 외국인 감독 카드, 한화도 2021시즌 성적 향상 기대-

꼴찌 후보였던 KIA를 5할 승률 팀으로 끌어 올린 맷 윌리엄스 감독(사진=KIA)
꼴찌 후보였던 KIA를 5할 승률 팀으로 끌어 올린 맷 윌리엄스 감독(사진=KIA)

KBO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은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과거 제리 로이스터 감독(롯데)부터 트레이 힐만 감독(SK), 최근의 맷 윌리엄스 감독(KIA)까지 외국인 사령탑을 임명한 팀들은 단기 성적 향상 효과를 경험했다.

로이스터 감독 재임기 롯데는 ‘노피어’ 신드롬과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구름 관중과 함께 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올라섰다. 2010년 준우승 이후 지지부진했던 SK도 힐만 감독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결실을 거뒀다. 개막 전 꼴찌 후보였던 KIA는 시즌 끝까지 5강 싸움을 벌였고, 5할 승률로 시즌을 마감했다.

과거 외국인 감독과 함께한 경험이 있는 구단 관계자는 “국내 감독의 단점을 반대로 하면 외국인 감독의 장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감독은 팀 구성원 및 구단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 독불장군식으로 팀을 운영하지 않고, 짜장 재료를 갖고 멋대로 짬뽕을 만들지도 않는다. 수베로 감독도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팀을 발전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구단과 협력을 약속했다.

외국인 감독은 학연, 지연, 편견 없이 선수를 기용해 선수단 전체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는다. 선수의 단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하는 지도 철학을 보여준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한국식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공허한 말이나 예언을 하지도 않는다. 외국인 감독을 기용한 구단들이 재임 기간 큰 잡음 없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다.

한화 역시 수베로 감독이 오면서 내년 시즌 성적 향상이 기대된다. 당장 5강에 가지 못하더라도 팬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무엇보다 2차 드래프트나 방출선수 영입조차 천안북일고 출신을 선호하는 팀에는 외국인 감독의 공정하고 필터 없는 시선이 꼭 필요하다.

수베로 감독은 계약 직후 구단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팀의 장점을 캐치해서 그것을 팀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팀을 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빨리 팀 뎁스나 선수들의 기량을 캐치해서 우리가 가진 색깔을 명확히 파악해 장점은 극대화 하고 약점은 보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팀이 외국인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발언이다.

-외국인 감독 재임기 최대한 활용…구단 혁신 기회 삼아야-

젊고 역동적인 야구를 약속한 수베로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젊고 역동적인 야구를 약속한 수베로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요한 건 외국인 감독 영입은 변화의 끝이 아닌 시작이란 점이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왔으니 구단 할 일은 다 했다고 뒤로 물러나 뒷짐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오히려 수베로 감독 영입으로 한화 구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외국인 감독 재임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구단 문화를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외국인 감독이 있는 동안 구단을 바꾸지 못하면, 감독이 떠난 뒤 다시 ‘도로 한화’가 되기에 십상이다.

앞서 외국인 감독을 기용했던 구단들의 사례는 반면교사다. 롯데는 ‘노피어’ 신드롬 덕분에 성적과 관중몰이 효과를 봤지만, 후진적인 구단 문화는 그대로였다. 결국 로이스터 이후 10년을 헤맨 뒤 최근에야 뒤늦게 구단 혁신 작업을 하고 있다. 구단 내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의 반발은 여전하다. 감독과 프런트 사이에서 이간질도 심하다.

SK도 힐만 감독 재임 기간 우승 열매를 거뒀지만, 힐만 감독이 떠난 뒤 이전으로 돌아갔다. 신 세력에서 다시 구세력으로 내부 헤게모니만 바뀌었을 뿐이다. KIA는 아예 윌리엄스 감독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구단이 할 일인 육성까지 떠맡기며 뒤로 숨는 모양새다. 구단 혁신은 뒷전이다. 윌리엄스 감독이 떠나면 도로 KIA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한화는 달라야 한다. 다행인 건 한화 새 수뇌부가 구단 혁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비전을 갖춘 이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특히 구단 프런트 출신이자 스포츠 산업 전문가인 새 대표이사는 한화와 기존 KBO리그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평가다. 구단 운영 시스템부터 육성, 마케팅 등 모든 영역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수베로 감독이 재임 기간 좋은 성과를 내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감독이 전지전능한 마법사는 아니다. 어느 정도 재료가 있어야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놓을 수 있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도 영입해야 하고, 꼭 필요한 포지션엔 FA(자유계약선수)도 데려와야 한다. 어지간한 선수를 다 방출해 보상 선수 부담이 덜한 지금이 오히려 한화로서는 FA를 데려올 수 있는 적기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된 상태로 알려졌다. 외국인 타자는 외야와 1루 수비가 모두 가능한 선수가 합류할 전망. 2루수 정은원-3루수 노시환-유격수 하주석 등 코어 선수들로 내야를 구성하고, 외야 한 자리는 임종찬-최인호 등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한화가 그리는 그림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외야수 FA 영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투수 쪽은 김민우-김이환-김범수 등 국내 선발진과 윤대경-강재민 등 승리조가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상황. 여기에 좋은 외국인 투수 2명이 가세하면 올 시즌보다 경쟁력 있는 마운드를 구축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투수코치로 빅리그 올스타 출신에 마이너리그 지도 경험이 풍부한 호세 로사도가 합류할 예정이라 내년 시즌 한화 마운드 전력 향상이 기대를 모은다.

수베로 감독은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내 계약기간 동안 팀이 점차 발전하면서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 그 목표를 달성했으면 좋겠다. 팀이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 역량을 모두 쏟겠다.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야구를 하는 팀을 보여드리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수베로 감독과 함께할 3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한화의 앞으로 10년이 달려 있다. 1군 성적, 장기 육성, 구단 혁신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할 한화다. 한화 구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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