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준우승 그친 두산, 이제 내부 FA 7명과 협상 돌입

-예상 못 한 이용찬의 FA 신청과 외부 관심 쏟아지는 FA 주전 야수진

-대체 불가 최소 3명 이상 잡는다 방침, 두산 “재정적인 상황 문제없다.”

-최대한 빠른 협상 타결이 관건, 잔류 원하는 선수 마음 잡을 수 있을까

두산은 주축 야수 5명이 FA 자격을 취득해 FA 시장으로 나오는 상황을 맞이한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은 주축 야수 5명이 FA 자격을 취득해 FA 시장으로 나오는 상황을 맞이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왕조를 만드는 건 모래성을 처음부터 쌓기처럼 매우 어렵다. 하지만, 왕조가 무너지는 건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한순간이다. 그리고 그 모래성을 다시 쌓는 순간까지 걸릴 시간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 베어스도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두산은 올 시즌 종료와 함께 코치진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이탈까지 예감하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베어스 엑소더스’가 펼쳐지는 상황이다. 불안한 모그룹 사정까지 겹쳐 2021년 두산을 향한 불안한 시선이 바깥에서 쏟아진다. 과연 두산은 올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내부 FA 7명과 협상 나설 두산, 이용찬 신청은 예상 못 한 시나리오-

팔꿈치 수술 공백이 있는 투수 이용찬의 FA 신청은 두산 구단 시나리오에 없었다(사진=두산)
팔꿈치 수술 공백이 있는 투수 이용찬의 FA 신청은 두산 구단 시나리오에 없었다(사진=두산)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와 만나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패했다.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의 원투 펀치를 앞세웠지만, 두산은 25이닝 연속 무득점에 빠졌던 팀 타선의 침묵으로 끝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두산은 코치진과 연이은 이별 소식과 마주쳤다. 이미 포스트시즌 중간 김원형 감독을 SK 와이번스로 떠나보낸 두산은 김민재 코치(SK)와 조인성 코치(LG 트윈스), 그리고 조성환 코치(한화 이글스)와도 결별했다. 한순간에 1군 코치 4명이 떠나게 됐다. 두산은 1군과 2군 코치진을 두고 큰 개편 작업에 나선 상태다.

물론 코치진과 이별보다 두산이 더 신경 쓰이는 일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다. 한국시리즈 종료 뒤 쏟아지는 이슈 대부분이 두산발 FA 선수들의 거취 여부다. 11월 28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유희관·이용찬(이상 투수)·김재호·오재일·최주환·허경민(이상 내야수)·정수빈(외야수)이 올겨울 FA 자격을 신청했다.

이용찬은 6월 초 우측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뒤 팔꿈치 인대 손상 판정으로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존 서저리) 수술을 받았다. 당시 두산 구단에 따르면 예비 FA(자유계약선수)인 이용찬의 FA 일수는 이미 채운 상태라고 알려졌다. 이용찬은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 8.44를 기록했다.

내년 시즌 전반기까지 수술 재활 공백이 예상됐기에 이용찬의 FA 신청은 1년 미뤄질 거로 구단 내부적으로도 전망됐다. 하지만, 이용찬이 올 시즌 종료 뒤 FA 신청을 결정하며 두산 구단은 예상하지 못한 내부 FA 변수와 마주치게 됐다.


-대체 불가 '최소 3명' 이상 잡는다, 두산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공-수에 있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몸값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공·수에 있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몸값을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이 우선 중점을 둘 부분은 주축 야수진과의 잔류 계약이다. 이미 대부분 내부 야수 FA 선수들이 외부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FA 시장이 열리는 순간 움직이겠단 타 구단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처럼 외부 FA 영입에 적극적인 구단들뿐만 아니라 관망을 하다가 FA 시장 상황을 보고 참여할 구단들도 두산발 FA 야수들을 향한 관심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두산 FA 선수들 가운데 우리 구단에 딱 필요한 자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정해놓은 기준이 있고, 거기에 맞춰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FA 시장 참전 의사를 밝혔다.

그렇다고 두산이 손을 놓고 모든 선수를 뺏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물론 정상적인 조건이라도 내부 FA 7명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선수들을 모두 잔류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구단 안에서 대체 불가한 존재라고 판단한 선수들만큼은 꼭 잡아야 한다.

두산도 올 시즌에 앞서 대체 불가한 선수 ‘최소 3명’ 이상은 잡겠단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사이 모그룹 상황과 더불어 코로나19 시즌으로 구단 자체 재정까지 안 좋아진 상태지만, 두산은 이번 FA 시장에서도 꼭 잡을 선수는 잡겠다는 태도다.

두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내부 FA 선수들과 모두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내부 기준을 토대로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계획한 내부 FA 잔류를 위한 재정적인 상황에 현재 큰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두산이 계획한 내부 FA 잔류 그림을 위해선 최대한 빨리 계약을 마무리해야 한다. 구단이 내밀 수 있는 최대의 조건을 빠르게 제시하는 동시에 선수를 향한 구단의 진심을 전달해 마음을 움직이는 어려운 과제다. 협상 테이블이 늘어질수록 FA 시장을 관망하던 다른 구단들의 참전 가능성이 높아지는 까닭이다.

2년 전 포수 양의지의 이적 당시 상황이 이와 비슷했다. 두산도 협상 초반 양의지의 잔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협상 테이블이 늘어지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NC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온 뒤 이어진 ‘머니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팀 전력이 언제나 우승권일 수는 없다. 6년째 우승 전력이었던 두산도 마찬가지다. 내년 시즌부터 두산은 리빌딩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만, 화수분 야구라는 단어에서 풍겨 나오는 이유 없는 기대감도 살짝 접어놓을 필요가 있다. 어린 야수들의 성장도 그 중간 고리 역할을 해줄 중견급 야수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해마다 빼앗긴 속 쓰린 아픔이 반복된다면 구단을 향한 두산 팬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팀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선수가 다른 구단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장면만큼 팬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일은 없다. 과연 두산이 이번만큼은 팬들의 유니폼에 새겨진 이름을 떼야 하나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따뜻한 겨울을 보낼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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