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NC 상대 시리즈 2승 4패로 KS 준우승 마무리

-주축 야수 대부분 FA 자격 얻는 두산, 라스트 댄스는 결국 새드엔딩

-6년 거친 한 시대 마무리와 함께 두산발 FA 유출 예감 분위기

-2021년 더 와닿을 두산 세대교체 과제, 젊은 야수진 성장 절실

두산 선수단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뒤 우승한 NC 선수단을 향해 축하해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두산 선수단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뒤 우승한 NC 선수단을 향해 축하해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고척]

2015년부터 해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는데 몇 년 동안 함께 뛰며 이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다. 저희끼리 농담으로 지금 이 멤버가 뛰는 게 마지막이라고 얘기한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각자 말은 안 해도 이 멤버로 잘 마무리하고 싶은 느낌이 든다. 이번 가을야구가 좋은 추억이 됐으면 한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내야수 오재원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올 시즌 종료 뒤 주축 야수진 대다수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하는 상황에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선수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이 될 수 있는 까닭이었다.


-2015년 업셋 우승으로 시작한 한 시대가 끝난 두산-

2015년 극적인 업셋 우승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두산의 한 시대가 시작됐다(사진=두산)
2015년 극적인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한 두산의 한 시대가 시작됐다(사진=두산)

이런 두산의 상황을 두고 ‘라스트 댄스’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분위기였다. 2020년 NBA(미국프로농구) 레전드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왕조 시절 마지막 시즌 에피소드를 다룬 ‘라스트 댄스’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2010년대 중·후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시대를 지배했던 두산도 ‘라스트 댄스’를 춰야 할 시즌이었다.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축 세대들이 사실상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하지만,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한 결말과는 다르게 두산은 한국시리즈 혈투 끝에 준우승으로 ‘새드엔딩’에 머물렀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긴 여정을 치른 두산 선수단은 정규시즌 1위 NC 다이노스의 벽을 넘기 버거웠다. 특히 시리즈 막판 25이닝 연속 무득점 침묵은 시리즈 패배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결과가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두산 선수단이 최근 6년 동안 거둔 성적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SK 와이번스(2007~2012년)와 삼성 라이온즈(2010~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은 이 가운데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며 2001년 우승 뒤 연이은 준우승으로 눈물을 흘렸던 아픈 과거를 청산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뒤 단행한 야수진 세대교체도 성공적이었다. 6년 동안 가장 감탄사가 나오는 수비 호흡을 보여준 김재호·오재원은 두산 구단 통산 가장 많은 우승을 안긴 키스톤 콤비가 됐다. 5년 전 팀을 이끌 주축 세대가 되길 바란 ‘90베어스’ 허경민·정수빈·박건우도 해가 지날수록 핵심 야수로서 활약상이 돋보였다. 잠실구장에서도 좌타 거포로서 자리 잡은 오재일과 김재환의 존재감 역시 빛났다.

베어스 출신 선수인 김현수(LG 트윈스)와 민병헌(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양의지(NC 다이노스)가 떠난 자리도 큰 문제가 없었다. 특히 지난해 박세혁의 성장과 통합 우승은 뚝심과 화수분 야구라는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준 그림이었다.

-또 다른 세대교체 출발점이 될 2021년 두산, 영광의 6년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주전 9명의 라인업 가운데 5명이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두산이 과연 내부 FA 자원을 몇 명이나 잡을지도 관건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시리즈에 출전한 주전 9명의 라인업 가운데 5명이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두산이 과연 내부 FA 자원을 몇 명이나 잡을지도 관건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제 두산은 야수진에서 FA 자격을 취득하는 허경민·최주환·오재일·김재호·정수빈을 두고 계산기를 두들겨야 한다. 모그룹과 외부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들을 모두 잡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시즌 전부터 두산은 이미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 선수들에게 집중하겠단 FA 접근 전략을 세웠다.

FA 보강이 필요한 다른 구단들도 두산 출신 FA 선수들을 향해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두산 FA 선수들 가운데 우리 구단에 딱 필요한 자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정해놓은 기준이 있고, 거기에 맞춰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FA 시장 참전 의사를 밝혔다.

두산 관점에선 팀 전력 구조상 꼭 잡아야 할 FA 선수들을 잡고 공백이 생기는 포지션에선 내부 육성을 세대교체를 시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뒤 주축 야수들의 이탈에도 또 다른 화수분 세대로 6년을 영광의 시대로 만든 것처럼 내년 시즌 야수진에서 새 얼굴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만년 유망주로 평가받는 국해성과 김인태, 그리고 두산 이적 뒤 좀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백동훈과 신성현이 내년 시즌엔 꼭 1군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기대하는 젊은 야수인 김민혁·황경태·서예일·조수행·이유찬 등이 주전 자리를 노릴 경쟁력까지 보여줘야 한다.

두산은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해마다 신인 드래프트 순번에서 9순위 혹은 10순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코어 유망주를 수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야수 유망주의 경우 더 부족함을 느꼈다.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안재석을 1차 지명한 것도 야수 유망주 부족 갈증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2021년 두산은 최근 6년 동안 강팀으로 군림했던 두산과는 다소 다른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 그만큼 영광을 6년을 보낸 두산의 한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두산이 비시즌 내부 FA 계약 과제와 더불어 다시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야 할 화수분 야구 계획을 어떻게 구상할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