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불펜의 든든한 기둥, 투수조 최고참 김진성

-한국시리즈 4경기 모두 등판, 4.2이닝 무실점 환상적 역투

-정규시즌보다 빨라진 구속, 좌타자 상대 능력과 탈삼진 능력 좋아 매 경기 등판

-이제는 팀을 위해 헌신…“7경기 전부 등판할 자신 있다”

한국시리즈 NC 마운드의 버팀목 김진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국시리즈 NC 마운드의 버팀목 김진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김)진성이한테 ‘괜찮으냐’고 물어봤더니 ‘시즌 중반에 별로 안 던져서 힘이 남아있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더라고요.”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11월 21일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베테랑 투수 김진성의 말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1985년생 김진성은 올해 35세로 임창민과 함께 NC 투수진 최고참이다.

하지만 체력과 구위는 20대 젊은 후배들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시리즈 들어 1차전부터 4차전까지 4경기 모두 마운드에 올랐고, 4.2이닝 무실점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NC의 불펜 에이스로 다시금 자리매김한 김진성이다.

1차전부터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팀이 4대 2로 앞선 6회초 1사 2, 3루 위기에서 등판해 외야 희생플라이와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자칫 동점을 내줄 수도 있었던 위기에서 리드를 지킨 NC는 4대 3으로 승리, 중요한 1차전을 가져갔다.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홀드.

2차전에선 7회 올라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대 3으로 뒤진 7회초 무사 1루 상황에 올라와 세 타자를 차례로 범타 처리했다. 추가 실점을 막는 호투로 팀의 막판 추격전에 디딤돌을 놓았다.

하루 쉰 뒤 열린 3차전. 이날도 김진성은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았다. 6대 6 동점으로 맞선 7회말 두산 공격. 무사 1, 3루의 초대형 위기가 되자 NC 벤치는 김진성을 선택했다. 김진성을 첫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이번 시리즈 들어 타격감이 절정인 김재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오재일과 박건우를 연속 삼진으로 잡고 추가 피해 없이 7회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1.1이닝 무실점, 총 투구수 24구를 기록했다.

그리고 4차전. 팀이 2대 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이번에도 김진성이 등판했다. 김진성을 최주환을 초구에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한 뒤, 김재환을 초구에 병살타로 처리하며 공 2개로 아웃 3개를 잡아냈다. 7회에도 올라온 김진성은 1아웃을 잡은 뒤 드류 루친스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1이닝 무실점. 4경기 합계 4.2이닝 4피안타 무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평균자책 ‘0’ 행진이다.

-강력한 구위, 좌타자 상대 능력, 탈삼진 능력…김진성, 안 쓸 수가 없네-

김진성은 올 시즌 전성기 시절 구위를 되찾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김진성은 올 시즌 전성기 시절 구위를 되찾았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연투 뒤 하루 쉬고 다시 연투하는 등판 일정은 30대 중반 베테랑 투수에겐 꽤 강행군이다. 역대 KBO리그에서 35세 이상 투수로 단일 한국시리즈 최다경기에 등판한 투수는 2007년 SK 가득염으로 38세 나이에 6경기에 등판했다(팀 6경기). 다음은 2018년 37세 나이로 5경기에 올라온 두산 김승회다(팀 6경기). 그리고 김진성이 4경기에 등판해 2006 한화 구대성, 2007 SK 조웅천, 2003 현대 조규제, 2003 SK 김정수와 함께 세 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섰다.

김진성이 등판하는 상황을 보면 NC 벤치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동욱 감독은 김진성을 주로 6회 혹은 7회 중요한 승부처에서 기용한다. 앞 투수가 주자를 쌓아놓고 내려간 상황, 혹은 경기 흐름상 반드시 실점 없이 막아내야 하는 순간, 상대 타순의 타격감이 상승곡선을 타는 세 바퀴째 타순에서 제일 먼저 감독의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김진성이다.

NC 불펜에서 좌타자 전문 스페셜리스트는 좌완 임정호의 몫이다. 그런데 김진성도 임정호 못지않게 좌타자 상대로 강점을 보인다. 정규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87을 기록한 김진성보다 좋은 피안타율을 기록한 투수는 리그에서 구창모, 조현우, 홍상삼, 박시영, 구승민 등 5명뿐이다. 묵직한 속구에 포크볼의 위력까지 좋다 보니 오른손 투수임에도 좌타자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주력 타자 대부분이 왼손잡이인 두산 타선 상대로 최상의 카드다.

뛰어난 탈삼진 능력도 주자 있는 상황에서 김진성의 가치를 높인다. 올 시즌 김진성은 9이닝당 10.6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이는 역대 35세 이상 투수 중에 2015 삼성 임창용(11.83), 1999 해태 김정수(10.95), 2018 롯데 고효준(10.86), 2018 삼성 권오준(10.80)에 이은 역대 5위 기록이다. 이동욱 감독도 “김진성이 주자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투구를 한다. 데이터를 본 것도 있고, 볼이 제일 좋은 투수가 김진성이라 먼저 내보낸다”고 말했다.

시즌 종료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정규시즌 때보다 구위가 더 좋아졌다. 4경기에서 김진성의 속구 구속은 대부분 144, 145km/h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평균(142.8)보다 2, 3km/h 정도 더 빠른 공을 던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진성에 대해 “시즌 때와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된다. 푹 쉬고 나오면 공의 힘이나 스피드가 다르다. 기본 2, 3km/h는 빨라진다고 봐야 한다. 베테랑의 경험까지 있다 보니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성 “야수들에 비하면 힘들지 않아…7경기 전부 등판도 가능”-

시즌 개막 전 연습경기에 등판한 김진성(사진=NC)
시즌 개막 전 연습경기에 등판한 김진성(사진=NC)

김진성은 4차전 뒤 전화 통화에서 “올 초만 해도 한국시리즈에서 던질 기회가 올 줄은 생각 못 했다”고 밝혔다. 사실 김진성의 2020시즌은 파란만장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첫날 중도귀국해 파문이 일었다. 수년간 연봉 협상 과정에서 쌓인 설움이 폭발한 탓이다. 유독 중간계투 요원에게 엄격한 연봉 고과 체계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이 때문에 한때는 ‘다시 1군의 부름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진성은 묵묵히 2군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퓨처스리그에서 21경기 13세이브로 양대리그 최다 세이브를 거두며 건재를 알렸다. 그리고 1군 마운드에 설 기회가 오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 보였다. 정규시즌 48경기에 등판해 3승 6홀드에 2.66의 평균자책. 특히 후반기 39경기에서 평균자책 2.09의 눈부신 호투로 시즌 막판 불펜 안정에 큰 힘을 보탰다.

한동안 느꼈던 서운한 감정은 어느덧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김진성은 “시즌 초까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매일 나오는 게 나로선 즐거운 일이다.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욱 감독은 “김진성에게 괜찮냐고 묻자 ‘시즌 중반에 많이 안 던져서 괜찮다. 아직 힘이 남아있으니까 내보내셔도 된다. 걱정하시 마시라’고 하더라”며 흐뭇해했다. 또 “경기 내용을 보면 한 경기당 던지는 투구 수가 많지 않아서 계속 나올 수 있다. 2경기 하고 하루 쉬고 다시 경기하니까 가능하다”고 했다.

김진성은 “나보단 포수 양의지와 야수 후배들이 더 힘들 거다”라고 말했다. “양의지가 워낙 잘하고, 야수들이 잘 도와주니까 투수가 덕을 보고 있다. 또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관리를 잘 해주셔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김진성의 말이다.

이동욱 감독도 김진성을 향해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 감독은 “우리 중간투수 중에 제일 믿을 수 있는 투수가 김진성이다. 다른 투수를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김진성이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는 얘기”라고 힘줘 말했다. 김진성은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 우리 동료들과 함께 우승하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끝으로 김진성이 이렇게 말했다. “지금 같아선 전 경기 등판도 가능할 것 같다. 만약 시리즈가 6차전까지 가면 6경기, 7차전까지 가더라도 전부 등판할 자신이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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