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김강률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인생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두산 투수 김강률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인생투를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마치 2015년 한국시리즈 4차전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의 역투를 보는 듯했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투수 김강률이 5년 전 노경은처럼 깜짝 인생투를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펼쳤다. 2018년 한국시리즈 직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낙마한 기억이 있던 김강률은 3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 마운드에서 그 갈증을 제대로 풀었다.

두산은 11월 20일 고척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대 6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4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이날 두산은 선발 투수 최원준이 2.2이닝 4피안타(1홈런) 3실점으로 물러나 불펜을 조기 가동했다. 이어 등판한 홍건희도 1이닝 5피안타 2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두산은 5대 6으로 뒤진 4회 초 2사 1, 2루에서 결국 홍건희 대신 김강률을 마운드에 올렸다. 한국시리즈 첫 등판에 나선 김강률은 옛 동료 양의지를 첫 상대해 풀카운트 승부 끝에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김강률은 5회 초와 6회 초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NC 타선을 틀어막았다.

7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강률은 1사 1루 상황에서 박치국과 교체돼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김강률은 이날 2.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김강률의 역투 덕분에 두산은 5회 말 상대 실책을 틈 타 동점을 만든 뒤 7회 말 김재호의 역전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김강률에 이어 박치국(1.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볼넷 무실점)과 이승진(1.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이 7대 6 한 점 차 리드를 지켰다.

이날 나온 김강률의 깜짝 호투는 두산 벤치가 준비한 시나리오에 없었던 장면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오늘 (홍)건희의 제구가 안 좋았는데 (김)강률이가 중요한 역할을 잘해줬다. 사실 강률이가 확실하게 믿을 카드는 아니었다. 이런 장면이 앞으로 두 번 세 번 연속으로 나와야 하는데(웃음). 누가 안 되면 그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게 우리 선수들인 듯싶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강률이 한국시리즈 3차전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강률이 한국시리즈 3차전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날 김강률은 5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노경은의 호투를 떠올리게 했다. 노경은은 두산 소속이었던 2015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구원 등판해 5.2이닝(92구) 2피안타 5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끄는 인생투를 펼쳤다. 당시 두산이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게 한 결정적인 활약이었다.

김강률도 시리즈 분수령이 될 3차전에서 인생투를 선보였다. 역대 한국시리즈서 1승 1패 뒤 3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3%(15번 가운데 14번 3차전 승리 팀이 우승)에 달했다. 두산은 김강률의 역투 덕분에 93% 우승 확률을 잡았다.

이날 김강률이 던진 총 35구 가운데 속구 비율은 불과 37%(13개)에 불과했다. 스플리터를 무려 17개나 구사한 김강률은 슬라이더(3개)와 커브(2개)도 섞어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펼쳤다. 특히 노진혁과 상대할 땐 스플리터만 5개 연속으로 던져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경기 뒤 만난 김강률은 “첫 상대가 하필 양의지라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웃음). 다행히 스플리터가 존으로 밀려들어가 삼진이 나왔다. 스플리터가 생각보다 잘 들어가 (박)세혁이 사인대로 잘 던졌다.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변화구를 던진 날이 됐다. 내년 시즌까지 볼 때 잘해야 하니까 이런 면에서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3차전에서 나온 김강률의 호투로 두산은 향후 시리즈에서 불펜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넓힐 전망이다. 김강률은 “중요한 3차전에서 오랜만에 내가 도움을 주는 경기가 돼 기쁘다. 상황을 봐도 등판 기회가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도 등판할 상황이 무조건 나올 거로 믿었다. 그동안 베테랑 투수로서 활약을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지금 위치에서라도 최선을 다하는 투구를 보여드리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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