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순위 다툼을 위한 결정적인 맞대결에서 6회 초 8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은 순위 다툼을 위한 결정적인 맞대결에서 6회 초 8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어쩌면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중요한 하루였다. 10월 22일 두산 베어스는 KT WIZ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을 경우 리그 3위에 올라 유리한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6회 초까지 이어졌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노린 선발 투수 유희관은 5회까지 1실점으로 KT 타선을 틀어막았다. 팀 타선도 3회 말 2득점-4회 말 1득점으로 유희관의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3대 1로 앞선 채 시작한 6회 초 단 한 순간에 그 모든 시나리오가 어그러졌다. ‘드롭 더 볼’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선두 타자 유한준이 친 평범한 우익수 방면 뜬공을 조수행이 글러브에 넣었다 놓치며 포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잘 버티던 유희관은 후속 타자 장성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두산 벤치가 내린 결단은 투수 교체였다. 이날 유희관의 구위가 좋았지만, 빠른 투수 교체 승부수를 던질 만한 타이밍이었다.

유희관 대신 올라온 투수는 이승진이었다. 지난 주말 3연전 3연투 뒤 3일 휴식을 취하고 올라온 이승진은 대타 멜 로하스 주니어와 배정대에게 연속 볼넷 허용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내줬다. 여전히 이어진 무사 만루 위기에서 이승진은 대타 문상철에게 좌익수 방면 희생 뜬공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유희관의 시즌 10승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이승진은 심우준을 3구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조용호와 9구 승부 끝에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진 황재균 타석에서 교체 타이밍을 잡을 법했지만, 두산 벤치는 이승진을 그대로 밀고 갔다. 사실상 속구로 카운트를 잡기에 급급한 상태에서 황재균은 이승진의 148km/h 속구를 노려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두산 벤치는 역전 허용 뒤 이승진 대신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이미 넘어간 경기 분위기 속에서 홍건희는 볼넷(강백호)과 3타점 싹쓸이 2루타(유한준), 그리고 1타점 적시타(장성우)를 연이어 맞고 무너졌다. 3대 9까지 벌어진 점수 차는 팀 타선의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남은 이닝 동안 두산은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한 채 5대 17로 뼈아픈 대패를 맛봤다.

이날 두산과 KT는 마운드 운영에서 명백히 대비됐다. KT는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3이닝 만에 내린 뒤 소형준을 곧바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KT 벤치는 반 박자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추가 실점을 억제했다.

반면 두산은 6회 초 제구가 흔들리는 이승진을 역전 허용까지 지켜만 봤다. 최근 가장 투구 내용이 좋았던 김민규는 이미 3대 9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투입됐다. 공교롭게도 김민규 홀로 이날 투구 내용(1.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이 가장 돋보였다. 6회 초 시작 혹은 적어도 동점 허용 뒤 1사 1, 2루 위기에서 김민규 투입이 가장 필요한 타이밍이었지만, 두산 벤치의 마운드 방임이 이어졌다.

두산은 유희관의 시즌 10승 달성과 더불어 리그 3위로 올라갈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너무나 많은 걸 잃은 두산의 하루였다. 최근 KT와 LG의 상승세를 고려한다면 키움 히어로즈와의 잔여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해 4위 자리라도 되찾는 게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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