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택 새 총재 후보 추대한 제5차 KBO 이사회 ‘정관 위반’ 문제 제기

-새 총재 추천은 사전 통지하지 않은 사항…재적이사 전원 출석해야 의결 가능

-한화는 대표이사 공석…사임한 박정규 전 대표와 ‘전화 통화’로 의결 꼼수

-검찰 고발에 정관 위반 논란까지…정지택 후보 총재 자격 논란 가중

KBO 이사회의 새 총재 추대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사진=엠스플뉴스)
KBO 이사회의 새 총재 추대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새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정지택 후보를 추천한 KBO 이사회 의결이 ‘정관 위반’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최소 7일 전 미리 통지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하려면 재적이사 전원이 출석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고, 9명만 출석한 이사회에서 기습적으로 처리했단 지적이다. 이사회 의결의 법적 효력은 물론 총재 내정자 자격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 사전 통지 안 한 KBO 새 총재 추대…9명 참석한 이사회에서 꼼수 의결 -

KBO 야구회관(사진=엠스플뉴스)
KBO 야구회관(사진=엠스플뉴스)

차기 총재를 추대한 제5차 KBO 이사회는 10월 13일 오후 4시 도곡동 KBO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이날 이사회는 코로나19로 포스트시즌 수익 배분 방식 변경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9개 구단 대표이사가 참석해 표결에 참여했다.

그런데 의결이 끝난 뒤 정운찬 총재가 불쑥 “나는 연임하지 않겠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자 이사회는 기다렸다는 듯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을 차기 총재로 추천했다. 정 전 부회장을 구단주 총회에 추천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문제는 이날 이뤄진 차기 총재 추대가 사전에 미리 통지한 사항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새 총재를 추대한 이사회 의결이 KBO 정관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단법인 한국야구위원회 정관 제5장 이사회 제22조 (이사회의 소집 등) 조항에는 ‘총재는 이사회를 소집하고자 할 경우에는 적어도 회의 7일 전에 목적 사항을 명시하여 각 이사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13일 이사회는 포스트시즌 수익 배분 방식 논의가 소집 목적이었다. 정운찬 총재의 연임 불가는 이날 이사회 자리에서 발표됐다. 앞서 엠스플뉴스가 보도한 대로 수도권 모 구단 구단주가 정 총재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한 것도 이사회가 열리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 새 총재를 추대한다는 사전 통지는 없었다.

정관 제23조 (이사회의 의결 방법) 항목엔 ‘이사회는 제22조에 따라 미리 통지한 사항에 한해서만 의결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다만 ‘재적이사 전원 출석에 출석이사 전원이 찬성할 때에는 통지하지 아니한 사항이라도 이를 상정하고 의결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날 이사회엔 재적이사 중에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 이사진만 출석했다. 한화는 박정규 대표이사가 9월 3일 자로 사임한 뒤 차선임자인 사내이사 이동원 본부장이 대표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대외적으론 대표이사가 공석인 상태다.

그러나 등기상으론 여전히 박정규 전 대표가 대표이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박 대표이사는 KBO와 한화 이글스 양쪽에서 모두 등기상 대표로 남아 있다. 매일 대전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도 본다. 한화 관계자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는 박 전 대표님이 계속 등기상 대표로 남는다”고 했다.

사임한 이사를 ‘재적이사’로 간주해야 하는지는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법조인 출신 야구 관계자는 “이사의 사임은 단독행위로서 회사에 대한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효력이 발생한다. 또한 사임에 의한 변경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 자격을 상실한다고 본다”는 대법원 판례를 전했다.

재적이사 한 자리가 비는 상황에서 KBO 이사회는 ‘전화 통화’라는 꼼수를 사용했다. 취재에 응한 구단 관계자는 “당시 9명의 이사진이 회의실에서 박정규 전 대표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분이 총재 후보로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구하고 찬성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고 전했다. 사임한 전 대표이사를 ‘재적이사’로, 전화 통화를 ‘출석’으로 처리한 것이다.

전화 통화를 정당한 표결권 행사로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사회 의결 방법을 규정한 정관 제23조 2항엔 ‘서면으로 표결권을 행사한 이사의 수 및 대리인에게 표결권의 행사를 위임한 이사의 수는 출석이사 수에 산입한다’고 돼 있다.

서면이나 대리인이 아닌 사임한 전 대표와의 전화 통화를 출석으로 간주하기엔 근거가 약하다. 이번 이사회의 총재 추천 의결이 KBO 정관을 위반한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KBO를 자기들 원하는 대로 끌고 가기 위해 규약도 정관도 가볍게 무시한다. 쿠데타가 따로 없다”고 비판했다.

- 검찰 고발에 정관 위반까지…정지택 후보 총재 자격 있나 -

수도권 구단주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받은 정운찬 총재(사진=엠스플뉴스)
수도권 구단주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받은 정운찬 총재(사진=엠스플뉴스)

만약 한화 이글스 새 대표이사가 선임된 상태이고, 새 대표가 이사회에 출석했다면 KBO 이사회는 사전에 통지하지 않은 안건도 의결할 수 있었다. 아니면 사전에 ‘새 총재 추대’를 통지한 뒤 일주일 뒤에 이사회를 여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KBO 이사진은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급하게 총재 추천을 의결했다.

대외적으론 ‘정치권 낙하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편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의 KBO 총재 추대를 막기 위해 서둘러 새 총재를 선임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김 회장 측근은 “김 회장은 KBO 총재에 별 뜻이 없었다. 정치권 입김은 수도권 구단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그들이 만든 가상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한다.

정지택 새 총재 후보는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시절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수사 진행에 따라 언제든 피의자 신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KBO 이사회의 정관 위반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정지택 후보의 총재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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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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