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차기 총재 후보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검찰 피고발인 신분이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KBO 총재 검찰 포토라인 서는 흑역사 되풀이 될 수도

-야구계 ‘두산 총재’ 거부감도 상당해…자칫 리그 최대 과제 통합마케팅 물 건너 갈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사진=엠스플뉴스)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두산 베어스가 앞장서 KBO 총재 후보로 추대한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올해 초 검찰에 고발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야구계에선 자칫 KBO 총재의 임기 중 사법처벌 잔혹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ㅡ 서울중앙지검, 정지택 전 부회장 등 두산중공업 이사진 고발 사건 수사 중 ㅡ

정지택 전 부회장을 비롯한 두산중공업 이사진을 검찰에 고발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참여연대)
정지택 전 부회장을 비롯한 두산중공업 이사진을 검찰에 고발한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4월 9일 부실 자회사 두산건설에 대한 부당지원을 결정한 두산중공업 전·현직 이사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및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무리한 사업으로 인해 두산건설의 부실 상태가 명백함에도, 두산중공업은 합리적 경영 판단 및 실현 가능 회수계획 없이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두산중공업의 막대한 지원에도 두산건설은 부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9년 상장 폐지됐다. 두산중공업도 2014년부터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10년간 누적 당기순손실이 약 1조 3,495억 원에 달하는 등 재무 상태가 극도로 악화했다. 올해 3월엔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조 원이란 큰 규모의 긴급대출까지 받았다. 현재는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단체의 고발 대상엔 박지원 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해 정지택 전 부회장도 포함됐다. 정 전 부회장은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의 2천억 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2011년 6월 당시 대표이사를 지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이 주요 피고발인 중 하나가 맞다”며 “두산중공업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막대한 자금지원을 두산건설에 제공해 최소 5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끼치는 의사 결정을 한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숭희 변호사는 “이와 같은 건의 경우 이사회 의결에 참여한 사내이사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표이사는 최종책임자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건은 검찰 고발 이틀 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부당지원행위 위반 등의 신고가 접수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상황에 따라 공정위와 수사 공조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ㅡ 임기 중 구속, 사퇴 반복한 KBO 총재 잔혹사…포토라인 서는 총재는 이제 그만 ㅡ

공정거래위원회와 참여연대(사진=MBC)
공정거래위원회와 참여연대(사진=MBC)

피고발인 신분인 정지택 전 부회장은 지난 10월 13일 KBO리그 10개 구단 대표이사가 모인 자리에서 차기 KBO 총재 후보로 추대됐다. 당시 이사회에서 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 산업화를 이끌 유능한 기업인 출신’이라며 정 전 부회장 추대에 앞장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시절 정 전 부회장의 성적표는 야구선수로 치면 방출 감이다. 정 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 두산중공업이 4억 원을 출연했던 사실이 밝혀져,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당시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손실은 무려 4,500억 원에 달했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이후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했고 2014~2019년 말 동안 약 1조 9,4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정 전 부회장은 2018년 3월 28일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급기야 올해 초엔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

야구계에선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한 원로 야구인은 “과거 KBO 총재 가운데 임기 중에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속되는 사례가 워낙 많았다. KBO 총재 잔혹사라는 말이 생길 정도”라며 “후임 총재 후보라기에 괜찮은 분이 오실까 기대했는데, 사법기관에 고발당한 신분인 인사를 후보로 내세운 줄은 몰랐다”고 혀를 찼다.

정지택 전 부회장 등 두산중공업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사진=MBC)
정지택 전 부회장 등 두산중공업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사진=MBC)

실제 과거 KBO 총재 가운덴 구속되거나 좋지 않은 말년을 보낸 사례가 많았다. 5대 KBO 총재였던 이상훈은 율곡 비리 의혹으로 총재직 사퇴 후 구속됐고, 7대 권영해 총재는 ‘북풍 사건’에 휘말렸다. 9, 10대 홍재형 총재도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가 시작된 뒤 사퇴했으며, 11대 정대철 총재는 경성 게이트로 구속돼 사임했다.

12~14대 박용오 총재는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 16대 신상우 총재도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사퇴했다. 17, 18대 유영구 총재는 아예 취임 당시부터 검찰 수사를 받다가 결국 구속-사퇴 절차를 밟았다. 제 8대 총재를 지낸 ‘기춘대원군’ 김기춘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프로야구 선수협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선웅 변호사는 “두산중공업 고발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는 회사가 대상이지만, 업무상 배임은 개인 형사 책임에 해당한다”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고발인 신분인 (정 전 부회장이) 수사받으러 검찰에 출두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KBO 총재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건 야구계로선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다른 법조 관계자도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전제하면 충분히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사건이다. 계열사 지원 문제는 오너 쪽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다”며 “임기 중 유죄판결로 총재직 수행에 차질이 생기고, 리그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경제 전문지 기자는 검찰이 평소 껄끄러운 관계였던 공정위와 수사 공조를 검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검찰이 두산중공업의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공정위의 전문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두산중공업이 사외이사로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을 영입하면서 향후 공정위 조사에 ‘전관예우’가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ㅡ 야구계 “두산 총재 되면 리그 최대 과제 통합마케팅 물 건너간다” ㅡ

2016년 10월 1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제윤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두산중공업은 다른 73개 건설업체와 함께 담합이 적발돼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다. 그러다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제재 조처를 감면받았다. 당시 건설업체들은 2천억 원을 조성해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100억 원을 내기로 했으면서도 1원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엔 4억 원을 쾌척했다. 국감장에서 정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K-스포츠재단 출연은)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K-스포츠재단엔 발 빠르게 4억 원을 출연하고도 사회공헌재단엔 왜 한푼도 내지 않았느냐는 질의엔 “더 큰 대기업하고 비교했을 때 금액적으로 형평성이 없어서“라고 답했다(사진=국회TV)
2016년 10월 1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제윤경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두산중공업은 다른 73개 건설업체와 함께 담합이 적발돼 공공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됐다. 그러다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제재 조처를 감면받았다. 당시 건설업체들은 2천억 원을 조성해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100억 원을 내기로 했으면서도 1원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엔 4억 원을 쾌척했다. 국감장에서 정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K-스포츠재단 출연은)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K-스포츠재단엔 발 빠르게 4억 원을 출연하고도 사회공헌재단엔 왜 한푼도 내지 않았느냐는 질의엔 “더 큰 대기업하고 비교했을 때 금액적으로 형평성이 없어서“라고 답했다(사진=국회TV)

정지택 전 부회장의 KBO 총재 후보 추대 소식을 접한 야구 관계자는 “원래 이사회의 차기 총재 추대는 보통 11월경에 이뤄졌는데 이번엔 10월 이사회에서 급하게 처리됐다”며 “피고발인 신분인 인사를 무리하게 총재 후보로 밀어붙인 데는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 전 부회장 추대에 앞장선 두산은 최근 극심한 경영난으로 KBO 회비조차 제때 못 낸 구단이다. 이 때문에 야구계에선 두산이 구단 매각을 막기 위해 ‘내 편’ 총재를 만들려고 총력을 기울인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다. 정 전 부회장은 두산 박씨 일가의 최측근이자 2018년까지 두산 베어스 구단주 대행을 지내 ‘뼛속까지 두산맨’으로 통한다.

지방구단 관계자는 “정 전 부회장이 KBO 총재가 되면 KBO가 앞장서서 부실구단을 지원할 우려가 있다”며 “안 그래도 그간 리그가 두산 중심으로 움직였는데, FA(자유계약선수) 등 각종 제도와 리그 운영이 두산 위주로 돌아갈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방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앞으로 KBO 리그가 발전하려면 리그 산업화와 통합마케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KBO 닷컴부터 라이센스 제품, 입장권까지 통합마케팅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라며 “그간 KBOP가 통합마케팅을 논의할 때마다 10개 구단 중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구단이 두산이다. 과연 두산이 만든 총재가 두산을 설득해서 리그 전체를 위한 통합마케팅을 해낼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야구계에선 정 전 부회장의 총재 선출과 함께 두산 베어스 고위인사가 KBO로 넘어온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퍼져 있다.

앞의 야구 관계자는 “과거 K-스포츠재단 출연 건이나 두산건설 지원은 정 전 부회장 개인의 판단보다는 두산 오너 일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며 “겉으로는 ‘야구사랑’을 강조하지만 뒤로는 대리인을 내세워 야구판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게 재벌 오너들의 본모습이다.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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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이근승,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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