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포함 3타점 맹타를 휘두른 손아섭(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홈런 포함 3타점 맹타를 휘두른 손아섭(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은 낮에 약하고 밤에 강했다.

낮경기에선 11경기 타율 0.225로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 9안타 중에 장타는 2루타 하나뿐,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었다. 9월 27일 낮경기로 열린 광주 원정 KIA전에선 뜬공 타구를 놓쳐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10회말 선두타자 최원준의 우익수 쪽 뜬공 타구를 열심히 따라가 봤지만, 강한 햇빛에 타구를 놓치며 3루타로 연결됐다.

결국 롯데는 2아웃 이후 김태진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1대 2로 경기를 내줬다. 손아섭은 이날 타석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올 시즌 내내 좋지 않았던 낮경기 중에서도 최악의 기억으로 남은 광주 원정이다.

하지만 야간경기에선 사정이 달라진다. 밤경기가 되면 비로소 모두가 아는 손아섭다운 모습이 나온다. 손아섭은 올 시즌 야간 102경기에서 타율 0.362의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홈런도 8개 때려냈고 타점은 6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손아섭은 낮경기 0.257/밤경기 0.301로 낮보다 야간에 강한 면모를 보인 바 있다.

29일 야간 LG전에서도 손아섭의 활약이 잠실의 밤을 수놓았다.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손아섭은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불방망이로 팀의 8대 3 승리를 이끌며, 지난 주말 KIA전의 아픈 기억을 깨끗이 씻어냈다.

1회부터 손아섭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손아섭은 무사 1루에서 LG 선발 타일러 윌슨의 2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포. 손아섭의 시즌 9호 홈런으로 롯데는 2대 0으로 리드를 잡았다.

2회에도 손아섭은 멈추지 않았다. 3대 0으로 앞선 2아웃 1루. 여기서 손아섭은 윌슨의 4구째 커브를 공략했다. 속구 스트라이크 다음에 들어온 커브를 받아쳐 우익수쪽 라인 안쪽에 집어넣는 기술적인 타격을 선보였다. 손아섭의 2루타로 오윤석이 홈을 밟아 점수는 4대 0이 됐고, 이 타점으로 손아섭은 개인 통산 800타점 대기록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37번째 기록이다.

초반 주도권을 잡은 롯데는 3회에도 윌슨을 두들겨 3득점, 7대 0으로 달아나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는 롯데의 8대 5 승리. 손아섭은 결승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 활약으로 3안타 2볼넷을 기록한 오윤석과 함께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이날 경기전 허문회 감독은 “지난 경기 나쁜 기억은 잊고, 오늘 경기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활약으로 허 감독의 말을 실천한 손아섭은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팀의 선배로서 중요한 상황에서 해결해서 나머지 후배들이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하려고 집중했다. 어떻게든 득점하는 데 도움이 되려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광주 경기 수비에 대해선 “햇빛에 공이 들어가면 전혀 보이질 않는다. 고글을 쓰면 좀 낫지만, 당시 햇빛이 아래로 내려간 상태라 (모자 위로) 올려쓰고 있었다.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면서도 “프로선수이자 베테랑으로서 준비를 못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반성도 했다.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몸으로라도 막아서 3루타가 아닌 1루타만 주는 수비를 할 수 있게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지금 한 경기 한 경기, 매 경기가 중요한 상황이다. 치열한 순위경쟁 속에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라기보다는 그전부터 계속 간절하게 해왔다”며 “남은 경기에서 모든 경기에 건강하게 뛰고 싶고 팀이 높은 순위로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좋은 성적으로 건강하게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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