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최근 9경기 6승 3패로 가파른 상승세…첫 4연승 달성

-상위권 팀, 5강 경쟁팀 괴롭히며 리그에 한화표 마라소스 향이 진동한다

-한화 상승세 주역은 강한 불펜…윤대경-강재민 호투에 김진영까지 가세

-송광민, 최진행 등 베테랑 불꽃…임종찬, 최인호 등 신예 활약 돋보여

다시는 한화를 무시하지 마라(사진=한화)
다시는 한화를 무시하지 마라(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시즌 막바지 KBO리그 순위 경쟁에 ‘한화 주의보’가 내려졌다. 고춧가루 부대보다 더 지독한 ‘마라소스 부대’ 한화 이글스가 연일 상위권 팀들을 골탕 먹이며 제대로 매운맛을 선사하는 중이다.

한화가 본격적으로 마라소스를 뿌려대기 시작한 건 지난주부터. 1위 경쟁팀 LG 트윈스에 1승 1패, 키움 히어로즈 상대 1승 1패로 반타작한 게 시작이다. 내심 2연전 스윕을 기대했던 LG와 한화는 본전도 못 뽑고 입맛만 다시며 젓가락을 내려놔야 했다.

이후엔 5강 경쟁권 팀들이 희생제물이 됐다. KIA 상대 주말 2연전에서 첫 경기 대패 뒤 다음날 대승. 이번 주에는 두산 상대로 홈에서 2승을 거두며 상대 전적을 5승 4패로 뒤집었다. 마라 향처럼 얼얼한 한화 야구에 두산은 눈물 콧물 쏙 빼고 대전을 떠났다.

그리고 24일 경기에선 롯데까지 잡아내며 시즌 첫 4연승 달성. 최근 9경기 6승 3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2할대에서 허덕였던 승률도 어느새 0.310으로 3할대 진입. 9위 SK와 승차는 1.5게임 차로 탈꼴찌가 눈앞이다.

불펜 안정에 베테랑-신예 활약으로 타선도 상승세

한화 불펜 에이스 강재민(사진=한화)
한화 불펜 에이스 강재민(사진=한화)

한화의 최근 상승세는 불펜에서 시작됐다. 한화 불펜은 후반기 평균자책 4.09로 리그 5위, 9월 들어선 2.96으로 전체 2위의 좋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9경기에선 5회까지 앞선 경기 5승 무패, 8회까지 앞선 경기 6승 무패로 철벽이다.

최원호 감독대행 부임 이후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며 실전 경험치를 쌓은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윤대경이 42경기 39.1이닝 평균자책 1.37로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고, 신인 강재민도 40경기 평균자책 2.50에 팀 내 최다 홀드(11홀드)로 활약이 좋다.

최원호 대행은 윤대경에 대해 “타점이 높고 변화구 구종이 다양하다”고, 강재민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잘 막아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강재민은 승계주자 실점률 리그 4위(11.5%)로 주자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 있는 투구로 실점 없이 막아내는 장면을 자주 연출한다.

불펜 뎁스가 두꺼워지면서 승리조에만 의존하는 마운드 운영에서도 벗어났다. 24일 롯데전에선 전날 연투한 승리조 대신 김종수-김진영-박상원의 ‘B조’가 등장해 7회 이후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날 경기 전 최 대행은 “우리 팀에 언제부터 승리조가 있었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홀드를 기록한 김진영의 후반기 페이스가 좋아 최근엔 중요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커지는 추세다. 김진영은 후반기 18경기 17.2이닝 평균자책 1.53을 기록하고 있다. 최 대행은 “날이 선선해지면서 김진영의 볼 끝이 좋아졌다.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 자신감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팀이 상승세를 타면서 리그 최약체였던 타선에도 힘이 붙었다. 최근 9경기 한화는 팀타율 0.274(기간 2위), 팀 득점 41점(기간 2위)으로 공격 흐름이 나쁘지 않다. 특히 4연승 기간 동안 경기당 7.25득점(29득점)을 뽑아내며 물타선 이미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중이다.

베테랑 타자들이 앞에서 이끌고, 젊은 선수들이 뒤에서 받치는 구도다. 4연승 기간 최재훈이 타율 0.538에 3타점, 송광민이 타율 0.438에 1홈런 7타점을, 최진행은 타율 0.364에 2타점을 올렸다. 24일 롯데전에선 송광민을 7번, 최진행을 9번에 배치한 이색 타선으로 재미를 봤다.

올해 입단한 신인 임종찬은 24일 롯데전에서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결승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다. 4연승 기간 성적은 타율 0.444에 5타점이다. 2년 차 노시환도 4연승 기간 0.429에 2루타 4방으로 제 몫을 했고, 최인호는 15일 LG전에서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펼쳤다.

불펜에 이어 타선에서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게 고무적이다. 임종찬은 “신인 첫 시즌이라 부족한 것이 많은데 코치님들이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많은 신경을 써주셔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특히 밸런스 쪽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 부분을 신경 쓰다 보니 부족하지만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최인호는 “1군에 있으면서 많이 배우고, 벤치에서 보는 야구도 하고 있다.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상대 팀의 잘하는 선수들도 많이 보고 공부하면서 내년에는 좀 더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2019년에도, 올 시즌도…고춧가루만 뿌리고 끝나면 곤란해요

한화 타선의 새 활력소 임종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화 타선의 새 활력소 임종찬(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물론 시즌 막판 ‘고춧가루 부대’ 활약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고춧가루는 리그 최약체 팀이 시즌 막판 ‘반짝 돌풍’을 일으킬 때 나오는 말이다. 1위 싸움을 펼치는 팀, 5강 경쟁 팀은 애초에 고춧가루 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시즌 내내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고춧가루 부대 역할이 단골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화는 리그 9위에 그친 지난해에도 9월 이후 12승 9패(0.571)로 독한 마라소스를 살포하며 시즌 막판 판도를 뒤흔들었다. 당시만 해도 젊은 타자들이 급성장하는 것처럼 보였고, 젊은 투수들도 1군에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즌 막판 상승세가 올 시즌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한화는 지난해보다 더 처참한 성적으로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반면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무기력했던 롯데(9월 이후 4승 16패 0.200)는 올 시즌 5강을 다투는 팀으로 올라섰다. 시즌 막판 고춧가루 살포가 다음 시즌 성적과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매운 양념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위권 팀을 괴롭힌 것으로 정신 승리하는 선에서 멈춰선 안 된다. 한 원로 야구인은 “고춧가루 부대는 결코 자랑이 아니다. 프로가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했다. 성장한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하고 겨우내 전력을 보강해 다음 시즌 반등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화는 25일 대전 홈에서 롯데를 상대로 시즌 첫 5연승에 도전한다. 한화 선발투수는 우완 김이환이, 롯데 선발로는 베테랑 노경은이 등판한다. 아직 5강 희망을 놓지 못한 롯데로서도 결코 내줘서는 안 될 경기다. 이 경기는 오후 6시 20분부터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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