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고졸 신인 지명자를 배출했다(사진=엠스플뉴스)
서울고 유정민 감독은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고졸 신인 지명자를 배출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올해 가장 많은 신인 지명자가 나오는 학교가 됐으면 합니다.

2021 KBO 신인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만난 서울고등학교 유정민 감독은 더 많은 제자의 프로 무대 입성을 애타게 기원했다. 그 결과 서울고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6명 지명으로 광주동성고(5명)에 이어 최다 고졸 신인 지명자를 배출했다.

이미 1차 지명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은 내야수 안재석을 포함해 내야수 송호정(한화 이글스·2라운드 전체 12순위), 투수 조건희(LG 트윈스·3라운드 전체 27순위), 투수 최우인(롯데 자이언츠·8라운드 전체 71순위), 외야수 김재중(NC 다이노스·9라운드 전체 86순위), 투수 문승진(한화 이글스·10라운드 전체 92순위)이 서울고 출신 고졸 신인으로 프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다 신인 지명자 배출에 기쁠 법도 하지만, 유정민 감독은 뽑히지 못한 제자들의 걱정이 더 컸다. “더 많은 제자의 이름이 불렸으면 했는데 그게 더 아쉽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친 유 감독의 마음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더 많이 뽑힐 줄 알았는데…" 최다 지명에도 아쉬움이 더 컸다

서울고는 두산의 1차 지명 신인 안재석을 포함해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6명의 지명자를 배출했다(사진=KBO)
서울고는 두산의 1차 지명 신인 안재석을 포함해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6명의 지명자를 배출했다(사진=KBO)

축하드린다. 이번 드래프트 최다 고졸 신인 지명자가 배출된 학교가 됐다.

감사하다(웃음). 사실 신인 드래프트가 진행되고 있을 때 우리 팀 추계리그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지명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 (조)건희가 지명된 뒤 계속 지명 소식이 없어 답답했는데 하위 순번에서 지명 선수들이 나와 다행이다. 솔직히 올해 좋은 선수들이 많아 더 많이 뽑혔으면 했는데 그게 참 아쉽다. 이번 지명 행사에서 뽑힌 선수들의 감사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지만, 이제 뽑히지 못한 제자들을 향한 걱정이 더 커졌다.

1차 지명에 이미 뽑힌 안재석과 더불어 키스톤 콤비인 송호정이 2라운드로 앞 순번에서 뽑혔다. 두 선수를 비교하면 어떤 스타일인가.

(송)호정이는 앞 순번에서 뽑힐 줄 알았다. 내야수로서 장점이 많은 아이다. (안)재석이는 감각적으로 뛰어나다면 호정이는 운동 능력 자체가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호정이를 보면 이건 도저히 못 잡을 거란 타구를 잡아 아웃으로 연결하는 장면이 많았다. 반대로 재석이는 안정적인 수비 스타일로 송구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갑자기 튀는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줄 안다.

타격 능력도 비슷한 편인가.

내가 봤을 때는 재석이가 타격 능력에선 조금 더 뛰어난 장면을 보여줬다. 힘 있게 타구를 만들 줄 안다. 호정이는 콘택트 능력이 있긴 한데 프로 무대에서 타격을 더 갈고 닦아야 할 필요가 있다.

3라운드에서 뽑힌 좌완 투수 조건희에도 LG 팬들의 관심이 쏟아진다.

(조)건희는 성실하고 진중한 성격의 좋은 투수다. 한창 좋을 때는 구속이 140km/h 중반대까지 나왔다. 정신력을 더 강하게 키우면 좌완 불펜 투수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칠 수 있다. 생각보다 더 이른 라운드에서 지명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더 좋은 공을 보여줬을 거다.

두산의 1차 지명자 서울고 내야수 안재석은 공-수 모두 훌륭한 기량을 보유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사진=조문기 작가)
두산의 1차 지명자 서울고 내야수 안재석은 공·수 모두 훌륭한 기량을 보유한 자원으로 평가받는다(사진=조문기 작가)

가장 의외의 지명 결과는 최우인이었다. 2라운드 내 상위 지명이 예상됐지만, 무려 8라운드까지 지명이 미뤄졌다.

(최)우인의 경우 올해 안 좋은 투구 내용이 자주 나왔다. 1, 2학년 때도 공을 던진 경기가 많지 않았다. 실전에서 보여준 것이 부족한데 자질을 보고 뽑아주신 듯싶다. 최고 140km/h 후반대 구속까지 나왔는데 제구가 많이 흔들렸다. 갑자기 많이 자란 키로 성장통을 겪어 여기저기가 꽤 아팠다. 쉰 기간이 많아 꾸준히 운동을 못 한 부분도 있다. 졸업 시즌에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더 어려웠을 거다. 개인적으로 선수가 보유한 자질은 최고로 평가한다. 프로팀에서 잘 키운다면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큰 투수다.

NC가 9라운드에서 지명한 외야수 김재중도 숨겨진 보석이라는 평가다.

(김)재중이는 NC 구단이 정밀하게 잘 관찰해 좋은 평가를 해주신 느낌이다. 체격이 큰 편이 아니지만, 스윙 속도가 정말 훌륭한 타자다. 타구 질이 돋보이고 수비에서 어깨도 강하다. 주력도 빨라 작지만 단단한 플레이를 하는 외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떨렸을 10라운드 지명에선 투수 문승진이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문)승진이는 솔직히 조금 더 앞 라운드에서 뽑히지 않을까 싶었다. 우인이와 비슷하게 1, 2학년 때 몸이 아파 공을 많이 던지지 못했다. 허리가 아파 반년 정도 재활했는데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본다. 프로 무대에서 노력하면 10라운드 그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거로 믿는다.

앞서 얘기가 나왔지만, 지명받지 못한 제자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이 크겠다.

140km/h 중반대 구속이 나온 투수 전인표(2020년 12G 5승 1패 평균자책 3.12 29탈삼진)도 그렇고 외야수 최현규(2020년 19G 타율 0.492 31안타 2홈런 31타점 출루율 0.526 장타율 0.667), 내야수 정원형(2020년 20G 타율 0.268 19안타 2홈런 13타점 출루율 0.346 장타율 0.451) 등의 지명을 기대했는데 정말 아쉽다. 지명받지 못한 제자들의 얼굴이 더 마음에 걸린다. 올해 전체 구단 스카우트들의 주요 지명 후보 리스트에 우리 학교 선수 10명 정도가 있었다고 들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꿈을 이뤄 프로팀으로 입단하는 제자들이 있고, 대학 진학 등 다른 길을 택해야 할 제자들도 있다. 어떤 말을 마지막으로 전해주고 싶나.

최근 주말리그 마지막 경기 때 선수들을 모아놓고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 지명과 대학 진학은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비록 전국대회 성적이 다소 아쉬웠지만, 나는 너희들이 열심히 뛰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라고 전했다. 아이들 앞에서 창피하게 내가 울컥해 눈물이 나오더라(웃음). 정말 고생했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고, 여기가 끝이 아니니까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길 기도하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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