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인 2차지명 회의가 열렸다(사진=엠스플뉴스)
2021 신인 2차지명 회의가 열렸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최근 수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찬밥 신세였던 대학야구 선수들이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야수와 투수가 1대 1에 가까운 비율로 지명받는 보기 드문 현상도 나타났다.

9월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2021 KBO 신인드래프트는 ‘대졸 강세, 야수 초강세’로 요약된다. MBC 스포츠플러스가 생중계한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여파로 구단별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구단 사무실을 화상 연결해 진행됐다.

1라운드 영광의 얼굴들(사진=엠스플뉴스)
1라운드 영광의 얼굴들(사진=엠스플뉴스)

2차 1라운드부터 예상을 깬 선택이 속출했다. 1순위 롯데 김진욱(강릉고)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2순위 한화 김기중(유신고)과 3순위 삼성 이재희(대전고)는 예상보다 다소 빠른 타이밍에 이름이 불렸다.

4순위로 KIA가 지명한 고려대 우완 박건우도 1라운드보다는 2라운드 정도로 예상됐던 이름. 내야수 지명이 유력했던 5순위 KT는 고교 선수가 아닌 대학 내야수 권동진(원광대)의 이름을 불렀다. 박건우, 권동진 지명으로 1라운드에서만 대학 선수 2명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3년간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 중에 1라운드 이전에 지명된 선수는 2019 LG 1차지명 이정용(동아대)이 유일했다.

6순위 NC 다이노스는 고교 최고 내야수 김주원(유신고)과 이영빈(세광고) 가운데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주원을 선택했다. 투수와 내야수 중에 고민했던 LG는 야구인 2세 이영빈을 지명했다.

포수가 급한 8순위 SK는 광주일고 조형우를, 내야 리빌딩이 시급한 9순위 SK는 신일고 김휘집을 지명했다. 10순위 두산은 1차 지명 후보 중 하나였던 선린인터넷고 우완 김동주를 골랐다.

2라운드 이후에도 대졸 선수와 야수 강세가 이어졌다. 2라운드 1순위 롯데는 애초 1차 지명 후보였던 나승엽을 지명하는 도박을 했다.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좌완 장민기(마산용마고)는 2라운드 4순위에 가서야 KIA의 선택을 받았다.

KIA가 성균관대 한차현을, LG가 중앙대 김진수를 각각 지명해 2라운드에서도 대학 선수 2명이 지명자가 됐다. KIA는 3라운드에서도 강릉영동대 에이스 이승재를 지명했고, 키움이 계명대 김성진을 지명해 3라운드에서도 2명의 대학 지명 선수가 나왔다.

10라운드까지 지명받은 대학 선수는 총 19명으로 지난해(18명)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3라운드 전까지 6명, 5라운드까지 총 9명의 지명자가 나오면서 고교 선수들이 상위 라운드를 휩쓸었던 최근 드래프트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한편 이날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선수 중에 야수는 총 48명. 100명의 2차 지명 선수 가운데 거의 절반이 포지션 플레이어였다. 특히 1라운드에서만 5명의 야수 지명자가 나왔고, 2라운드에서 3명, 3라운드에서만 4명이 지명받아 3라운드 이전에 12명의 야수가 프로팀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삼성, KIA, NC, 키움 등 4개 팀은 10명의 지명 선수 가운데 6명을 야수로 뽑아 야수 위주의 지명을 했고 KIA는 4라운드(신일고 포수 권혁경)부터 9라운드(강릉고 포수 김선우)까지 6명을 연속해 야수로 선택해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물론 10명 중에 9명을 투수로 뽑은 롯데처럼 팀에 따라서는 투수 위즈의 지명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드래프트 대학 선수 강세에 대해 한 서울 구단 스카우트는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기대했던 고교 유망주 중에 생각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리그가 늦게 개막해 고교 선수들을 충분히 관찰할 기회도 부족했다”며 “상대적으로 대학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원인”이라 했다. 다만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한 고교 선수들이 프로에서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NC의 김유성 1차지명 철회로 핫이슈가 된 일부 선수의 ‘학교폭력’ 의혹도 드래프트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일부 선수가 예상보다 낮은 순번에서 지명받거나, 대신 같은 포지션 선수가 빠른 순번에 지명받는 이변도 나왔다.

사상 최초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드래프트(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사상 최초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드래프트(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지명받은 선수 가운데 국외파 출신, 야구인 가족 선수도 눈에 띈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파주 챌린저스 내야수 김동진은 예상대로 5라운드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선택을 받았다. 레전드 박노준의 조카 박건우(고려대), 전 한화 이글스 선수 이민호 대전 중구 리틀야구단 감독의 아들 이영빈(세광고), 김기태 전 KIA 감독의 아들 김건형(미국 보이시주립대) 등 ‘야구인 가족’도 프로에서 대를 잇게 됐다.

롯데 김진욱, KIA 박건우와 김선우, NC 김진우, LG 김지용과 김대현, 두산 김동주 등 유명 야구인 혹은 현역 선수의 동명이인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와 구단 경영난으로 일부 구단이 ’10라운드까지 지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기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0개 구단 모두 10라운드까지 지명권을 사용해, 1차 지명 포함 총 110명의 선수가 2021시즌 프로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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