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선발 채드벨(사진=한화)
한화 선발 채드벨(사진=한화)

[엠스플뉴스=대전]

지난해 10승 투수였던 한화 이글스 채드벨은 올 시즌 계륵 신세가 됐다. 개막전을 앞두고 겪은 팔꿈치 통증을 시작으로 시즌 내내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다. 10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7패. 평균자책 7.94로 나왔다 하면 대량실점하고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쫓겨났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의 부진에 한화의 팀 성적도 최하위로 곤두박질했다.

8월이 돼서도 채드벨은 좀처럼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젊은 선수를 키워야 하는 한화로선 계속 채드벨에게 선발 기회를 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 15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최원호 감독대행은 “그런 고민을 안 해도 되게끔 오늘 잘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 대행은 “현실적으로 외국인 투수를 배제하고 시즌을 치르기 어렵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를 안 쓰면 경기에 지려고 하느냐, 시즌 포기냐 같은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외국인 투수는 큰 부상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선발로 넣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최 대행이 채드벨의 호투를 바라며 한 말이다.

한화로선 다행스럽게도 이날 열린 시즌 11번째 등판에서 채드벨은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6이닝 1피안타 무실점. 올 시즌 채드벨이 5회 이상 던지면서 한 점도 내주지 않은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를 연상케 하는 위력투로 최 대행의 고민을 덜어준 채드벨이다.

투구패턴 변화가 주효했다. 올 시즌 채드벨은 속구 일변도의 단순한 투구를 펼쳤다. 특히 작년에 좌타자 상대로 효과를 봤던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팔꿈치 통증 여파로 구위가 작년만 못한 가운데, 구종까지 단순하다보니 쉽게 공략당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1회부터 완전히 다른 패턴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빠른 볼보다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변화구를 빠른 카운트에서 먼저 던지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빠른 볼을 던져 달라진 패턴을 선보였다.

허를 찌른 채드벨의 피칭에 삼성 타자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첫 안타이자 유일한 안타는 2회초 김동엽의 내야안타. 3회말 2사후 나온 박해민의 1루 땅볼 전까지는 배트에 제대로 맞은 정타도 나오지 않았다. 타이밍을 뺏긴 삼성 타자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빗맞은 타구만 날리거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1회엔 박해민-김헌곤이 연속 삼진, 3회엔 김도환-박승규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상대 타자들의 머리에 일단 변화구가 입력되자, 속구가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채드벨은 최고 152km/h에 달하는 강속구를 4회부터 적극적으로 던져 또 한번 패턴 변화를 줬다. 4회 볼넷 2개로 맞은 위기도 빠른 볼로 탈출했다. 2사 1, 2루에서 박계범 상대로 속구 3개를 던져 3구 삼진. 1구와 2구가 코너로 정확하게 구사되자 3구째 높은 속구에 박계범의 배트가 따라나왔다.

채드벨은 5회에도 1사 2루에서 박승규-박해민을 연속 뜬공으로 잡고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실점 없이 마쳤다. 6회에도 올라온 채드벨은 김헌곤을 3루 뜬공, 구자욱을 삼지으로 잡은 뒤 이원석의 장타성 타구에 나온 좌익수 최인호의 호수비에 힘입어 실점 없이 6회를 마쳤다.

6회까지 채드벨의 투구수는 94구.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무리하지 않고 7회부터 투수를 교체했다. 채드벨은 6이닝 1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날의 투구를 마쳤다. 7탈삼진은 올 시즌 채드벨의 한 경기 최다탈삼진이다.

그러나 6이닝 무실점 역투에도 채드벨도, 한화도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한화 타선도 삼성 선발 윤성환에 말려 한 점도 내지 못했고, 결국 채드벨은 승패 없이 물러났다. 한화는 9회초 마무리 정우람이 삼성 김동엽에 결승 투런포를 맞고 0대 2로 패배. 올 시즌 채드벨 등판 경기 10패째를 당했다(1무승부).

비록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채드벨은 최고의 호투로 남은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94구 중 속구가 44구, 변화구가 50구로 시즌 평균보다 변화구 구사율을 높여 효과를 봤다. 특히 올 시즌 구사율을 크게 줄였던 슬라이더를 지난해 수준인 15.9% 구사율로 던져 효과를 봤다. 속구 구속도 최고 152km/h를 기록하는 등 팔꿈치 부상 후유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한화 최원호 대행은 경기전 “채드벨은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그 선수의 루틴이나 트레이닝하는 모습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면도 있다”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채드벨이 남은 시즌에도 이날 같은 투구를 이어간다면, 한화는 더이상 채드벨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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