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홈런을 날린 김동엽(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결승 홈런을 날린 김동엽(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올해 친 홈런 중에 제일 기분 좋은 홈런이다. 결과를 떠나서, 연습 때 준비했던 것을 시도해서 홈런이 됐다는 게 기분 좋다.”

8회까지 이어진 기나긴 0의 행진이 김동엽의 홈런 한 방으로 끝났다. 김동엽이 한화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무너뜨리고 팀에 짜릿한 승리를 선사했다.

8월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7차전. 이날 경기는 삼성 윤성환과 한화 채드벨, 올 시즌 ‘무승’ 투수 간의 선발 맞대결로 시작했다. 후반기가 되도록 단 1승도 없는 투수들의 대결이라 타격전이 예상됐지만, 경기는 예기치 않은 의문의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최고 134km/h 느린 공에 주무기 슬라이더와 커브를 절묘하게 섞어 한화 타자들을 농락했다. 5이닝 무실점. 한화 선발 채드벨도 올 시즌 가장 좋은 속구 구위(최고 152km/h)에 평소보다 변화구 구사율을 높혀 삼성 타선 상대 6회까지 내야안타 1개만 내주는 호투를 펼쳤다. 6이닝 무실점.

양팀 투수들의 호투 속에 반강제 투수전으로 전개된 경기는 양팀 마무리 투수가 올라온 9회에 승부가 갈렸다. 9회초 삼성 공격. 1사후 이원석이 중전안타를 때려 2회 김동엽의 내야안타 이후 7이닝 만의 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김동엽이 2-1에서 4구째 약간 가운데 높은 속구를 받아쳐 그대로 좌측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시즌 9호 홈런. 김동엽의 투런포로 삼성이 2대 0으로 앞서나갔다.

리드를 잡은 삼성은 9회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홈런을 맞고 무너진 정우람과 달리 오승환은 1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주고 실점 없이 9회를 막아내, 한화에 끝까지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의 2대 0 승리.

삼성은 윤성환에 이어 6회부터 이승현-우규민-김윤수 등 불펜 투수들이 1이닝을 차례로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8회 올라온 김윤수는 시즌 3승째, 9회 오승환은 10세이브로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타선에선 김동엽이 홈런 포함 멀티히트 경기, 볼넷까지 하나를 골라내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경기후 삼성 허삼영 감독은 “선발 윤성환이 5이닝을 책임지며 이길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동엽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오늘 홈런을 계기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 있는 디펜스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타격 자세를 오픈 스탠스로 바꾼 김동엽은 “며칠 전부터 시합에 안 나가면서 뒤에서 타격폼 변화를 연습했다. 크로스 스탠스가 원래는 제일 자신 있는 폼이지만, 위험부담이 많은 폼이기도 하다. 좀 더 공을 잘 보기 위해 오픈으로 바꿨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밝혔다.

김동엽은 “오픈 스탠스로 바꿨더니 공이 정말 잘 보이더라”며 “어색하지 않았다. 원래 잘 안 될 때는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결승 홈런을 때린 타석에 대해 김동엽은 “정우람 선배 공을 친 지가 오래돼서 하나만 노리자고 생각했다. 2볼에서 빠른 볼이 오든 변화구가 오든 내 스윙을 돌리려 했다. 빠른 볼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3구째 체인지업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김동엽은 “체인지업에 크게 헛스윙한 뒤라 4구째도 체인지업이 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높은 공이 오면 무조건 돌리려 생각했는데 빠른 볼이 들어왔다”며 “놀라서 손만 빼서 돌렸는데 정타가 돼서 홈런이 됐다. 한 구종만 노리고 자신 있게 돌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동엽은 “시즌 전 야심 차게 준비했고 잘 풀릴 거라 생각했는데, 시즌 중에 우여곡절도 많고 힘든 점도 많았다”며 “주위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기에 못 나가도 잘 준비하고 있어라, 장점을 살리라는 조언대로 뒤에서 열심히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날 홈런으로 김동엽은 후반기 들어 3홈런째, 시즌 9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하나만 더 날리면 SK 시절 이후 오랜만에 두 자릿수 홈런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동엽은 “내 기록을 생각하기보단 한 경기 한 경기 나갔을 때 최선을 다하겠다. 최대한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나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자신 있게 보여드리겠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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