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이상 전력 발휘 KIA, 1군·2군 간 호흡도 한몫

-2군 지휘하는 박흥식 감독 “1군 올라간 선수 곧바로 기용, 동기부여에 큰 영향”

-“2군으로 내려오는 선수에게 이유 직접 설명, 내려와도 표정이 어둡지 않다.”

-“발이 빠르고 강한 타구 생산하는 중·장거리 타자 집중 육성 계획”

KIA 박흥식 2군 감독은 야수진 육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IA 박흥식 2군 감독은 야수진 육성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2군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선수들의 표정부터가 다릅니다.

KIA 타이거즈 박흥식 2군 감독은 확신에 찬 어조로 팀의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지난해 가을 매트 윌리엄스 감독 부임 뒤 KIA는 1군과 2군 운영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았다. 아무리 2군 코치진이 육성을 위해 노력해도 1군 벤치가 이를 외면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요원하다. 하지만, 올 시즌 KIA 1군과 2군의 손뼉이 제대로 마주치는 분위기다.

박흥식 감독 "윌리엄스 감독은 1군 올라간 선수에게 곧바로 출전 기회 부여, 동기부여 측면에서 큰 영향"

현재 시점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쓴다는 쉽고도 어려운 원칙을 가장 잘 지키는 윌리엄스 감독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현재 시점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를 쓴다는 쉽고도 어려운 원칙을 가장 잘 지키는 윌리엄스 감독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분명히 예상된 전력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즌 전 압도적인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지만, KIA는 시즌 반환점을 돈 뒤에도 중상위권 순위 싸움에 합류해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윌리엄스 감독의 ‘용병술’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잘하는 야수를 경기에 내보낸다’라는 어쩌면 쉬우면서도 어려운 원칙을 지키는 윌리엄스 감독이다.

박흥식 감독도 윌리엄스 감독의 기용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박 감독은 “윌리엄스 감독과 스프링캠프에서 교감을 나눴지만, 추구하는 방향성에 있어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좋은 흐름인 선수를 기용하는 방향이다. 지난해 나도 1군에 있어 봤지만, 거긴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팀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를 고르는 지도자가 바로 윌리엄스 감독”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2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장기적인 육성도 있지만 1군에서 부족한 부분이 생겼을 때 곧바로 메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도 있다. 올 시즌 KIA 벤치는 예전과 다르게 시즌 도중 2군에서 올라간 선수에게 곧바로 출전 기회를 준다. 황대인, 오선우, 김규성, 김민식 등 올 시즌 중간 1군으로 올라간 선수들이 벤치만 달구고 있다가 2군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2군에서 올라간 선수들의 흐름이 좋을 때 KIA 벤치는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예전엔 2군 추천으로 1군에 선수가 올라가면 계속 벤치에만 있다가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나가고 대타 몇 번만 나갔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선수도 의욕이 떨어지고, 2군에 내려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2군 추천으로 올라간 선수에게 곧바로 출전 기회를 부여하더라. 거기서 자기 실력을 증명한다면 계속 신뢰를 받는 거다. 현재 실력과 흐름만으로 기용을 판단하기에 선수들도 거기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박 감독의 말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왜 말소했는지 이유를 한 명씩 세세하게 설명, 선수들도 수긍하고 더 열심히 운동한다."

윌리엄스 감독의 합리적인 기용 방향에 KIA 선수단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알려졌다(사진=KIA)
윌리엄스 감독의 합리적인 기용 방향에 KIA 선수단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알려졌다(사진=KIA)

1군에서 기회를 받다가 2군행 통보를 받고 내려온 선수들의 표정도 달라졌다. 2군에 내려왔다고 입이 툭 튀어나와 무기력해지는 게 아니라 눈에 더 불을 켜고 자신이 부족한 점을 절실하게 보완하고자 하는 분위기로 변화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2군으로 내려가는 선수들에게 ‘왜 1군에서 너를 말소하고 2군에서 무엇을 보강하면 다시 1군으로 부르겠다’라는 설명을 한 명씩 다 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이 2군 선수들에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2군으로 내려온 선수들의 표정이 마냥 어둡지가 않다. 윌리엄스 감독의 주문대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더 눈에 불을 켜고 노력 중이다. 후반기 때 이들의 활약상을 기대할 만하다. 박흥식 감독의 말이다.

박 감독은 KIA 야수진 육성 방향성을 ‘발이 빠르면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중장거리 타자’로 잡고 있다. ‘거포 육성’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현실적으로 현재 팀에 있는 선수 스타일을 본다면 거포 야수를 키우는 건 정말 힘든 문제다. 개인적으로 발이 빠르고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하는 중장거리 타자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2군에서도 박 민이나 홍종표 같은 내야수들은 2~3년 안에 리그 정상급 야수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집중적으로 육성할 유망주들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장기적인 시선으로 출전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2군 코치진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박흥식 감독은 젊은 코치진의 열정적인 지도 덕분에 더 밝은 KIA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올 시즌 KIA 2군에선 박기남 코치, 곽정철 코치, 서동욱 코치 등 젊은 지도자들이 주축이 돼 유망주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일일·주간·월간 단위로 1군에 2군 선수들의 상세한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1군에서 나오는 빈자리를 바로 채워줄 수 있도록 2군 코치진이 정말 열심히 준비한다. 예전엔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지도자가 일부 있었다면 현재 젊은 코치들은 마치 자기 자식 일인 듯 선수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한다. 밤에도 타격 고민으로 코치에게 연락하는 선수들과 선수들을 더그아웃에 앉히고 자신은 땡볕에 서 있는 코치진의 배려를 본다면 달라진 KIA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박 감독은 2군 선수단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2군 코치진의 지도 열정까지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느끼는 상황이라며 밝은 전망을 했다. 무엇보다 윌리엄스 감독의 1군 기용 방향성이 2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긍정적으로 달라진 KIA 야수진 육성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사서 써’보다 ‘키워 써’에 초점이 더 맞춰질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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