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허경민·최주환, 최근 공·수 상승세로 주목

-‘유격수 허경민’ 바라보는 김태형 감독 “자기 값어치 올릴 기회”

-‘3루수 최주환’ 깜짝 활약에 놀란 시선, 가치 물음표 뗀다

-가장 주목받는 예비 FA 두 후보, 멀티 쇼로 가치 올린다

주 포지션이 아닌 유격수 자리에 출전한 허경민(오른쪽)과 3루수 자리에 출전한 최주환(왼쪽)(사진=두산)
주 포지션이 아닌 유격수 자리에 출전한 허경민(오른쪽)과 3루수 자리에 출전한 최주환(왼쪽)(사진=두산)

[엠스플뉴스]

당연히 상상은 자유다. 일부 야구팬은 일찌감치 올 시즌 종료 뒤 베어스표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큰 관심을 보인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이름이 오가는 선수가 바로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과 내야수 최주환이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최근 내야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자신의 주가를 더욱더 높였단 점이다. 3루수가 주 포지션인 허경민은 과거 학창 시절 소화했던 유격수 자리를 잠깐 맡아 문제없이 소화했다. 2루수가 주 포지션인 최주환은 1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 자리에서도 준수한 수비로 공·수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선수가 FA 한파를 피할 수 없을 거란 예측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멀티 쇼’를 보여주는 최주환과 허경민은 그 한파를 피할 유력한 후보들이다.

'유격수 허경민'에 쏟아진 관심 "자신의 값어치 올릴 기회"

허경민은 최근 리드오프 자리에도 출전해 팀 타선 공격을 이끌었다(사진=두산)
허경민은 최근 리드오프 자리에도 출전해 팀 타선 공격을 이끌었다(사진=두산)

최근 ‘득녀’ 경사가 찾아온 허경민의 방망이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허경민은 최근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과 더불어 최근 10경기 타율 0.476(42타수 20안타)로 ‘미친 타격감’을 보여줬다. 비록 부상 이탈 기간이 있었지만, 허경민은 7월 13일 기준 올 시즌 타율 0.361/ 출루율 0.399/ 장타율 0.497로 ‘커리어 하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타구를 외야로 띄워 보낸단 공식은 올 시즌 허경민에게 가장 들어맞는 말이다. 허경민은 올 시즌 인플레이 타구 비율(87.5%)과 뜬공/땅볼 비율(1.07), 그리고 외야로 보낸 타구 비율(57.9%)이 커리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도 무려 0.429에 달한다.

방망이뿐만 아니라 수비도 주목해야 한다. 허경민은 최근 유격수 자리에서 6경기(40이닝)에 출전해 실책 없이 수비율 1.000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잠시 빠지게 된 김재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유격수 출전이었지만, 허경민은 큰 문제 없이 유격수 수비를 소화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허경민의 유격수 포지션 활용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연습경기에서 유격수 포지션을 한 차례 소화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허경민의 유격수 출전이 곧 선수의 몸값을 올릴 기회라고 바라봤다.

김 감독은 “(허)경민이는 충분히 유격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유격수 수비 소화는) 자신의 값어치를 올릴 기회기도 하다. 지금까지 유격수 자리에서 잘 움직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김)재호의 상태가 안 좋을 땐 경민이가 다시 유격수로 나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사실 ‘유격수 허경민’ 카드는 몇 년 전부터 구단 내부적으로 장기적인 시선 아래 고민한 사안이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내야수 류지혁이 3루수, 허경민이 유격수를 맡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류지혁이 팀을 떠난 데다 베테랑 김재호도 철저한 관리 아래 몇 년 더 뛸 수 있는 상태라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허경민 자신도 오랫동안 뛴 3루수 포지션이 더 편안한 데다 애착을 느끼는 상황이다.

허경민은 솔직히 유격수를 맡게 돼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주위에서 학창 시절 유격수로 잘 뛰었단 얘기가 들렸는데 그건 벌써 10년도 훌쩍 넘은 얘기다(웃음). 그래도 그때 경험을 살려 한 경기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사실 잠도 제대로 못 잤을 정도였다. 재호 형이 돌아온단 소식을 듣고 집에서 밥을 많이 먹고 잠도 푹 잤다. 재호 형이 옆에 있어야 큰 힘이 된다라며 미소 지었다.

허경민의 깜짝 유격수 실험은 김 감독의 말처럼 오히려 예비 FA로서 몸값을 높이게 될 계기가 될 수 있다. 3루수 포지션뿐만 아니라 유격수 포지션 보강이 필요한 팀도 허경민을 한 번 더 관심 있게 지켜볼 이유가 되는 까닭이다. FA 선수로서 1990년생의 젊은 나이와 전성기에 오른 타격 실력, 그리고 3루수와 유격수 수비 소화 능력까지 고려한다면 허경민은 코로나19 한파를 극복할 유력한 FA 후보다.

'FA로이드' 제대로 보여주는 최주환, 가치 물음표 뗀다

최주환은 올 시즌 타자들 가운데 가장 끈질긴 타격을 보여주는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다(사진=두산)
최주환은 올 시즌 타자들 가운데 가장 끈질긴 타격을 보여주는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다(사진=두산)

올 시즌 ‘FA로이드’를 제대로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최주환이다. 최주환은 7월 13일 기준 올 시즌 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 66안타/ 8홈런/ 43타점/ 출루율 0.377/ 장타율 0.493를 기록했다. 이는 ‘커리어 하이’인 2018시즌(타율 0.333/ 173안타/ 26홈런/ 108타점/ 출루율 0.397/ 장타율 0.582) 다음으로 좋은 시즌 성적이다.

“2020년 새해 소망은 딱 하나다. 리그 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거다. 나머진 야구장에서 내가 알아서 해내야 할 숙제다. 실력이 있더라도 건강해야 그걸 보여줄 수 있단 걸 지난해 절실하게 느꼈다. 타격 성적이 가장 좋았던 2018년에도 건강과 수비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020년엔 공·수 실력과 건강을 모두 증명하는 한 시즌을 꼭 만들겠다.” 올 시즌 전 최주환이 내비친 각오다.

최주환은 이처럼 자신이 내뱉은 각오를 시즌 중반까지 잘 지키고 있다. 최주환은 두산이 올 시즌 치른 59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를 제외한 58경기에 큰 부상 없이 출전했다. 수비에서도 최주환은 2루수(296.1이닝)를 중심으로 1루수(80.2이닝)와 3루수(77이닝)까지 소화하는 멀티 포지션 능력까지 선보였다.

특히 최근 3루수 자리에 출전해 보여준 최주환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이를 지켜본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포구뿐만 아니라 송구에서도 큰 흔들림이 없었다. 시즌 전 8kg이 넘는 체중 감량으로 날렵해진 몸놀림이 수비에서도 제대로 효과를 보는 분위기다.

타석에선 장타력 상승과 끈질김을 동시에 증명했다. 최주환은 올 시즌 8홈런으로 ‘시즌 20홈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뜬공/땅볼 비율(2.55)과 외야 타구 비율(66.7%)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올 시즌 최주환은 타석당 평균 상대 투구수(4.19개) 리그 9위, 공 콘택트 비율(88.3%) 리그 8위로 타석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 끈질김을 상대 투수들에게 보여줬다.

최주환도 최근 3루수 수비 출전으로 예비 FA로서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올렸다. 2루수뿐만 아니라 3루수 자원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3루수 영입에 관심 있는 팀이 최주환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단 뜻이다.

지금 1군 야수진에서 입단 연차로 보면 (김)재호 형 다음이 나일 거다. 신인 시절 ‘반달곰’ 유니폼을 입고 시작해 15년 동안 베어스에서만 뛰었다. 팀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이 없을 수가 없다. 물론 구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줄지가 중요하다. 프로선수로서 내 가치를 높여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간 구단이 바라보는 내 가치에 항상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물음표를 올 시즌엔 꼭 떼고 싶다.

이처럼 최주환은 말뿐이 아닌 확실한 행동으로 자신의 가치에 달렸던 물음표를 제대로 떼고 있다. 무엇보다 연차가 늘어도 변하지 않는 야구를 향한 성실함과 열정만으로도 최주환의 가치엔 항상 느낌표가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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