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2일 경기 지명타자 자리에 포수 김준태 기용

-겨우내 트레이드 영입, 포지션 전환 등 야심 찬 준비…정규시즌 되자 사라져

-외야와 내야 불균형, 상위타순과 하위타선 부조화…비효율적인 선수 활용 문제

-3일 경기 KIA 양현종 5이닝 이상 던지면 불명예 신기록…변화가 필요하다

2020시즌을 2군에서 출발한 지성준, 1군 주전 포수로 시작한 정보근(사진=롯데)
2020시즌을 2군에서 출발한 지성준, 1군 주전 포수로 시작한 정보근(사진=롯데)

[엠스플뉴스]

6월 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7번 지명타자로 포수 김준태를 기용했다.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지명타자 선발 출전이었다.

지명타자 슬롯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격력은 살아있지만 수비가 약한 베테랑에게 출전 기회를 보장할 때다. 혹은 주전 타자의 수비 부담을 덜고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지명타자 자리를 활용한다.

올해 26살인 김준태는 이날 전까지 시즌 타율 0.133을 기록했다. 규정타석 50% 이상 타자 가운데 타율이 리그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김준태는 이전 2경기에서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게다가 김준태의 지난 시즌 사이드암 상대 타율은 0.100이다.

물론 다른 팀도 종종 포수를 지명타자로 쓰곤 한다. NC 다이노스는 양의지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지명타자로 내보낸다. 양의지는 지난해 리그 타율왕이다. 백업으론 5년 연속 주전 포수였던 김태군이 나선다. 키움 히어로즈도 팀 내 장타율 1위 박동원과 타율 0.361을 기록 중인 이지영이 번갈아 지명타자로 나선다. 하지만 롯데 포수진엔 양의지나 박동원이 없다.

김준태가 지명타자로 나서면 1군 엔트리에 남는 포수는 정보근 하나다. 정보근은 타율 0.109로 리그 타율 최하위(규정타석 50% 기준)다. 경기 후반 찬스에선 반드시 대타를 써야 한다. 포수 둘을 한꺼번에 라인업에 넣으면 경기 후반 찬스가 정보근 타석에 걸려도 대타를 쓸 수 없다. 실제 30일 두산전에서 정보근은 교체 없이 5타석을 소화했다. 2일 KIA전에선 대타 기용으로 7회부터 김준태가 마스크를 썼다. 지명타자 자리엔 투수가 들어갔다.

그래도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까진 아니다. 만약 경기중 포수 자리에서 부상이라도 나온다면? 행크 콩거 배터리 코치가 마스크를 쓰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다. 이날 지명타자 김준태는 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타율 0.133 타자를 지명타자로 쓸 만큼 야수가 없었던 롯데는 7안타 2득점에 그치며 KIA에 졌다.

겨우내 준비한 롯데의 계획은 다 어디로 갔을까

풀타임 1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이대호(사진=롯데)
풀타임 1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이대호(사진=롯데)

지명타자 김준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롯데의 현재 1군 라인업이 베스트 라인업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롯데의 라인업은 롯데가 스프링캠프 내내 준비하고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사용했던 라인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겨울 롯데는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을 영입했다. 지성준은 기존 롯데 포수들보다 풍부한 1군 경기 경험과 프레이밍, 타격 능력이 강점이다. 연습경기에선 타율 0.571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고, 이제는 한때 포수 경쟁자였던 나종덕이 던지는 공을 받고 있다.

포수 수비 안정이 중요해서 정보근에 더 무게를 두는 건 납득이 간다. 하지만 1군 포수 엔트리 한 자리 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 허문회 감독은 김준태의 수비가 좀 더 낫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수비력 차이가 공격력의 차이를 상쇄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올 시즌 롯데 포수진의 OPS는 0.334로 지난 시즌(0.438)보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블로킹 지표는 작년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프레이밍 지표는 좋지 않다.

지난겨울 롯데는 전준우의 1루수 전향을 준비했다. 전준우는 지난해 외야 수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연출했다. 1루는 외야에 비해 움직임이 적고 체력 관리가 용이한 포지션이다. 대신 민병헌을 코너로 옮기고, 중견수 자리엔 강로한과 최민재 등 젊은 선수를 기용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팀의 외야 수비와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복안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도 시즌 개막과 함께 없던 일이 됐다. 강로한은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그대로 전준우-민병헌-손아섭의 외야와 1루수 이대호가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고 있다. 딕슨 마차도-안치홍 합류로 센터라인 수비력은 강화됐는데 외야와 내야 코너는 그대로다. 전준우는 개막 이후 1루 수비 훈련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만약 오프시즌 준비한 대로라면 2일 KIA전 지명타자는 이대호가, 1루수는 전준우가 나섰을 것이다. 민병헌이 좌익수로 가고 강로한이 중견수를 맡는 게 원래 롯데가 그린 그림이었다. 강로한은 정훈의 부상으로 1군에 올라온 뒤 보름간 총 5타석의 기회를 얻는 데 그쳤다. 반쪽 선수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는데 1군에 올라와서 투명 선수가 됐다. 강로한은 퓨처스에서 타율 0.318로 한창 타격감이 좋았던 선수다.

지난겨울 롯데는 한동희와 김민수를 3루수로 경쟁시켰다. 개막과 함께 김민수는 2군행. 붙박이 3루수가 된 한동희는 24경기에서 타율 0.238에 0.333의 장타율을 기록 중이다. 이대호가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날은 종종 1루수로도 나온다. 그땐 신본기와 김동한이 3루수를 본다. 외야는 공격력 좋은 선수가 가득한데 내야는 수비형 선수가 코너를 맡는 ‘외화내빈’이다.

선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김민수는 퓨처스에서 19경기 타율 0.304에 2홈런 장타율 0.449를 기록 중이다. 김민수 외에도 신용수(타율 0.370), 김대륙(0.325), 오윤석(0.316) 등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1군 콜업은 한 번도 없었다. 개막 이후 롯데가 1군으로 불러올린 야수는 정훈 부상으로 ‘할 수 없이’ 올린 강로한이 유일하다. 그리고 롯데 지명타자로는 김준태가 나선다.

롯데, 상대 선발투수에게 2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허용해

1군 엔트리에는 있지만 경기에선 모습을 보기 힘든 강로한과 신본기(사진=롯데)
1군 엔트리에는 있지만 경기에선 모습을 보기 힘든 강로한과 신본기(사진=롯데)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 차게 준비한 계획들은 시즌 개막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외야는 30대 노장들로 가득한데, 어떤 포지션은 미래를 위해 특정 선수만 계속 나온다. 기회를 주면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벤치와 퓨처스에 넘쳐나는데 야수 엔트리와 라인업에는 변화가 없다. 한 야구인은 지성준과 강로한의 2군행을 보고 영화 ‘머니볼’에 나오는 스캇 해티버그가 떠오른다고 했다.

롯데는 지금 팀 전력의 100%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겨우내 1루수 전향을 준비한 전준우는 현재 페이스라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많은 1,220이닝을 좌익수로 나서게 된다. 38살 이대호는 35세 시즌(2017년 935.2이닝) 이후 가장 많은 754이닝을 소화할 페이스다. 전경기에 선발 출전한 외국인 타자 마차도는 유격수로 1,274이닝을 소화할 페이스다. 스탯티즈가 수비이닝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이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야수는 아무도 없었다.

수비형 선수들로 채운 롯데 6~9번 하위타순의 타율은 0.196으로 10개 팀 중에 최하위다. 리그 1위팀 NC의 6~9번 타율이 0.304로 롯데 1~5번보다도 높다. 상대 투수들 입장에선 5번타자까지만 조심하면 되니 편하다. 덕분에 롯데는 개막 이후 24경기 연속 상대 선발투수에게 5이닝 이상을 허용했다. 24경기 연속 상대 선발투수 조기 강판에 실패했단 얘기다.

롯데는 24경기 중의 17경기에서 상대 선발에게 퀄리티스타트를 허용했다. 1회부터 5회까지 득점은 총 41점으로 리그 꼴찌다. 리드당한 채로 6회를 맞이한 경기도 14차례나 된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3승 11패에 그쳤다. 롯데가 경기 후반 득점이 많은 건 뒷심이 강해서가 아니라, 하위타선에 대타와 교체 카드를 쓸 수 있어서인지 모른다.

3일 광주 KIA전에서 롯데가 만날 선발투수는 양현종이다. 만약 이 경기에서 양현종이 5이닝 이상을 던지면, 롯데는 1997년 자신들이 세웠던 기록을 넘어 ‘25경기 연속 상대선발 5이닝 이상’ 불명예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허문회 감독이 시즌 전 얘기한 ‘30경기’까진 이제 6경기만 남았다. 이제는 겨우내 계획하고 준비했던 것들을 다시 실행에 옮길 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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